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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안 된다던 아이, 글과 함께 살아가다

멀리 빛나던 꿈이 40대의 오늘 다시 피어나기까지

by 강호연정

“작가는 안 된다. 사람은 남들 일할 때 일하고, 쉴 때 쉬어야 한다.”


어릴 적 귀에 맴돌던 이 말은, 책을 탐닉하던 작은 아이에게 건네진 단단한 경고였습니다. 어른들의 눈에 작가는 밤을 새워 일하고 낮에 잠드는, 평범한 삶과는 거리가 먼 ‘별종’이었으니까요. 그래서 제게 작가라는 꿈은 감히 닿을 수 없는, 멀리서 빛나는 별처럼 아득한 존재였습니다.


하지만 삶은 늘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갑니다. ‘작가의 꿈’ 대신 멋진 커리어우먼을 꿈꿨던 제게, 첫 회사는 아이러니하게도 사보 제작을 맡겼습니다. 글쓰기 실력 때문은 아니었습니다. 당시 활발하던 중국 사업 덕분에 통역이 가능한 사보 기자가 필요했고, 마침 중국어를 전공한 제가 커다란 카메라를 메고 현장을 누빌 사람으로 보였던 것이지요. 그렇게 중국어와 튼튼한 체구 덕분에 글쓰기와의 운명적인 만남이 시작되었습니다.


그 인연은 생각보다 끈질겼습니다. 해외영업을 할 때는 브로슈어를 만들고, 크루즈 승무원이 되어서는 선상 신문을 제작했습니다. 지금은 지방정부에서 홍보 신문을 만들고 있으니, 어쩌면 저는 오래전부터 글을 쓰며 살아온 셈입니다.


그럼에도 저는 아직 ‘작가’라는 이름을 스스로에게 허락하지 못합니다. 제게 작가란 여전히 위대한 이름, 나는 그 곁을 맴도는 작은 글쟁이에 불과했습니다. 하지만 업무가 아닌, 오롯이 나를 위한 글쓰기의 꿈은 조용히 마음속에서 피어나고 있었습니다.


슬픔에 잠길 때, 평범한 하루에 감사할 때, 사소한 일에 화가 날 때… 저는 브런치에 마음을 쏟아냅니다. 그리고 누군가 그 글을 읽고 공감해 줄 때면, 메말랐던 제 마음에도 꽃이 피는 듯한 기쁨을 느낍니다.


언젠가 제 이름이 적힌 책을 손에 쥐게 된다면, 그때야말로 당당하게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작가는 안 된다”라고 했던 어린 시절의 제가 결국 글과 함께 살아왔다고.


그래서 40대의 오늘, 여전히 글을 쓰는 이 순간이 제겐 가장 소녀처럼 설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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