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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나검 작가 Jul 03. 2024

을해년주_겁재

어린 나는 과거의 어두운 면을 잊지 못해 끊임없이 보여준다

겁재 : 위협할 겁(劫), 재물 재(재). 재물을 위협하다; 나의 맞은편에서 나를 향해 당기는 강한 힘, 나의 어두운 면을 도발하는 힘.


한창 대기업에 다니시던 아버지는 어느 순간부터 집에서 쉬시기 시작했다. 그때가 거의 내가 중학생 때쯤이었던 것 같다. 그리고 동시에 나는 한창 사춘기가 시작될 무렵에 자신의 감정과 생각하는 것에 있어서도 변화가 일어나고 있음을 느꼈다. 여기에는 집안 환경도 한몫한다고 생각하면서.


의외로 어렸을 때부터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자랐던 나는 자라면 자랄수록 꽤나 극단적인 생각들을 많이 했다. 죽고 싶다, 자살하고 싶다, 그런 어두운 생각들.


사실 나의 집안은 몇몇 가정들과 비슷하게 부모님의 싸움이 잦은 편이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생각하는 대로 주원인은 ‘돈’ 때문이었을 게다. 그렇게 싸우는 과정에서 나의 눈에 비치는 모습들은 대부분 아픈 기억으로 남았다. 어렸기 때문에 나는 잘 모르지만, 부모님의 싸움에서 있었던 그 행동들은 잊을 수가 없었다. 어머니가 막 울면서 창문 밖으로 뛰어내리겠다느니 마니, 화가 난 와중에도 그런 어머니의 행동을 만류하는 아버지, 겨우 창문에서 벗어나게 하고도 끊임없이 큰소리를 치며 오가는 싸움, 그러다가 어머니가 지쳐 구석에서 몸을 웅크려 엉엉 우는 그런 모습들까지...


나는 어렸다. 여전히 많이 어렸을 때다. 그래서 나는 힘이 없었고 막을 힘도 없었다. 그저 동생과 같이 개어진 이불 뒤에 숨어서 엉엉 울며 “엄마! 엄마!”하고 외칠 뿐이었다. 아버지가 무서워서 극단적으로 행동하는 어머니에게조차 다가갈 수가 없을 정도로 그 상황이 너무 무서웠다.


그래서일까. 어렸을 때부터 꽤 시간이 흐르도록 그런 상황들을 종종 목격하게 되는 나는, 어느 순간부터 마음에서부터 독기와 살기를 품기 시작했다. 그래, 한 번 해보자, 너 죽고 나 죽자 등 이런 마음가짐을 품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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