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차, 네 곁에 남을 준비

반상근 근로자가 되었다

by 나은진




1차 병원, 2차 병원 검진에서도 확실한 암 말기 판정 소식을 받은 뒤

그날 저녁 가족 모두가 모인 자리에서 라따의 상태를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폐에 물이 가득 찼다, 전신 전이 되어 수술 및 제거가 어렵다는 객관적 내용에

부정하던 아버지는 술을 마셨고 동생은 세 시간 내리를 찔찔 울었다.





많이 울었다고 생각해 라따의 앞에서는, 가족 앞에서는 담담하려 애썼다.

자기 전 눈물이 멈추지 않아 소리 죽여 울고 요즘 먹지 않던 자기 전 약도 복용했다.

그러고도 새벽에 자꾸 깨어 결국 퉁퉁 부은 눈으로 출근을 해야 했다.









많은 고민을 했다. 라따의 남은 시간을 어떻게 채워줘야 할지,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지.

감정은 남은 모든 시간을 쏟아내어 24시간 곁에 있고 지켜보고 싶지만

나는 일상생활을 유지해야 하는 인간이고, 올해부터 직장을 다니고 있다.




가족들 역시 생계와 학업을 유지하기 위해 낮에는 반드시 집을 비울 수밖에 없는 상황.

대략 낮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는 평일날 라따가 집에 혼자 있었다는 거다.

그 시간 동안 라따에게 무슨 일이 있을지, 외롭지는 않을지... 너무 두렵고 괴로웠다.


내가 보지 못하고 만나지 못하는 시간에 라따가 아프고 떠나버리면,

나는 죄책감과 후회에 휩쓸려 정신을 차리지 못할 것 같았다.




회사와 상의를 했다. 낮 시간만이라도 곁에 있을 수 있게.

사정을 너무나 잘 헤아려주시고 긴급 상황임을 인지해주셔서 당분간 근무를 반상근으로 전환하게 되었다.

오후에는 출근을 해야하므로, 대학생 동생에게 오후 수업과 근무를 빼고 집에 있어달라고 부탁했다.


라따의 상태를 확인할 수 있게 홈캠(펫캠)도 두 대를 주문해 놓았다.

배려해주시는 사람들, 말하지 않아도 각자의 방식으로 라따를 지키려는 가족들에게 고맙다.









예민하고 겁도 많은 우리 라따.

진정제를 먹였지만 오랜 기다림과 검진은 스트레스였을 것이다.

마취제를 놓으면 늘 그날은 힘없이 잠들기만 하는 모습을 보며,

애처롭게 병원에서 차에서 우는 소리를 들으며




아... 우리 라따에게는 항암 치료가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겠구나 생각했다.

암 치료에 완치는 없다. 더더욱 말기라면.

종양이 더 커지지 않거나 진행 속도가 느려지도록 완화하는 게 유일한 해결법이다.

그 과정에서 스트레스를 받아 더 일찍 떠나는 고양이 사례도 종종 보았다.




가족을 닮아서인지 누구보다도 집순이인 우리 라따에게

이 이상 병원에 들락거리며 스트레스를 받게하고 싶지 않았다.

차라리 집안에 출장을 들일 수 있으면 좋았을까?

의사 선생님께서 진통제도 약한 걸로 처방해주셨다.

투약 치료를 하던 친구가 아니기 때문에 강한 마약성 진통제는 오히려 괴로울 수 있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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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미도 잠이 많고 가족들을 닮아 잠이 많은 것이라 생각했는데

기운이 없어진 게 아파서 그런 게 아닐까... 하는 의문도 든다.

다행히 어제 집에 돌아왔을 땐 배가 고팠는지 츄르도 밥도 열심히 먹었고,

오늘 아침에 일어나서 늘 하던 광합성(햇빛 따뜻한 곳에 나가 있기) 루틴도 했다.





겉으로 보기에는 너무 멀쩡해 보이는 아이.

숨소리가 다소 거칠고 빠르다는 걸 왜 일찍 눈치채지 못했을까?

혹이 내가 생각했던 때보다 더 이전부터 만져졌다는 걸 왜 몰랐을까.

이런 후회들이 결국 자책으로 이어진다는 걸 알면서도 '혹시나' '설마' 라는 가정을 버리지 못한다.






라따에겐 평소처럼 굴어야지. 울지 말아야지. 다짐하지만

미어지는 마음은 어떻게 할 도리가 없구나.

당장 너를 보러 가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지만 어른으로서, 사회인으로서 이겨내야지.

더 많은 이야기를 차례차례 나눌 수 있도록 오늘은 여기서 마무리 지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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