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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나검 작가 Feb 11. 2023

MBTI와 과거, 그리고 성향과 성격

MBTI로 사람을 판단할 수 있는가

요즘은 MBTI가 대세인 듯하다. 이뿐만 아니라 이를 기반으로 다양한 형태로 여러 가지의 테스트들도 많이 나오는 추세인지 심심치 않게 인스타그램에 접속해서 몇몇 사람들의 스토리만 눌러봐도 그들의 결과를 알 수 있을 정도다.


그러다 문득 그런 의문이 들었다. '나는 이런 사람이에요'라는 지표 정도로 보고 알아가기 위해서 MBTI와 이를 포함한 여러 테스트들을 재미 삼아 보곤 하는데, 왜 그 사람이 그러한 성향이나 성격을 가지게 됐는지에 대한 과거의 이력에 대해서는 좀처럼 알려고 하지 않을까. 혹은 왜 그런 부분에서는 알려고 하는 것에 대해 꺼려하는 것일까.


물론 사람마다 자존심이란 게 있고 자신의 과거를 굳이 들추고 싶어 하지 않은 채로, 그저 현재만을 충실하게 살아가고자 하는 마음이 큰 사람들 또한 존재한다는 걸 안다. 하지만 MBTI 하나로, 그리고 몇몇 단순한 테스트만으로 그저 재미를 위해서 한 사람, 한 사람을 알아간다는 게 이상하리만치 씁쓸하게 느껴졌다. 사람의 뇌는 우주의 축소판이란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닌 것처럼, 한 사람을 알아간다는 건 꽤나 많은 에너지와 끊임없는 관심이 필요한 법인데 말이다.




너는 어렸을 때부터 그랬다.
뜨거운 열기를 내뿜는 주전자가 있으면 옆에서 손가락 하나만 뻗고는 깔짝깔짝 건드려보려고 하고 있을 때 그거 뜨겁다고, 만지면 안 된다고 주의를 주면 바로 손 안 대고 그랬다.


엄마와 둘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데 옛날, 내가 어렸을 적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그때 시절만 떠오르면 엄마는 늘 그랬다. 뭘 모르는 아기 시절 때부터 너는 되게 조심성 있는 아이였다고, 조금만 위험하다 싶으면 건들지 않았다고 말이다.


아휴, 동생은 아니었지.
걔는 그거 뜨거우니까 조심해야 된단 말이 나가기 전에 이미 손이 먼저 앞으로 나갔다. 그러고 눈물 펑펑 쏟고.


하지만 연년생인 여동생은 나와 달랐다. 동생은 매번 조심성 있거나 생각이 많은 언니인 나와는 달리, 무작정 행동부터 행했다. 어린아이가 뭘 알까 싶을 때부터 나와 동생은 이미 이때부터 차이가 났던 것이다.


성장하고 어른이 된 지금도 그 차이를 종종 체감한다. 나는 여전히 생각이 많고 이것저것 따지며 조심하는 반면, 동생은 일단 하고 보자는 주의로 행동을 하고 실천에 나선다. 그런 동생의 면모를 닮고 싶은 언니라 한 번씩 나의 성격과 성향을 부정하고 싫어할 때도 있지만 지금은 애써 외면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지금 이렇게 글을 쓰는 것도 어쩌면 받아들이기 위한 노력의 일부분일지도 모르겠다. 그렇다고 이런 나의 성격과 성향이, 틀린 게 아니라 다른 것이라 생각하면서.




사람은 생각보다 집안 환경과 그동안 살아오면서 축적된 수많은 경험치들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 그래서 사람은 보통 세 가지 형태로 나뉠 것이다. 과거에 머무는 사람, 미래를 걱정하는 사람, 현재를 충실하게 살아가는 사람.


그중에서도 좀처럼 과거에 얽매여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한 사람의 이야기를 이제부터 차차 풀어써보려고 한다. 20대의 막바지, 그동안 함께해 온 상처가 너무 깊어서 다 아물지 못한 과거의 10대 시절의 나와 아등바등 살아온 20대의 나와 함께 말이다. 글을 쓴다고 해서 10대와 20대의 나를 온전하게 마음이 편해지도록 할 수는 없겠지만 이제는 그 상처와 마주할 수는 있을 것 같아서, 그리고 덤덤하게 다른 이들에게도 이런 삶을 살아왔다고 털어놓을 수 있을 것 같아서 천천히 글로 풀어보려고 한다.


아, 그리고 미리 다음 글로 넘어가기 전에 귀띔해 두자면 나의 사주팔자와 그에 속한 다양한 살들을 하나씩 언급하면서 관련된 사연들을 하나씩 풀어가며 글을 써 내려갈 예정이다. 그래서 사주팔자에 대해서 어느 정도 아시거나 공부하신 분이라면, 내가 글을 하나씩 풀어쓸 때마다 대충 어떤 사람이다 하고 예상이 가능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참고로 나는 사주팔자에 대해서 잘 알고 글을 쓰는 게 아니라, 그냥 몇 가지의 단어들이 어떤 뜻을 지니고 있는지에 대해서 검색 조금 한 게 전부니 사주팔자 풀이를 위한 글이 아님을 미리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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