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에는 없는 완벽한 그녀, '玛丽苏(마리쑤)'가 뭐길래?
드라마나 로맨스 소설, 좋아하시나요?
요즘 한국 드라마는 소재의 다양성, 작품성, 연기력 등 여러 면에서 전 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하지만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특정 공식처럼 반복되던 이야기 구조가 있었죠.
그중 하나가 바로 ‘모두가 사랑하는 밝고 긍정적인 캔디형 여주인공’입니다.
이 캐릭터는 <꽃보다 남자>의 ‘금잔디’나 <풀하우스>의 ‘한지은’처럼 대개 불우한 환경에서 자랐지만 밝고, 긍정적이며, 총명하고 아름답고 착하기까지 합니다.
세상의 좋은 점은 다 갖췄고, 무엇보다 등장하는 대부분의 남성 인물에게 사랑받죠.
중국에서는 이런 캐릭터나 이야기를 가리켜 ‘玛丽苏(마리쑤)’라고 부릅니다.
오늘은 모두에게 사랑받으며, 언제나 ‘악녀’의 반대편에 서 있는 이 신비한 여주인공, ‘玛丽苏(마리쑤)’에 대해 이야기해 봅니다.
‘玛丽苏(Mǎlìsū, 마리쑤)’는 1970년대 미국 팬픽션 문화에서 유래한 ‘Mary Sue(메리 수)’의 중국식 음역입니다.
팬픽션이란 기존 드라마나 소설, 실제 인물 등을 기반으로 팬들이 2차 창작하는 장르인데요,
작가가 감정을 과도하게 투영하다 보면 이상적이고 꿈같은 여성 캐릭터가 탄생하기 마련이죠.
중국에서는 드라마나 웹소설의 여주인공이 현실과 동떨어진 능력과 인기를 가질 때,
“이야기가 너무 玛丽苏(마리쑤)하다!”는 말이 자연스럽게 나옵니다.
중국식 ‘玛丽苏(마리쑤)’ 캐릭터는 대체로 다음과 같은 공식을 따릅니다.
· 미모, 능력, 인성 모두 완벽
· 비극적인 과거 or 고아
· 세상의 중심에 선 존재
· 수많은 남성 캐릭터의 사랑을 독점
· 스스로 자주적이라고 강조되지만, 사실 모든 문제는 남성이 해결
· 남자 주인공은 대개 왕족, 재벌, CEO 등 권력자이며, 그녀의 순수함에 ‘구원’ 받음
· 반대편에는 질투심 많은 ‘악녀’가 등장하고, 항상 비참한 최후를 맞음
玛丽苏(마리쑤)는 겉으로는 ‘완벽한 이상향’ 같지만,
너무 완벽해서 현실감이 전혀 없습니다.
극적 갈등 없이 모든 문제를 쉽게 해결하며,
자기 성장보다는 주위의 도움을 통해 혜택만 누리는 전개가 반복되기 때문이죠.
독자나 시청자는 몰입보다는 점점 피로감을 느끼게 됩니다.
그래서 최근 중국에서는 ‘反玛丽苏(반마리쑤)’,
즉 마리쑤 공식을 거부하는 콘텐츠가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현실적인 약점과 갈등, 진짜 성장을 보여주는 주인공이 대중의 지지를 얻고 있죠.
· 杰克苏(jiékèsū, 제커쑤) : 玛丽苏(마리쑤)의 남성 버전. 마초적이고, 능력과 권력을 모두 가지며, 여주인공들에게 사랑받는 설정
· 龙傲天(lóng ào tiān, 롱아오티엔) : 절대적 능력을 가진 남성 캐릭터
· 主角光环(zhǔjiǎo guānghuán, 주지아오 광한) : ‘주인공 후광’이라는 뜻으로 주인공만이 갖는 기적 같은 행운이나 특혜 등을 가리킴
· 圣母(shèngmǔ, 셩무) : 성모라는 뜻으로 비현실적으로 선한 여성 캐릭터를 가리킴. 玛丽苏(마리쑤)와 결합하여 圣母玛丽苏(셩무 마리쑤)라고도 사용
· 白莲花(bái liánhuā, 바이렌화) : 겉은 착해 보이나 속은 그렇지 않은 여자
玛丽苏(마리쑤) 이야기는 한국의 캔디형 여주인공 구조와도 매우 닮아 있습니다.
남자 주인공은 대부분 재벌 2세 ‘실장님’,
서브 남주나 주변 인물까지 모두 그녀를 칭찬하고 사랑하죠.
한국에서도 이런 설정은 이제는 진부하다는 비판을 받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사랑받는 이야기 구조이기도 합니다.
저는 어릴 적부터 캔디형 주인공보다는 그 반대편에 있는 ‘악녀’ 캐릭터를 더 좋아했습니다.
대체로 그들은 능력 있고, 열심히 일하고, 아름다웠죠.
왜 그런 인물들이 늘 질투와 악의의 상징으로 소비되고,
마지막엔 모두에게 버림받아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까짓 거, 남자 주인공은 버리고 내 힘으로 살아가면 안 되는 거야?”
아마도, 저는 스스로 모두에게 사랑받는 선량한 玛丽苏(마리쑤)가 될 수 없다는 걸 어릴 때부터 알고 있었던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중년이 된 지금도 저는 여전히 玛丽苏(마리쑤)보다는 당당한 여성 캐릭터를 더 좋아합니다.
하지만 요즘은 가끔 이렇게 생각하기도 해요.
玛丽苏(마리쑤)란 결국, 현실의 고단함을 잠시 잊게 해주는 달콤한 판타지 아닐까.
우리는 누구나 한 번쯤은 그런 완벽한 삶을 꿈꾸고 싶으니까요.
여러분의 주위에도 玛丽苏(마리쑤)가 있나요?
아니면 마음 깊은 곳에 玛丽苏(마리쑤)의 꿈을 간직하고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