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식만 먹어줘도 이렇게 기쁠 수가 없다
오늘부터 오후 출근. 아침에 일어나서 라따 곁으로 갔다.
잠이 많은 라따는 가족들이 나간 낮에는 거의 잠만 자기 때문에,
두 시간 정도 라따 곁에서 눈을 붙이다가 일어났다.
아침 밥도 먹지 않은 라따에게 약부터 급여해도 되는지 ...
강제로 알약을 삼키게 할 때마다 미안한 마음이 든다.
츄르로 쓴 맛을 없애도록 바로 먹였다.
요즘 약을 먹일 땐 이렇게 바로 츄르로 달래준다.
출근해서 보지 못하는 대여섯 시간이 어찌 그리 초조한지.
동생들이 집에 들어오기 전까지의 서너 시간은 혼자 있어야 해서
그 사이에 무슨 일이 있지 않을까 조마조마하다.
펫캠을 사서 설치해두려고 했는데, 해킹 문제 때문인지 아빠가 극구 반대를 했다.
가족과 뜻이 다를 때마다 속이 답답하기도 하고 화도 난다.
이해 못하는 건 아니지만, 불확실한 보안보다는 확실한 라따의 안위를 살피고 싶었는데.
출근하기 전 다이소에 들러 고양이 용품을 구경했다.
라따가 좋아하는 커다란 스크래쳐도 하나 사고,
새로 나온 고양이 간식들도 있길래 몇 봉지 구입했다.
풀무원에서 나온 건강 츄르랑 스트레스 해소에 좋다는 과자볼.
둘 다 집에 와서 먹여 봤는데,
츄르는 잘 먹지만 과자볼은 부스러기를 계속 흘리더니 쌩 가버린다.
혹시나 해서 밥그릇을 들여다보니 아침에 부어준 양과 다를 바가 없다.
순간 쿵 하고 심장이 떨어지는 기분이 들었다.
식욕 저하는 아프다는 증상 중 하나인데.
아빠는 사료가 맛이 없어서 그런 거라고 간식을 하나 더 줬지만,
다이어트용 사료도 너무나 맛있게 와작와작 먹던 라따가 그럴 리 없다.
입맛을 조금이라도 되살려 주기 위해 기호성이 좋은 로얄 캐닌 사료를 구입했다.
씹기 힘들어하는 고양이들에게는 습식 사료가 좋다고 해서 습식과 건식을 동시 구매.
이제 건식 사료에 습식 사료를 섞어서 줘야겠다.
이전보다 더 신경을 많이 써야겠지만, 그러지 못한 날들이 많았으니...
부디 잘 먹었으면 좋겠다. 아플수록 더 잘 먹어야 한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아직까지 간식은 잘 먹어서 불행 중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스크래쳐도 사오니 마음에 들었는지 벅벅 긁고 한참을 거기 앉아있었다.
저녁으로 사온 피자에 딸려온 리본을 흔들어 놀아줬는데,
예전처럼 마구 신나게 달려드는 것 같지는 않다...
더 놀아주고 싶어도 힘없이 누워있거나 잠을 자는 경우가 많아서,
애처롭게 허공을 떠도는 낚싯대가 머쓱하기만 하다.
더 재밌는 장난감이 없을까 고민. 캣휠을 사서 놔야 하나 고민.
가족들은 쓰지도 않는 걸 뭘 사오냐며 반대하겠지만
혹시나하는 마음이 있으니까...
집사는 무엇이든 더 해주고 싶고 더 많은 풍경을 보여주고 싶지만
평생을 집에서 살아온 고양이에겐 그런 경험이 낯설고 스트레스로 다가올 테지.
이 사실이 못내 슬프고, 또 미안하다.
앞으로 다가올 무더운 여름을 견딜 수 있을까? 벌써부터 두렵고 걱정이 된다.
많은 두려움과 슬픔과 후회와 욕심이 밀려오지만 그래도 단 한 가지.
라따가 떠날 때 너무 아프지 않게, 편안하게 갔으면 좋겠다.
지금도 숨 쉬는 게 많이 괴롭고 힘들 우리 고양이에게
하늘이 작은 안식을 내어주기를.
너를 보지 못하고 눈 감아야 하는 밤이 올 때마다 무섭지만
차라리 새벽녘 편히 잠들며 떠날 수 있기를.
아직은 그 날이 가까워지지 않았기를 바라며
맛있는 걸 좀 더 많이, 다양하게 먹어보자. 라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