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집사가 되긴 글렀나보다
글을 적는 것도 라따를 돌보는 것도 벌써 소홀해지기 시작하다니.
못된 집사가 분명하다...
휴일이 되면 나도 놀아야겠다는 생각에 바깥으로 나가버려서
집에 있을 라따에 대한 걱정을 잠시 잊어버린다.
주말 사이 라따는 잘 지냈다.
밥도 먹고 물도 먹고 배변도 하고 잠도 자고.
다만 날이 급격히 더워진 탓에 기운이 없어 보이는데
시원한 바닥에 늘어져서 누워있는 모습을 보니 미안한 마음도 든다.
지난 여름에도 엄청 더웠지.
에어컨도 전기세 때문에 항시 틀어두진 않아서
가족들 모두가 더워서 기운 없이 늘어져 있을 때 라따도 그랬다.
이번 여름을 잘 견뎌낼 수 있을까? 우리 둘 다 말이야.
평소와 같은 모습을 볼 때마다 안심하지만
또 어딘가 아프거나 불안정한 호흡을 보일 때마다 심장이 덜컹거린다.
오늘은 잘 자는 모습을 보고 출근했는데,
집에 돌아온 동생이 계속 기침을 멈추지 않는다고 해서 불안했다.
폐에 물이 차서 숨 쉬기가 힘들어 기침을 하는 것일텐데,
이제 정말로 약을 먹이지 않으면 안 되겠구나 싶어서.
네가 원하는 건 무엇일지,
내가 해줄 수 있는 최선은 무엇일지
고민하게 되는 요즘.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말만 자꾸 하게 된다.
같은 노령견을 키우고 있는 지인이 한 달 정도 경과를 지켜보다가
병원에 가서 상의해보는 게 어떻겠냐고 의견을 줬는데,
또 스트레스를 받아버리면 어쩌지... 벌써부터 막막해진다.
바쁘다는 이유로 온전히 네게 집중하지 못하는 시간들이
또 나를 위한다는 이유로 네게 소홀해지는 순간들이
죄책감과 업보로 돌아와 나를 미워하는 날이 올 것을 알기에
복잡한 마음으로 오늘도 너를 보고 자리에서 일어선다.
라따야, 언니 출근하고 올게.
저녁에 보자. 푹 자고 있어.
그리고 자는 얼굴에 쪽 뽀뽀하기.
오늘도 돌아오면 반갑게 나와서 맞이해주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