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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은진 Oct 21. 2023

일단 오늘은 여기까지만 합시다

내일은 내일의 내가 알아서 해주겠죠



사람은 꾸준히 성장한다지만, 돌아보면 치기어린 시절과 별반 다를 바 없음을 느낍니다. 스스로 성장하기를 거부해서일까요. 생각 없이 흘려보낸 시간들이 아깝다고 생각될 만큼 꽤 많은 시간이 흘렀는데 말입니다. 남들이 보면 고작해야 이십 여년, 앞으로 남은 세월들이 얼마나 많게 보이겠냐만은 상승곡선만을 그려야 할 이팔청춘에 나태는 또 하나의 죄목 같습니다.



자, 그러나 아직 멀게만 느껴지는 미래도 앞서 다가올 일도 미리 걱정하는 건 그만. 오늘의 내가 해야 할 할당량을 다 했다면 걱정도 일도 여기까지만 합시다. 할당량을 다 채우지 못했더라도 열두 시가 지났다면 마법에서 풀려난 신데렐라처럼 컴퓨터도 휴대폰도 끄고 그냥 주무세요. 내일은 내일의 내가 알아서 해주겠죠. 안일한 마음가짐 같나요? 아닙니다. 스스로의 능력을 믿고 오늘 치의 체력을 내일로 비축하는 겁니다.



불안, 조급함, 강박은 사람을 일하게 만드는 원동력이 되기도 하지만 장기화 되면 결국 나를 갉아먹을 뿐입니다. 오늘 치의 체력을 넘어서서 내일, 혹은 모레와 앞으로의 체력까지 끌어당겨 대출하게 되는 거거든요. 할 일을 다 마쳐서 자신감이 생겼다든가, 유독 기분이 좋다는 이유로 계획하지 않은 또 다른 일을 벌이는 것도 금물! 분명 미래의 내가 후회하며 지금의 나를 욕할 겁니다.



경험자이기 때문에 말씀드릴 수 있는 조언입니다. 고작 이 나이에도 얼마나 많은 시행착오를 겪고 있는지 모르겠어요. 되도록 빠르게 현재의 문제점을 알아차리고 고치려고 노력하는 일이 참 중요하다고 느낍니다.



오늘 치의 마감을 다 하지 못했다고 새벽 3, 4시가 될 때까지 컴퓨터 앞에서 백지 화면을 띄워놓는 일은 더 이상 하지 않습니다. 오늘 글이 안 써지네? 그럼 쿨하게 컴퓨터를 끄고 일찍 잡니다. 날씨도 흐리고 유독 운동하기 싫은 날이야. 죽어도 하기 싫어! 그럼 죽어! 가 아니라 헬스장에 안 가면 됩니다. 맛있는 게 자꾸자꾸 땡겨요. 먹었는데 더 먹고 싶어! 그럼 먹습니다. 본인의 기분과 본능을 완벽하게 제어하려고 하지 마세요.



태어났기에 이 세상을 살아가지만 이왕 살아가는 거 행복하게 사는 게 좋잖아요. YOLO족이든 MZ든 간에 결국 그들이 그렇게 살아가는 이유는 행복하게 살기 위함입니다. 그 삶에 만족하기 때문에 그렇게 사는 거예요. 우리도 마찬가지예요. 아등바등 공부하고 회사에서 까이고 실수하고 혼나고 싸우고 하는 모든 일상이 곧 내 삶이라는 결과물을 만드는 과정 중 하나인 거예요.



저는 이런 긍정적인 마음가짐을 품고 살아가기 위해 애쓰고 있습니다. 이 브런치북의 제목을 <MZ세대에서 살아남기> 라고 지었지만, 나중에는 MZ세대를 넘어선 알파세대, 또 우리가 모르는 신조어로 점철된 세상을 살아가겠죠. 흐름이 바뀌고 변화해도 결국 내가 발 디디고 살아갈 세상이므로 그냥 살자! 제가 정말로 하고 싶었던 말은 바로 이것입니다.



노력 과열 현상이 전국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사회에서 모두가 조금씩만 마음을 내려놓으면 더 편해질 텐데. 그러면 지금의 스트레스 양상과 원인 모를 증상들도 나아지지 않을까요? 우리 그냥 행복하게, 나 좋아하는 거 먹고 하고 지내면서 살자고요. 분노하고 낙담하고 체념하기보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면서 말이에요. 이제 주말입니다. 일하지 말고 다들 놉시다! 저도 주말은 좀 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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