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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까만여우 Aug 07. 2021

"기획자의 독서"를 읽고 -1편

'직업으로서의 기획자'로 자리를 바꿔 앉은지 서너달이 지나가고 있다. 20년을  회사에서 소프트웨어개발업무를 하다가 바로 "그" 회사 "기획자"로 아주 작은 삶의 변주를 시작했다 생각했지만, 생각 이상으로 낯설게 펼쳐지는 풍경들에 당황하고 있다.


작가님이 말하는 '생존 독서' 이 책이 내  앞에 나타난 것 같다.


책의 차례는 '읽는 사람', '읽고 생각하는 사람', '읽고 생각하고 펼치는 사람' 3단계로 구성되어 있다. 마치 기획자의 '진화'를 표현하는 것 같기도 하고, 거쳐가야 할 마일스톤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기획자라면 마주 할 혼란 공감해 주는 문장들 있고, 당분간은 '직업으로서 기획자'로 살게 될 날들에 안심과 기대를 주는 문장들을 만다.


| 경로를 이탈 하였습니다  

"저는(조금은 의식적으로) 학습 경로를 피하는 데서부터 시작했습니다. 낯설게 보려면 관점을 바꿔야 하고, 관점을 바꾸려면 바라보는 위치를 다르게 해야 한다는 단순한 접근에서였죠. 그리고 이 학습 경로란 것은 눈에 보이는 물리적인 공간에만 적용되는 게 아니라는 사실도 알았습니다. 우리 머릿속에도 늘 익숙하게 짜여진 루트가 있고, 그 길을 따라 쉽게 생각하고 받아들이려 하는게 본능이니까요"

-page 222.


자리를 옮겨 앉으니 그 간의 익숙한 기준과 잣대들을 습관처럼 들이대는 순간들, 나의 편견과 오만함을 인식하는 순간들이 쉽게 드러난다. 반대로 나를 불편하게 하는 타인의 잣대도 그의 단점이 아니고, 그의 삶의 배경임을 알고 공감하게 된다. 기존의 경계가 무너지는 그 순간, 더 넓어진 나의 세계들을 반갑게 만나고 새롭게 느껴보겠다고 생각해본다.


|취향, 그 참을 수 없는 가벼움

그래서 언젠가부터 별로 흥미가 없는 것들도 한 번쯤은 제대로 들여다보려고 노력합니다. 싫어하는 것, 자신 없는 것이라고 기피하면 그 분야에 대한 이해도가 점점 낮아지고, 그것이 꼭 필요한 때에도 고려 대상에서 은근슬쩍 제외하게 되거든요. 결국 야구 방망이를 써야 할 때 탁구채를 드는 해피닝이 생기기 마련입니다. 그러니 책이든 음악이든 물건이든 음식이든 간에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에는 꼭 한번 가까이 가보기를 권합니다.

나름 이 업계에서 연차가 쌓이다 보니 '다름을 위한 다름' 만큼 촌스러운 것도 없는 것 같아요.

-page 238


나의 취향을 찾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고, 다른 사람의 취향을 무시하는 것은 무섭게도 너무 쉽다.  

다른 사람까지 갈 것도 없고, 내 입에서 나가는 말들이 '다름을 위한 다름'의 의견인지 늘 생각하며 살아가자.


| 루틴은 죄가 없다

"화려하진 않아도 제법 맛있는 카레를 만들고 싶다. 오늘은 어제보다 괜찮은 카레를 만들려고 애쓰고, 매일 눈물을 흘리며 양파를 썰고 볶는 삶이다. 무지개 색처럼 다채로운 사람을 만나고, 다양한 기분을 마주하는 일이다. 지금까지 만난, 또 앞으로 만날 카레 가게에서 느낄 따듯한 공기를 소중히 기억했다가 카레 레인보우를 찾는 사람들에게 비슷한 공기를 내어주는 일을 하면 기쁠 것 같다."
- <오늘의 기분은 카레>, 노래, 위즈덤하우스, 'p. 112

-page 278


죄 없는 루틴에 많은 누명을 씌운 사람 중 한 명으로서 부끄러워졌던 문장이다. 스스로 정리하지 못하고 얽혀있는 부정적 감정들이 이 문장으로 너무 쉽게 내뱉어졌던 것 같다.

"이런 루틴한 일은 정말 싫어." 이제는 정말 오만함을 내려놓아야 하는 순간이다.


 내 삶에  "좋은 결과를 목표로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 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설계한 행동"을 하지 않는 나의 게으름을 루틴의 탓으로 그만 돌려야겠다.


|직업으로서의 기획자

나는 내가 하고 있는 일을 이렇게 적나라하게 해체해서 바라본 적이 있었을까, 누군가에게 내가 하고 있는 일을 소개한다면 그 본질과 속성을 이처럼 세밀하고 생동감 있게 묘사할 수 있을까 하는 자기 반성을 하도록 만들거든요. 그렇게 들여다본 '나의 일'은 어떤 모습인지, 기획이라는 것을 직업으로 삼고 사는 건 또 어떤 의미인지를 되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page 282


내가 자리를 옮겨 앉은 이 곳은, 연륜 있는 기획자들이 많지만, 기획 업무의 범위, 자질, 태도를 쉽게 신입기획자에게 얘기하지 않는다. 오히려 "밖에서 보는 기획팀은 어떤 모습이었어요?" 라는 질문을 받았다. 쉽게 전달할 순 없지만, 아마 링위에서 오래 버틴 '연륜' 있는 기자만이 아는 기획일의 의미, 그 무엇인가가 분명 있는 것 같다.


작가님처럼, 스스로에게 묻고 답하며 나의 일의 본질을 느끼고, 언젠가는 꼭 묘사해 보고 싶다.


|"링에 오르기는 쉬워도 버티는 건 쉽지 않다"
-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 현대문학 p.16

저는 기획자로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무게중심' 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어떤 가치를 추구하는 사람이고 어떻게 일을 풀어가는 사람인지에 대한 스타일 정도는 정립되어 있어야 하는 거죠.
...(중간생략)

대체 불가능까지는 아니어도 나에게 맞는 일을 끌어오는 자성정도는 띄고 있는 게 유리한 거죠. 나의 가치관으로, 나의 스타일로, 나의 결과물로 조금씩 존재감의 뿌리를 내리고 있으면 주변에서 먼저 인정하고 알아보는 법이거든요.  


책을 읽는 동안 예상치 못한 공감, 위로, 든든함, 기대감, 설렘을 느끼는 나를 발견한다. 작가님이 말씀하신대로 정해진 영역도, 명확한 커리어 패스도, 검증된 스킬도 없는 기획이라는 망망대해에서 선배동료로서 '우리' 기획자들이 쉽게 빠질 수 있는 함정들에 진심으로 안타까워하는 것이 느껴지고, 내가 새롭게 만들어 갈 기획자의 길에 감동, 설렘도 있음을 알려주며 응원해주는 것만 같다.


이번 서평의 제목은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처럼 「"기획자의 독서"를 읽고 - 1편 으로 정해본다. 나만의 유니크한 기획자의 길을 늘 생각하며 살아가고 싶고, 다른 기획자의 길들과 이어지길 바라는 마음에 여지를 남겨두고 싶다.


이 글은 독서모임 성장판 활동으로 위즈덤하우스의 책을 지원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책을 읽고 본인의 주관적인 해석을 기록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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