끝없는 경쟁을 살아가는 청년들의 자조와 체념, 그리고 새로운 생존전략
오늘 하루는 어떠셨나요? 열심히 달렸는데도 아직 그대로인 기분인가요?
아니면 '열심히'가 무의미해진 이 세상에서 그냥 모든 것을 포기하고 자리에 드러누워 버리셨나요?
이 두 가지 질문은 오늘날 무한경쟁 시대를 살아가는 중국 청년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두 가지 태도,
바로 내쥐안(内卷)과 바이란(摆烂)을 대변합니다.
오늘은 이 두 단어를 통해 '열심히'가 무의미해진 시대,
희망 없는 경쟁과 포기의 철학에 대해 이야기해 봅니다.
“공부는 왜 해?”
“좋은 대학 가려고”
“좋은 대학은 왜 가?”
“좋은 직장 들어가려고”
“좋은 직장은 왜 들어가?”
“...... 잘... 살려고?”
조금이라도 더 잘 살기 위해 경쟁에 뛰어들었습니다.
하지만 그 경쟁이 우리의 삶을 갉아먹고 있습니다.
内卷(nèijuǎn, 내쥐안)의 문자적 의미는 '안으로 말린다'라는 뜻입니다.
모두가 더 치열하게 노력하지만, 성과나 만족은 전혀 늘지 않는
과잉 경쟁과 소모 상황을 비유하는 말로 쓰이고 있죠.
이 개념은 원래 인류학 용어였는데요.
조직이나 사회의 성장은 멈추었는데,
내부의 경쟁만 지나치게 세분화되고 복잡해지는 현상을 뜻합니다.
모두가 더 많은 노력을 하지만, 결국 아무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제자리걸음만 하는 상황인 거죠.
뒤처지지 않으려는 불안감에 야근이나 자기 계발, 학업 등에 매달리지만,
성과는 없고 번아웃만 오는 상황...
끝없는 마라톤을 이어가는데 왠지 제자리인 기분,
여러분에게도 낯설지 않죠?
중국에서는 이 말이 사회 전반의 경쟁에 적용되며,
이제 청년층의 학업, 취업, 승진, 육아 등 거의 모든 영역에 内卷(내쥐안)이 스며들었습니다.
특히 온라인에서는 “더 이상 内卷(내쥐안)하고 싶지 않다”라는 글이 넘쳐나는 상황이죠.
· 每个人都付出得越来越多,但是收获越来越少,这就是内卷(Měi gè rén dōu fùchū de yuèláiyuè duō, dànshì shōuhuò yuèláiyuè shǎo, zhè jiùshì nèijuǎn)。: 모두가 점점 더 많이 노력하지만, 얻는 것은 점점 적어지는 것, 이게 바로 내쥐안입니다.
· 他们天天加班,完全是内卷到极致(Tāmen tiāntiān jiābān, wánquán shì nèijuǎn dào jízhì)。: 그들은 매일 야근을 하는데, 완전히 극단적인 내쥐안 상태입니다.
· 学校也太内卷了,连放假都要补课(Xuéxiào yě tài nèijuǎn le, lián fàngjià dōu yào bǔkè)。: 학교도 너무 내쥐안 심해서, 방학 때조차 보충수업을 해야 해요.
"열심히 해봤자 뭐 해. 어차피 안 될 텐데. 그냥 안 하고 말지."
지칠 때까지 열심히 하는 사람이 있다면, 포기하는 사람들도 있겠죠?
摆烂(bǎilàn, 바이란)은 모든 것을 포기하고 망가지든 말든 신경 쓰지 않는 태도,
즉 자포자기 혹은 무기력해지는 극단적 무관심을 뜻하는 신조어입니다.
摆烂(바이란) 원래 농구 경기에서 불리할 때 일부러 져서 경기를 포기하는
'탱킹(tanking)' 전략에서 비롯됐습니다.
이 단어가 이제는 '어차피 안 될 바에야, 아예 다 놓아버리겠다'는
냉소적인 태도를 뜻하게 되었습니다.
즉, 중국의 일부 MZ세대는 더 이상 죽도록 노력하지 않겠다는 거죠.
대신 "망할 대로 망하자"는 摆烂(바이란)의 자세로 자기 자신을 지킵니다.
摆烂(바이란)은 포기라는 의미에서 앞서 소개한 躺平(tǎng píng, 탕핑)과도 비슷합니다.
다만, 躺平(탕핑)이 더 이상 열심히 하지 않고 현실에 안주하는 소극적인 선택이라면,
摆烂(바이란)은 좀 더 적극적인 체념이자 부정적 자포자기, 절망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끝없는 마라톤을 하다 아예 주저앉아버린 것이죠.
· 我决定不再拼了,开始摆烂生活(Wǒ juédìng bù zài pīn le, kāishǐ bǎi làn shēnghuó)。: 더 이상 죽기 살기로 안 살 거야. 이제 바이란 인생을 시작할래.
흥미로운 점은 두 단어 모두 좌절의 시대에 태어났다는 것입니다.
内卷(내쥐안)은 경쟁을 멈출 수 없는 사람들의 무기력,
摆烂(바이란)은 경쟁을 거부하는 사람들의 무기력입니다.
内卷(내쥐안)은 열심히 해도 보상이 없는 상황에서 기계처럼 사는 모습입니다.
摆烂(바이란)은 스스로 동기를 꺼버리고, 더는 ‘불합리한 게임’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선언입니다.
둘 다 청년층의 현실을 반영한 체념과 자기 보호 전략이자, 저항인 셈이지요.
· 卷王(juǎn wáng, 쥐안 왕) : 내쥐안의 왕 → 어디서든 과하게 경쟁하는 사람
· 躺平(tǎng píng , 탕핑): ‘드러눕기’ → 아무 것도 하지 않겠다는 선언
· 摆烂青年(bǎi làn qīng nián, 바이란 칭니엔) : 경쟁을 포기하고 무기력하게 사는 청년층
· 佛系(fó xì, 포시) : 무욕·무관심·초탈한 태도를 의미하는 ‘불계’
内卷(내쥐안)과 摆烂(바이란)은 결국 '열심히 해도 바뀌지 않는 현실' 때문에 생겨난 말들입니다.
이 두 단어는 오늘날 중국 청년들이 얼마나 지쳐 있고, 또 어떻게 스스로를 지키려 하는지를 보여줍니다.
사실 무한경쟁 속 소모와 그 안의 포기는 중국 청년들만의 문제가 아니죠.
우리 사회에서도 얼마나 많은 사람이 경쟁 속에 자아를 잃어가고, 또 아예 포기하고 있나요?
따지고 보면 저 또한 内卷(내쥐안)*에 지쳐 摆烂(바이란)하고 있는 한 사람인 걸요.
그런데 어쩌면 우리는 알아야 할지도 모릅니다.
때로는 멈추는 것도, 다 내려놓는 것도 결국 우리 스스로를 지키는 가장 현명한 방법이라는 것을 말입니다.
오늘의 당신은 어떤가요? 계속 달리고 있나요? 아니면 잠시 멈추어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