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으른 집사 곁에 있어줘서 고마워
우리 이쁜 라따. 아직 잘 지내는 중.
주말에 못난 집사가 놀러 간다고, 월요일에는 야근하느라 바쁘다고
꾸준히 포스팅을 못 올리는 게 아쉬울 뿐.
오히려 활기찬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데 그 이유는...
솔직하게 말하면 주말부터 약을 먹이지 않았다.
병원에서 가루약만 주시고 공캡슐을 안주셔서 약을 못 먹였는데
아빠가 약을 안 먹으니까 오히려 밥도 먹고 활기찬 것 같다며
주말 동안 상태를 지켜보자고 해서 못 이긴 척 상황을 돌아보았다.
정말로 약을 안 먹이니 밥도 조금 먹고 간식도 먹고
부르면 소리내어 울어주고 잘 돌아다니는 모습을 보였다.
새벽에 먹은 걸 또 사료토 해서 걱정스럽긴 했으나
입맛이 그나마 돌아오고 기운을 차리는 것 같아
참 이중적인 감정이 들기 시작했다.
약 스트레스가 커서 그런지 오히려 약을 안 먹을 때 더 건강해 보이다니?
참으로 아이러니한 일이다. 이 진통제가 고통을 줄여주고 염증도 줄여줄 텐데...
필건? 약을 빠르게 넣어 먹일 수 있는 걸 사서 바로 목구멍에 쏘아줄까보다.
일단 공캡슐을 받으러 인근 동물병원이라도 가야하는 게 우선.
주변 약국을 다 둘러봤는데 공캡슐은 따로 판매하지 않는다고 한다.
인터넷에서는 100개씩 파니까 동물병원을 방문하는 걸 추천한다...
아무튼 밥을 안 먹으면 강제 급여라도 할 생각이었는데
이렇게 쫌쫌따리 간식도 먹고 밥도 조금씩 줄어드는 걸 보면
식사를 아예 거부하는 건 아니라서 어떻게 해야 할지 착잡하다.
이성적으로는 약을 먹이는 게 더 좋은 선택, 항암 치료도 해주면 더 좋겠다고 생각하지만
어쩌면 이게 욕심일 수도 있지. 라따한테 의사를 물어볼 수도 없고.
그렇게 약을 안 먹인지 4일째. 라따는 제법 활발하다.
오늘은 심지어 장난감에 관심을 갖고 놀기도 했다.
친구가 사온 츄르는 2개나 먹어치웠다. 내가 사온 건 눈길도 안 주면서...
5kg의 고양이는 하루에 츄르를 3개 공급해도 된다고 적혀있어서
오늘 저녁에도 츄르를 1개 더 먹였다.
건 사료를 잘 먹지 않고 습식 사료는 아예 손도 대지 않기 때문에
최대한 부드럽고 삼킬 수 있는 음식, 간식 위주로 주고 있다.
스낵형 간식도 먹긴 하지만 반쯤 뱉는 게 많고 잘 안 먹어서...
최근엔 아빠가 닭도 삶아줬는데 먹질 않는다 ㅠ
치킨은 잘 먹으면서 어떻게 그럴 수 있니 너도 튀긴 게 더 좋니?
검진 후 약을 먹일 때는 늘 잠만 자고 기운이 없던 라따가
저녁 ~ 새벽에는 평소처럼 늘 돌아다니면서 관심을 보이니
사실 보호자 입장으로선 어? 지금이 괜찮은 것 아닌가? 하고 착각하게 된다.
그동안 좋은 집사님들이 치료 후기, 보조제 추천 등
여러 방법을 권해주셨고 나도 열심히 검색해 보았지만
평생을 집 안에서 밥과 간식만 먹으며 살던 라따에게
그 좋다고 하는 것들이 정말 본묘에게도 좋을지 모르겠다.
웬만해선 입맛 까다롭지 않게 잘 먹던 너잖아.
새로운 밥도 간식도 먹어주면 안 되겠니?
원래 몸에 좋은 약은 쓴 법이라는 것을...
미움 받는 한이 있더라도 다시 도전해 봐야겠지.
이번 주 내로 공캡슐과 필건을 사야겠다.
소화에 도움이 될 수 있을 법한 보조제도 먹여도 되는지 꼼꼼히 검색해보고
건사료는 정말 미미하지만 줄어들고는 있으므로
라따가 어떻게 해야 밥을 더 잘 먹을지도 의사와 논의해야지.
오늘도 너와의 시간이 조금 더 길게 이어지길 소망하며
가족들 사이에서 푸근하게 잠든 네 정수리에 한 번 입 맞추고
내일을 살아갈 힘을 얻는다.
사랑해, 잘자, 라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