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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나검 작가 Dec 08. 2021

로망을 갖고 시작한 편의점 알바

<1> 가장 해보고 싶었던 알바를 시작해보다

아직 대학생이란 신분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때, 그러니까 어떻게 보면 가장 바쁠 시기인 3학년(2017년) 때, 나는 그때부터 처음으로 편의점 알바를 시작해보게 됐다.


그전에는 앞서 적었던 글처럼, 마트에서 단기로만 몇몇 아르바이트를 해봤을 뿐이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최소한의 용돈 벌이 정도는 내가 해결하고 싶었고 바쁘더라도 내 앞가림 정도는 해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부터였을까. 아무리 바빠도 나는 틈나는 대로 알바 자리를 알아보곤 했었다.


하지만 단기로 마트 아르바이트만 해본 나에겐, '신입'이라는 딱지를 떼지 못한 채로 알바 자리를 알아보다 보니 쉽게 구할 수가 없었다. 그때의 기억이 거의 흐릿해지긴 했지만, 그 까마득한 기억 속에서 어렴풋이 떠오르는 느낌으로는 대부분 서류에서부터 떨어졌던 것 같다. 운이 좋으면 면접에서 떨어지거나.




나는 아르바이트를 시작하기 전에, 가장 해보고 싶었던 일이 바로 '편의점 알바'였다. 소극적이고 많은 사람들과 부대끼며 일하는 게 아직까지는 서툴고 낯설어하고 별로 좋아하지 않던 나에게, 혼자서 충분히 맡아서 일을 할 수 있는, 편의점 알바생이라는 일이 매력적으로 보였던 것이다.


그래서 그 당시의 나는, 아르바이트를 알아볼 때 편의점 알바 위주로 알아보곤 했었다. 카페 알바에 대한 로망도 있었으나, 손님이 없을 때, 나 홀로 시간을 보낼 수 있을 때 틈틈이 과제를 하거나 시험공부를 하기에는 편의점 알바가 제격이라고 생각했기에 꼭 한 번은 편의점에서 근무해보고 싶었다.


이런 내 마음이 어느 정도 전달이 된 것일까. 집에서 조금 가까운 곳에 있는-그래도 걸어서 약 15분 정도 가야 하는 거리이긴 했지만-편의점에서 면접을 봤었는데 약 이틀 후 점주님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혹시 다음 주부터 바로 근무 가능하냐고 말이다.


전화를 끊고 나선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사실 그 편의점에서도 근무할 수 있을 거라 자신이 없었다. 면접을 볼 때도 내 느낌상, 점주님 역시 다른 사람들처럼 경력자를 원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었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나는 면접을 보고 나서도 미련 갖지 말고 다른 곳도 더 열심히 알아보자는 생각으로 편의점에서 나왔었다. 그런데 예상치 못하게 면접에서도 합격이라니.




나중에 몇 번 정도 출근하면서 점주님께 들은 얘기지만, 내가 생각했던 대로 점주님께서는 경력직을 원하셨으나 최저시급에 미치지 못한 시급으로 인해 사람이 쉽게 구해지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 신입이지만 최저시급만큼 받지 못해도 일할 수 있다고 했던 내가 생각나셔서 연락을 하신 거라고 한다.


솔직히 지금의 내가 생각해봐도 어디서 일하든 최저시급만큼은 제대로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하지만 그 당시의 나는 최소한의, 생활할 수 있을 정도의 돈이 필요했고 최저시급보다 못한 돈을 받는 한이 있더라도 일을 해보고 싶었던 마음이 컸던 것 같다. 일단, 무슨 일을 하든 경험을 해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게 더 우선이었지 싶다. 만약 그렇지 않았다면 나 또한 그 편의점에서 근무하지 않았을 테니 말이다.




최저시급에 미치지 못한 시급을 받기로 하고 일을 시작하면서도 나는 실수에 대한 두려움과 새로운 일을 해본다는 설렘의 감정이 훨씬 더 컸던 것 같다. 그래서 신입인 나를 채용해주셔서 처음부터 일을 가르쳐주시고 조금씩 실수를 해도 크게 나무라지 않으시면서 다시 한번 알려주셨던 점주님께 감사했다. 그런 점주님의 이해심에 돈을 적게 받더라도 의리로 편의점 알바를 계속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약 9개월, 그러니까 앞으로 소개할 아르바이트 중에서도 가장 오랜 시간 동안 근무했던 일이 바로 이 편의점 알바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9개월이란 시간 동안 근무했던 아르바이트이기에, 그만큼 에피소드가 많다. 그래서 한동안은 몇몇 에피소드들을 생각나는 대로 적어보려 한다. 따로 기록을 해둔 게 없고 기억이 얽혀있는 터라 순서는 다를 수밖에 없지만 최대한 기억나는 대로 적어보려고 하니 기대해주셔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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