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차, 노는 것도 싫다냥

하지만 알고 있다, 싫은 게 아니라 힘들다는 걸

by 나은진




좋아하는 낚싯대, 오뎅꼬치, 모루인형

눈앞에서 다 갖다 흔들어서 시큰둥

눈이 살짝 움직이긴 하지만 예전과는 전혀 다른 반응.




하지만 알고 있다, 놀기 싫은 게 아니라 힘든 거라는 걸

누워 쉴 때도 색색 빠르게 들썩이는 숨이

숨 쉬고 살아가는 것만으로도 벅차다는 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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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만큼 열심히는 아니지만, 그루밍은 한다.

초음파를 찍겠다고 배 털을 너무 바싹 깎아버렸는지

마음에 안 드는 눈치로 앞뒷발을 핥는 게 전부지만.



오늘 낮에는 곁에서 조금 눈을 붙였다가 밥 그릇을 먼저 확인했다.

어제와 별반 다를 바가 없다. 한 입도 먹지 않은 것 같았다.

로얄 캐닌 사료가 빨리 오길 바라면서 엄마한테 참치 캔을 사달라고 부탁했다.

다행히 습식+참치라 그런가 조금 먹긴 하지만 열성적이지는 않다.

손가락으로 잘 뭉쳐서 더 먹였다. 먹어야 살지, 라따야.



그나마 츄르, 무스는 잘 먹어서 아침 점심 저녁으로 늘 3개씩 급여한다.

아침, 저녁마다 약을 먹어야 하는데 밥을 안 먹으니까 츄르라도 준다.

캡슐을 먹을 때마다 저항이 더 심해진 것 같다. 입을 강제로 벌려서 그런가 보다.



오늘 저녁에는 캡슐을 먹이려다가 연이어 실패해서

손가락이 찔려 피가 났다. 캡슐은 찌그러져서 더 이상 먹일 수가 없었다.

하는 수 없이 저녁 약은 패스했는데, 속상함보다 미안함이 더 컸다.

조금이라도 아픔을 덜어주려 진통제를 먹이는데, 쓴 약을 강제로 먹이는 게 미안해서.

이 약이 정말로 네 고통을 줄여줄 수 있을지도 알 수 없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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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산 스크래쳐가 마음에 드는지 그래도 잘 긁는다.

아직 그럴 힘은 남아 있어서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바스락거리는 비닐도 하늘하늘 길게 늘어나는 리본도

복슬복슬한 털공도 구슬 소리가 나는 낚싯대도 좋아했던 네가

이제는 그 무엇에도 시선을 주지 않는 것이 못내 슬프다.




현실을 받아들이려고 해도 계속 찾아오는 슬픔과 두려움.

사흘 만에 떨쳐낼 순 없는 거겠지, 그런 거겠지.

눈물은 그쳤지만 라따가 없는 날을 상상할 때마다

늘 절망적이고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캄캄한 미래가 눈앞에 그려진다.




누군가는 너무 의존이 심하다며 지적하겠지만 그럴 수밖에.

나에게는 가족 그 이상의 존재다. 너무 많은 정을 줘버렸다.

처음 만날 때부터 너와의 이별을 직감했던 나는

정을 많이 주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근데 불가능하더라. 어떻게 애정을 제어할 수 있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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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에 채 담기지 않는 실물, 내 눈으로 보는 게 너무 예쁜 내 고양이.

부디 매일매일 너를 생각하며 쓰는 이 글이 오래오래 이어지기를.



사랑한다는 말도 머리 위에 얹는 뽀뽀도 네겐 귀찮고 질리겠지만

매일 먹이는 약이 너무 쓰고 괴롭겠지만

조금만 더 못난 집사를 용서하고 이해해주길.

내일 또 보자, 라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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