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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나검 작가 Dec 08. 2021

편의점 알바의 절반은 담배다

<2> 담배만 잘 팔아도 편의점 일은 절반은 해낸 것

편의점에서만큼 담배를 쉽게 볼 수 있는 곳이 또 있을까. 2017년 4월, 신입이라는 이름으로 처음 시작하게 된 편의점 아르바이트는, 그야말로 내겐 신세계였다.




잔뜩 긴장한 채로 출근한 첫째 날. 푸근한 인상의 점주님께서는 기분 좋게 나를 맞아주셨다. 그러고 특유의 편의점 유니폼을 건네주시며 하나씩 알려주시기 시작했다. 포스기 사용법부터 담배 외우는 것, 그리고 상품 진열 방식 등 기본적이지만 꼭 필요한 업무 내용을 알려주셨다.


첫날에는 처음이라 점주님께서 연장해서라도 내가 퇴근하기 전까지 같이 계셔주셨던 걸로 기억한다. 하지만 둘째 날부터는 달랐다. 한두 시간 정도만 같이 있어주시고는 내게 처음으로 혼자 하도록 일을 맡기셨다. 사실 그때부터 어찌나 긴장이 많이 되던지.


신입인 데다 한두 번 가르침을 배운 것으로 혼자서 근무를 해본다는 건 그야말로 도박처럼 느껴졌다. 점주님께서는 직접 부딪혀보며 일을 해보는 게 가장 빠르게 배울 수 있고 터득할 수 있는 방법이라는 생각으로 내게 맡기셨지만, 정작 나는 두려움 그 자체였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이미 엎질러진 물이거늘.


점주님께서 가시고 난 이후에는 나는 마음을 차분히 해보려 애를 많이 썼다. 계속 긴장하고 있다간 실수를 연발할 것 같아서다. 어차피 처음이라 실수하면서 배우는 거라지만 최대한 실수를 만회하고 싶었다. 무엇보다도 편의점 알바를 할 때는 포스기를 통해 돈을 직접적으로 만지는 일도 같이 하다 보니 긴장을 안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뻣뻣하게 긴장한 채로 서 있을 때, '딸랑-' 거리며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드디어 올 것이 왔구나 싶은 생각이 드는 순간이었다.


"어? 새로 보는 아가씨네? 아가씨, 저 담배 에쎄 체인지로 주시겠어요?"


헉. 큰일 났다. 한 라인조차 아직 다 외우지 못한 상태였는데. 게다가 비흡연자인 나에게 다양한 종류의 담배 이름들을 외운다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과정이었는데, 아직 다 외우기도 전에 담배를 찾는 손님이라니.


그래도 손님께서 찾으시니 담배 쪽으로 시선을 돌렸는데 어찌나 긴장이 많이 되고 동공 지진이 일어나던지 모르겠다. 등에서 식은땀이 나는 듯했다.


"어... 죄송합니다, 손님. 제가 처음이라서 찾는데 시간이 좀 걸리네요."


"괜찮습니다. 어디 보자... 아! 저기에 있네요, 바로 밑에 저거."


손님의 도움으로 손님께서 찾으시던 담배를 발견했다는 안도감과 동시에 순간적으로 그 상황이 웃기다는 생각이 들었다.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인 내가 찾아내지 못하고 손님께서 위치를 찾아내는 모습이라니.


무사히(?) 결제까지 마치고 손님께 담배를 쥐어드리니 손님은 빠르게 나가셨다. 처음으로 담배를 팔아보고 손님께서 나가시는 것까지 확인하고 나니 순간적으로 몸에서 힘이 쫙 빠지는 기분이 들었다. 어떻게 해서든 해냈다는 안도감과 앞으로 어떻게 하면 좋을지에 대한 걱정스러움이 물 밀려오듯 했다. 언제까지 내가 이 많은 종류의 담배 이름들을 다 외울 수 있을까, 싶은 생각뿐이었다.


담배만 잘 외워서 팔아도 편의점 일의 절반은 해낸 거야.


첫날 점주님께서 내게 하신 말씀이었다. 내가 근무했던 편의점에서는 로또를 사거나 꼬지를 판매하는 곳은 아니었다. 그래서 조금만 익숙해지면 대부분의 일을 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다만 그렇게 되기까지의 과정이 고난의 연속일 것 같지만 말이다.




이때 편의점 알바를 해보면서 체감을 한 부분이지만, 담배 종류가 정말 많다는 걸 느꼈다. 마음 같아선 일주일 만에 다 외워버리고 싶었지만, 흡연을 하지 않는 나에게 그 수많은 담배 이름을 외우는 건 쉽지 않은 과정이었다.


결국, 나는 진열된 담배의 이름들을 외우기까지 약 한 달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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