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러움 제조기 SNS, 그 속에 숨은 진실
"나만 빼고 다 잘 사는 것 같아..."
요즘 SNS를 보면 이런 생각이 들지 않나요?
연봉 1억, 외제차, 호화로운 해외여행이 모두의 일상처럼 보이지만,
그런데, 과연 그게 다 진짜일까요?
중국에서는 SNS 속에서만 완벽한 인생을 사는 현상을 '朋友圈滤镜(펑요우취엔 뤼징, SNS모멘트)'이라고 부릅니다. 이 단어에는 자기 삶을 보기 좋게 '포장'하려는 현대인들의 심리가 담겨 있습니다.
‘朋友圈(péngyǒuquān, 펑요우취엔)’은 중국판 카카오톡+인스타그램 같은 서비스인 위챗(WeChat)의 SNS 기능입니다.
원래는 글을 중심으로 친구들과 일상을 소통하는 공간이었지만, 스마트폰의 진화와 함께 사진과 동영상이 더 눈길을 끌게 되었죠.
그리고 필터(미화 기능)를 뜻하는 ‘滤镜(lǜ jìng, 뤼징)’ 사용이 확산하면서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얼굴이나 삶을 더욱 화려하게 표현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게 됐습니다.
SNS상에서 '행복하고 성공적으로 보이고 싶은 욕구'와 '다른 사람과의 비교 및 경쟁 욕구'가 합쳐지면서 朋友圈(펑요우취엔)은 ‘현실보다 더 완벽한 삶을 보여주는 곳’으로 변하고 있습니다.
즉, 朋友圈滤镜(펑요우취엔 뤼징)이란 SNS 필터 문화와 중국 특유의 자기 과시·사회적 비교 심리가 결합한 현대적 디지털 자기표현 트렌드의 하나라고 할 수 있습니다.
‘滤镜(lǜ jìng, 필터)’은 말 그대로 사진을 예쁘게 보정하는 기능입니다.
하지만 요즘은 단지 얼굴이나 배경에 씌우는 필터가 아니라,
자신의 삶 전체에 씌우는 ‘행복 필터’를 의미하게 되었죠.
朋友圈滤镜(펑요우취엔 뤼징) 현상에 대한 중국 네티즌들은 아래와 같이 말합니다.
“朋友圈里,人人都活成了别人羡慕的样子.”
(Péngyǒuquān lǐ, rénrén dōu huóchéngle biérén xiànmù de yàngzi.)
“펑요우취엔 속 사람들은 모두 남이 부러워하는 모습으로 살아간다.”
이러한 ‘필터 인생’은 보는 이들에게 심리적 부담을 줍니다.
‘왜 나만 이렇게 초라하지?’, ‘나는 왜 해외도 못 가고, 회사도 힘들고, 연애도 못하지?’
특히 중국 청년층은 ‘内卷(내쥐안, 과잉경쟁)’ 속에서 다른 사람들의 화려한 모습에 더욱 정신적 내상(精神内耗)을 입고 있습니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SNS 비교 피로’ 또는 ‘디지털 자아의 왜곡’이라고 부릅니다.
실제로 중국뿐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많은 사람이 SNS를 보며 내가 뒤처지고 있다는 불안감을 느낀다고 하지요.
중국 SNS에서는 이런 흐름을 풍자하거나 비판하는 표현도 등장합니다.
· 凡尔赛文学(fán'ěrsài wénxué, 판얼싸이 원쉬에): 겸손한 척하면서 자랑하기
· 剧本人生(jùběn rénshēng, 쥐번런셩): 시나리오처럼 연출된 인생
· 伪精致(wěi jīngzhì, 웨이징즈):가짜 정교함, 겉만 번지르르한 라이프스타일
· 电子假面(diànzǐ jiǎmiàn, 띠앤쯔 지아미앤):진짜 감정을 숨긴 채 ‘괜찮은 척’만 하는 태도
한국에서도 ‘인스타그램 감성’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보기 좋은 사진’과 ‘행복한 일상’에 집중된 SNS 문화가 깊게 자리 잡고 있습니다.
카페 사진, 여행 인증샷, 루틴 브이로그, OOTD(오늘의 패션) 등
다들 꾸준히 행복하고 여유로운 삶을 사는 듯 보이죠.
그렇지만 SNS 속 일상은 ‘진짜 삶’이 아니라 편집된 하이라이트 일 수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저는 워낙 게으른 사람이라 ‘싸이월드’ 시절부터 인터넷 공간을 꾸미는 데 공을 들이지 못했습니다.
지금도 SNS는 하지 않고 블로그 같은 곳에 글만 가득한 일기나 쓰는 수준이죠.
그런데 말입니다.
SNS는 남의 세상이라고 생각했던 저도, 요즘 브런치에 글을 올리며 '라이킷(좋아요)'이 달리는 것에 은근히 마음이 쓰이더군요.
처음에는 그저 누가 제 글을 읽어준다는 게 신기했는데, 이젠 '오늘은 몇 개나 달렸을까?' 궁금하고 기대되기도 합니다. 좀 더 많은 '좋아요'를 얻기 위해 '인생 필터'를 사용하는 사람들의 마음이 조금은 이해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필터'가 지나치면 결국 자신조차 현실을 잊게 됩니다. 진짜 나의 감정, 삶의 모습, 그리고 작은 고민도 드러낼 수 있는 공간. 그것이 우리가 진정으로 만들어가야 할 소통의 공간 아닐까요?
여러분의 朋友圈(펑요우취엔)은 어떤 색깔인가요?
혹시 오늘도 누군가의 필터 속 인생을 부러워하고 있진 않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