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는 잠시, 마지막 순간이 머지 않았다

2달 차. 어느덧, 두 달.

by 나은진


어느덧 라따와의 마지막 순간을 기록하던 일기가 한 달이 안 되게 지났다.

그동안 라따는 무사히 잘 지내고 있었고,

숨 쉬는 게 점점 빨라졌지만 그 외에는 밥도 잘 먹고 큰 문제는 없었다.



그렇게 50일의 시간이 흘렀다.

50일... 시한부 선고를 받고, 모든 약을 단약한 것치고는 오랜 기간이다.

하지만 삶을 마무리 짓는 데에 있어서는 너무 짧은 시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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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부터 라따는 밥도, 물도 먹는 것을 거부하고 식음을 전폐했다.

좋아하는 츄르와 닭고기를 들이 밀어도 냄새만 살짝 맡을 뿐 반응이 없다.

억지로 물과 츄르를 입가에 묻혀주면 싫어하며 안쪽으로 도망가 버린다.

밥을 먹지 않으니 통통했던 몸은 메말라가고, 털도 그루밍하지 않아 약간 거칠어졌다.



가만히 평온히 있는 것 같지만, 사실 숨을 엄청나게 헐떡이고 있다.

일명 개구호흡이라고 하는 호흡으로 전환이 되었고,

몸이 들썩일 정도로... 폐수가 가득 차서 움직이는 것도 힘들어 보인다.

에어컨 뒤나 옷 사이 그늘 같은, 시원한 바닥에 드러누워 있는 게 전부인 라따.



아... 이제 정말로 마지막 순간이 다가오고 있구나.

채 며칠도 남지 않았음을 깨닫자 마음이 다시 쿵, 무거워졌다.

회사에 출근하는 동안 우리 라따가 떠나버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가까워지니

안일하게 한 달만 지켜본 내 선택이 다소 후회스럽다.



24시간 일거수일투족을 함께 하고 지켜볼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마지막 순간 만큼은 눈에 담고 싶다는 건 욕심일까?

아파하는 라따에게 그 어떤 것도 해줄 수 없음이 가장 괴롭다.

그저 조금이나마 덜 아파하고 떠나길 바라며 애꿎은 진통제만 노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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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병원에서 구입했던 마시는 식이 사료를 주사기에 넣어서

억지로 먹이고 물도 찍어 보지만 거부감이 크다.

지난번 약을 먹일 때도 거부감과 스트레스가 심해 단약했던 만큼

강제 급여 역시 큰 스트레스로 작용하는 모양이다.



메디비아라는 사료인데 차갑게 주면 안된대서

뜨거운 물을 아주 살짝 섞어 미지근하게 주사기에 넣어 주입한다.

하루 권장량은 저 한 팩인데, 한 팩은 커녕 간장 종지 만큼도 다 못 먹인다.

거부감이 너무 심해서...

시간을 두고 먹으려고 하지만, 내가 가까이 오면 도망가버리니...



약을 먹일 때도 그게 마음 아프고 거품도 물어서 포기했는데

밥과 물은 안 먹일 수도 없다. 먹지 않으면 죽으니까.

식음을 전폐하다가 영양실조로 떠나버린 친구들이 한 둘이 아닌지라

미움 받더라도 강제급여를 포기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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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워서, 힘이 없어서 추욱 늘어진 우리집 고양이...

우리 라따가 처음 왔을 때도 잠만 자느라 늘 몸을 말고 있었지.

이제는 얼굴을 묻고 누워있는 것이 전부인 라따에게

내가 어떤 말을 해줘야 편안하게 눈을 감을지...

우리가 함께 할 날이 얼마나 더 남았을지 손가락으로 헤아려보다 그만두었다.



죽음은 다가올 것이다.

슬픔 역시 밀려올 것이다.

아무렇지 않을 수는 없다.

사랑할 수 있을 때 사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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