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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나검 작가 Jul 10. 2024

에쎄 수 할아버지

<4> 한결같이 에쎄 수 담배 위주만 찾으셨던 할아버지

담배만 어느 정도 외우면 반은 다된 것이라는 점주님 말씀처럼, 확실히 담배에 익숙해지니 몇몇 단골손님들이 피는 담배가 무엇인지도 조금씩 외울 수 있게 됐다. 그래서인지 어서 오세요라고 인사를 끝마치기도 전에 이미 몸은 담배 쪽으로 돌려 담배를 하나 집어서 바코드를 찍는 경지에 이르기까지 했다. 손님은 다른 말이 필요 없을 정도로 빠르게 결제를 하고 나가실 수 있을 정도로 말이다.


‘에쎄 수’ 담배만 사가시던 할아버지 손님도 그랬다. 내가 근무하는 동안 거의 매번 에쎄 수 담배만 사가셨다. 당연히 초반에는 에쎄 수 담배 위치를 몰라 헤맸었다. 그래서 할아버지께서 같이 찾아보시고는 먼저 손가락으로 가리켜주셨다. 덕분에 나는 에쎄 수 담배를 눈에 담을 수 있었다. 딱 나무색깔의 대나무 그림이 그려져 있던 담배였다. 할아버지는 담배만 사시고 말없이 나가시곤 하셨다.


그 할아버지는 종종 찾아오셨다. 오실 때마다 다른 제품들은 보거나 구입도 하지 않으시고 오로지 담배만 구입하셨다. 똑같이 에쎄 수로. 뭔가 무덤덤하신 할아버지 손님이셨는데 인상만큼은 뭔가 인자해 보이시는 분이라 지금도 기억에 남는 손님 중 한 분이시다. 나의 외할아버지를 보는 기분이 든달까(물론 외할아버지는 비흡연자이셨지만). 지금은, 벌써 7년 정도 지난 일이라 할아버지 손님의 모습이 거의 흐릿해졌지만 말이다.


내가 관둘 때쯤에서야 할아버지 손님이 내게 몇 마디 하셨던 걸로 기억하는데 무슨 말씀을 하셨는지는 기억이 나질 않는다. 그게 몇 안 되는, 할아버지와의 대화였는데 말이다.




1년도 아니고 2년도 아닌, 6-7년 정도 전의 일을 회상하며 글을 쓰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일하면서 내 기억 속에 인상 깊게 남은 사람들, 그리고 특별한 상황들을 최대한 떠올리며 여기에 글을 써서 기록을 남기고 싶다. 흐려져 가는 기억들을 여기에 붙잡아놓고 나면, 그때서야 마음을 편하게 먹고 또 머릿속에서도 깔끔하게 비워낼 수 있을 것 같아서다. 무엇보다 안 좋았던 기억들을 그냥 잊으라고 하지만, 나는 오히려 이렇게 기록으로라도 남겨놓지 않으면 계속 머리에 둥실둥실 떠오를 것 같다. 그게 싫어서 이렇게 글로 과거의 경험들을 써놓는다.


새로운 걸 담기 위해서라도, 글로써 묵혀있는 것들을 비워내는 작업을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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