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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은진 Oct 20. 2023

결혼은 싫지만 동거는 하고 싶어

그러나 동거는 친구들과 할 거예요





저는 비혼주의자입니다. 결혼할 의사는 있지만 아직 하지 않은 '미혼'이 아니라, 앞으로도 결혼할 의사가 없는 '비혼'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한때 아이를 낳지 않고 사는 부부 '딩크족'이라는 신조어가 생긴 것처럼 우리 사회에 나타난 '비혼'도 점차 하나의 선택으로 자리잡고 있는 것 같습니다. 특히 제 주변 친구들 중에서는 남녀 할 것 없이 결혼할 생각이 없는 자들이 많더라고요.



'아직 어려서 그럴 수 있다' 라는 말은 십 대일 적부터 들어왔어요. 하지만 십 대였던 옛날도, 지금도 별로 생각은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결혼을 통해 동반자를 만들기보다는 억압받지 않고 자유로운 나만의 독신 생활을 즐기고 싶어요.



그렇다고 해서 평생을 혼자 살 건 아니고요. 함께 살 룸메이트를 구해야죠. 사실 내정된 동거인이 이미 있습니다. 바로 친구들이죠! '친구들과 같이 살고 싶다'라는 어릴 적 로망은 자라면서 점차 현실적이고 세부화 된 계획으로 바뀌었고, 취업을 목전에 앞둔 지금은 가장 큰 금전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만의 '노후 셰어하우스' 대계획이 성사되었습니다.




여러분의 노후 계획은 무엇인가요? (Unsplash, Philippe Leone)







흔히들 혼자 살면 늙어서 외로워진다, 돌봐줄 자식이 없어 힘들다는 걱정을 많이 하지만 그건 결국 부양해 줄 가족이나 함께 소통할 사람이 없기 때문에 벌어지는 문제죠. 그러나 같이 사는 동거인이 생긴다면? 서로의 건강을 걱정하고 일상을 공유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삶은 풍족해집니다. 그래서 가족이 필요한 것 아니겠어요.



많은 2, 30대 청년들이 결혼 할 생각이 없다는 연구조사 결과도 나왔었죠. 경제적 어려움, 사회 불안,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등 다양한 원인이 나왔지만 인과성은 비슷합니다. 경기가 어렵고 성평등을 비롯한 각 사회불평등으로 인해 기존의 당연한 인식도 무너진 거예요. 다만 결혼하지 않아도 같이 사는 동거, 사실혼을 긍정적으로 보는 시선이 늘었고 결혼을 하지 않아도 연애는 할 것이라는 의견도 분분합니다.



어느 한 쪽은 사회문제라 걱정하고 또 어느 쪽은 시대의 변화라며 '1인 가구'와 '비혼 동거'가 더욱 많아질 거라고 추측합니다. 막을 수 없고 이미 진행되는 상황이라면 보다 지금을 더 긍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죠. 노인들의 안락한 노후를 보장하는 '실버타운'이 아니더라도, 한 집에 사는 식구로서 일상패턴을 공유하면 그것대로 우리만의 실버타운이 되지 않을까요?



이러한 꿈이 현실로 다가온 건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도서를 비롯한 여성들의 동거 관련 에세이 덕분이었습니다. 그저 소망에 불과했던 계획을 현실화하며 우당탕탕 왁자지껄 살고 있는 여성들의 행복해 보이는 일상을 엿보고 있노라면, 섬세하게 짜인 계획에 또 뼈대를 붙이게 된다니까요. 



열심히 일해 나만의 집을 갖고, 좀 더 꿈을 크게 가진다면 빌라 한 채를 얻어서 우리만의 셰어하우스로 꾸미는 거죠. 각자의 방이 있는 플랫 형태이되 공유 공간을 넓게 만들어 함께 오픈된 주방에서 식사를 하고 작업실을 따로 만들어 작업도 하는 그런 스페이스가 있으면 참 즐거울 것 같아요.



가족과 친구는 엄연히 다른 관계에 속해있고, 친구 역시 동거인이 되면 또 다른 공적인 관계로서 서로를 바라보아야 할 때가 많습니다. 그래서 '친구랑 같이 살면 관계가 망가진다'는 충고도 적잖이 들었어요. 저도 10년지기 절친들이 있지만 생활습관과 패턴이 너무 다른 친구들과 한 집에서 살게 되면 분명히 싸울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적당히 개인 공간과 프라이버시를 중시하며 집안 규칙을 지킬 수 있는 지인이 필요합니다. 물론, 저는 구했습니다! 계획이 성사되기까지는 적어도 수십 년이 남았지만요.



결혼이 아니더라도 연애는 할 생각이 있지만, 지금은 일을 더 사랑하는 탓에 한동안은 '워커 홀릭'으로 살아가지 않을까 싶어요. 사람보다 돈을 더 사랑하게 된 물질주의자의 비애입니다. 그런데 연애를 하려면 우리집 반려묘 라따보다 사랑스러운 사람을 만나야 하는데, 그게 잘 될지는 모르겠어요. 평생 내 귀여운 고양이랑 살고 싶은 걸요. 쪽쪽. 오늘도 퇴근 후 그 부드러운 뺨에 얼굴을 비비기만을 고대하고 있답니다. 고양이 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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