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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나검 작가 Jul 03. 2024

꾸준히 읽고 싶은 글은 어떤 글인가

나와 비슷하거나 아예 다른 세계관을 가진 글쓴이의 글에 빠져들다

2023년 7월 6일 목요일. 이때는 내가 처음으로 ‘스레드’란 어플에 가입한 날짜다.


그 당시의 나는 심적으로 무척 힘든 상태였고 아무것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 우울함에 빠져있었다. 그러다가 바로 전 직장에서 퇴사하고 심신이 매우 지쳐있는 상태일 때 우연히 ‘스레드’란 어플을 알게 되어 나의 글을 쓰기 시작했다. 스레드는 인스타그램과는 달리 주로 ‘글’로 나의 피드를 채우는, 그런 플랫폼이었다. 광고성 및 반복적이거나 자극적인 사진과 영상에 지쳐있던 나는 스레드란 어플이 무척 반갑게 느껴졌고 무엇보다 글쓰기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이만한 플랫폼이 없다고 느껴 시작하게 된 거였다.


당연히 새롭게 시작하는 어플이다 보니 0에서부터 시작했다. 하지만 스레드에서만큼은 팔로워 수에 연연하거나 욕심내지 않기로 마음먹고 무작정 나의 글, 나의 이야기를 써 내려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나만의 이야기를 꾸준하게 써 내려가다 보니 어느새 스레드에서도 1000이라는 숫자를 넘어서서 많은 분들이 나를 팔로워 해주시기 시작했고 나 또한 다양한 글을 쓰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게 되었다.


지금까지도 내가 스레드에서 꾸준히 활동하는 동안 느낀 것은, 정말이지 이 정도면 작가로 활동해도 좋을 정도의 분들이 아닌가 싶을 만큼 글을 무척이나 잘 쓰는 분들이 많다는 것이다. 시를 쓰는 사람이거나 혹은 소설을 쓰는 사람이거나 혹은 에세이를 쓰는 사람이거나 등 나와는 또 다른 색의 글을 쓰는 사람이 많은 만큼 그런 글쓰기 실력을 나도 배우고 싶다고 느낄 정도였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내 마음을 이끄는 글은 나와는 또 다른 세계관을 지닌 사람들의 글이었다. 나와 비슷한 듯 다른 듯한 삶을 살아온 사람들. 그들의 삶과 가치관, 그리고 세계관이 담긴 글에 매료되었다. 과거의 힘들었던 기억들도 덤덤하게 털어놓거나, 또는 자신만의 사상을 단어 하나하나에 녹여서 시를 쓰거나, 자신이 가진 세계관을 거침없이 다양한 표현을 담아 소설을 쓸 때면 어김없이 나의 눈길을 끌곤 했었다.


특히 나의 눈길뿐만 아니라 마음까지도 훔친 친구가 있었다. 그 친구는 나와는 조금 다른 병을 가지고 있었고 글쓰기에 진심인 친구였다. 종종 내가 글쓰기에 머뭇거리거나 다른 사람들의 눈치를 보고 있을 때 그 친구는 이렇게 말했다.


너는 너고 나는 나야.


이 짧은 문장에 탄식이 절로 나왔다. 그래, 너는 너고 나는 난데 왜 나는 자꾸 타인의 시선에만 신경 쓰는가. 왜 나보다도 타인을 우선시하는가. 나의 글을 쓰겠다면서, 또 글쓰기를 통해서 자유롭고 싶다고 생각하며 글을 써왔으면서 왜 자꾸만 타인의 입맛에만 맞추려고 하고 나를 검열하려고만 하는 것인가. 짧지만 강한 의미가 내포되어 있는 이 문장에 참 많은 생각이 들었다.


비록 지금은 그 친구와의 소통이 단절되었다. 처음에는 마음이 아팠지만 시간이 지나고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겠지 하며 훌훌 털어놓기를 연습했다. 연습했다고 표현하는 이유는, 그 정도로 그 친구와 그 친구의 글에 완전히 빠져있는 상태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친구는 지금의 나를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나는 여전히 그 친구가 보고 싶다. 그 친구의 글이 보고 싶다. 무엇보다도 그 친구의 글을 읽으면 읽을수록 내가 이 친구의 글을 좋아하는구나, 계속해서 찾아보고 싶어 하는구나 하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나도 이 친구처럼 글을 계속해서 쓸 수 있을까. 지금의 나처럼 다른 누군가가 끊임없이 나의 글을 기다리고 또 꾸준하게 찾아봐주는 그런 글을 말이다. 뒤늦게 나란 사람을 알게 되어서도 지난날 쓴 글들을 찬찬히, 쭈우욱 내려봐 줄 그런 독자분들이 생길 만큼의 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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