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상담사의 리더십

2부 상담실 안에서의 리더십

by 나검하랑

9. 첫 회기, 구조를 세우는 말 한 문장


“상담은 그냥 편하게 이야기하시면 됩니다.”

많이들 이렇게 시작합니다.

부드럽고 안전해 보이는 말입니다.


하지만 이 한 문장은 때로 상담을 흐릿하게 만듭니다.

내담자는 ‘어디까지 말해도 되는지’,

‘이 시간에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지 못한 채

자신의 이야기를 흘려보내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몇 회기가 지나도 상담은 깊어지지 않습니다.

첫 회기는 관계를 만드는 시간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구조를 세우는 시간입니다.


상담에서의 리더십은 많이 말하는 데서 나오지 않습니다.

오히려 “어디로 가고 있는지 알게 하는 힘”에서 나옵니다.

제가 상담 초기에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단 하나의 문장입니다.

“이 시간은 당신이 힘든 부분을 함께 이해하고, 조금씩 바꿔나가기 위한 시간입니다.”


짧지만, 이 문장은 세 가지를 동시에 전달합니다.

첫째, 이곳은 단순한 하소연의 공간이 아니라는 것

둘째, 상담자는 함께 이해하려는 사람이라는 것

셋째, 변화는 가능하다는 방향성입니다

이 문장을 들은 내담자의 눈빛은 달라집니다.


막연함 대신 ‘여기서 뭔가 할 수 있겠다’는 감각이 생깁니다.

상담에서 구조가 없다는 것은 자유가 아니라 불안입니다.

사람은 어디로 가는지 모를 때 가장 불안해합니다. 그래서 상담사는 초기 회기에서 방향을 제시해야 합니다.

단, 중요한 것은 통제하지 않는 구조입니다.

“이야기는 자유롭게 하셔도 됩니다. 다만 우리가 다루고 싶은 핵심을 함께 놓치지 않았으면 합니다.”

이 말은 자유와 구조를 동시에 살립니다.

초보 상담사일수록 내담자의 흐름에 휩쓸리기 쉽습니다.

경력이 쌓인 상담사는 흐름을 끊지 않으면서도 보이지 않게 방향을 잡습니다. 그 차이는 기술이 아니라 첫 문장에서 이미 시작됩니다. 상담의 깊이는 첫 회기의 분위기가 아니라 “이 관계가 어디로 가는가”에 대한 합의에서 결정됩니다.


그래서 저는 지금도 첫 회기에 들어가기 전, 스스로에게 묻습니다.

'나는 지금, 이 관계를 어디로 이끌고 있는가.'

그리고 그 답을 한 문장으로 꺼내놓습니다.

그 한 문장은 단순한 안내가 아닙니다.

이 관계의 방향을 정하는 하나의 선언에 가깝습니다.

내담자는 그 문장을 통해 이 상담이 어디로 가는지 느끼고, 상담자는 그 문장을 통해 자신의 역할을 분명히 합니다.

상담은 결국 관계입니다.

하지만 방향 없는 관계는 깊어지지 않습니다.

좋은 상담은 편안함에서 시작되지만 구조 속에서 자랍니다.

렇기 때문에 한 문장은 흐릿할 수 없습니다.

상담을 시작하게 하는 것도, 상담을 깊어지게 하는 것도

결국 그 한 문장이기 때문입니다.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


Q. 나는 어떤 상담사가 되고 싶은가.


Q. 지금의 나는 그 방향으로 가고 있는가.


Q. 나는 나 자신을 돌보는 상담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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