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티는 기술, 놓아버리는 용기
오늘의 증상: 출근길 속 울렁거림, 회사에서 귀울림 및 극심한 피로 지속 중.
다시 출근한 지 한 주. 제게는 세상에서 가장 긴 5일이었습니다.
몸은 거짓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출근길 지하철에서부터 속이 울렁거리더니, 회사에 도착하자 귀가 먹먹하고 이명이 심해져 도무지 집중이 되지 않았습니다.
결국 이비인후과까지 찾아갔는데, 역시 원인은 스트레스와 피로. 신경정신과 선생님도 같은 말씀을 하셨죠.
"쉬셔야 합니다."
몇 년간 병원 기록이 거의 없던 사람인데, 이번 주에만 병원을 세 번이나 가다니, 스스로도 웃깁니다.
회사만 도착하면 증상이 시작되고, 집에 오면 언제 그랬냐는 듯 싹 사라지니…
누가 꾀병이라 해도 할 말이 없을 것 같군요.
그래서 요즘, 저는 ‘대충 살기’를 배우는 중입니다.
원래 업무 속도의 20% 정도로만 움직이고 있어요.
옆자리에서 원가계산을 붙잡고 끙끙댈 때도, 예전 같으면 "제가 도와드릴까요?" 했겠지만 쿨하게 퇴근했습니다.
새로운 업무를 떠넘기고 자기들끼리 옥신각신 하길래 먼저 리스크 보고서와 업무계획을 만들어 과장님까지 바로 보고해 버렸습니다.
그들은 여전히 제 업무에만 돋보기를 들이대고 흠을 잡으려 애씁니다.
저는 그냥 “마음에 안 들면 당신들이 하세요” 모드로 무심히 대응합니다.
어차피 제가 해온 일에는 치명적인 문제가 없으니까요.
반면, 그들이 으쓱대던 성과물에는 이미 오류가 가득합니다.
예전 같았으면 밤새 소리 없이 고쳤을 텐데, 이제는 일부러 천천히, 큰소리를 내며 움직입니다.
“이거 누가 했어요? 수치가 다 틀렸는데?”
“이거 담당자 누구죠? 링크가 깨졌네요.”
“결재 올린 사람 누구예요? 기록이 없는데요.”
아마 누군가는 속으로 이를 갈고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애초에 일을 제대로 하든가. 아니면, 일하는 사람을 건드리지 말든가.
저는 조금 못되지고 있는 것 같지만, 회사 생활은 오히려 편해졌습니다.
아, 그래서 다들 이렇게 ‘대충 일하는 척’하며 버티는 걸까요?
주말 퇴근길에는 더 즐거운 소식도 있었습니다.
월요일부터 직장의 고통을 승화해 쓴 소설을 <네이버 웹소설 챌린지리그>에 연재 중인데, 5화 만에 벌써 ‘승격 후보’가 됐습니다.
어쩌면 이곳은, 제가 에너지를 쏟아야 할 곳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회사에서는 ‘대충 살기’를 배우고, 글에서는 ‘진짜 살기’를 배우며.
저는 이제 저를 위한 일에 집중하려 합니다.
PS. 혹시 궁금하신 분들은 응원해 주시면 큰 힘이 될 것 같아요 ^^ 네이버 웹소설 보러 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