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기뮨 Oct 12. 2019

일단 해!

그게 시작이야

30일 글쓰기는 매일 아침 6시에 그날의 주제가 공개됩니다. 그래서 주어진 주제에 따라 글을 쓰는 것이지요. 혼자 제약 없이 글을 쓸 때는 생각지도 못한 주제들이 공개되기도 하고, 그날 밤 12시까지 마감이라는 제한이 글쓰기의 근육을 키워주기에 글쓰기의 습관을 형성하고 싶은 분들에게 강추하는 시스템입니다^^  질보다 꾸준히 양을 늘리는 게 중요하다고 하는데, 매일매일 새로운 주제에 맞게 글을 쓰다 보면 저도 어느덧 글쓰기 실력이 늘어나겠죠?

오늘의 주제는 Q. 나는 어떤 분야의 덕후입니까?


어제 연수로 외박을 해서 오늘에서야 글을 쓴다. 30일 글쓰기 벌써 26번째 글이다. 나는 어떤 분야의 덕후일까?  사실 내가 뭘 그렇게 잘하거나 그런 것은 아닌데 시도는 잘해보는 것 같다. 그렇다고 아예 두려움이 없거나 걱정이 없는 타입은 아니다.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을 돌려보고, 나름의 짱구를 열심히 굴린다. 이것저것 재보고 시도를 안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나는 시도하지 않고서 후회하는 것보다는 그래도 시도를 하는 것이 미련이 덜 남겠다는 생각으로 살아가고 있다. 나는 그렇게 운동신경이 뛰어난 사람은 아니다. 초등학교 때도 달리기나 계주를 못한 것은 아니지만 사실 그냥 악으로 깡으로 달린 것이지 어떤 재능은 별로 없었음을 솔직히 인정하는 바이다. 피아노도 마찬가지이다. 재능이 뛰어났다면 어려운 환경을 극복하고서라도 음대를 갔겠지만 사실 그 정도는 아니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냥 꾸준히 즐기면서 하다 보니 어떤 주법에서는 음대를 나온 분을 가르치기도 했다는 정도로 나는 하면 하는 타입이다.


연수를 참가한다고 신청한 것은 나 자신이지만 사실 구체적으로 어떤 프로그램을 하는지는 잘 모르고, 신청한 케이스다. 막상 클라이밍을 하려고 하니 이런저런 걱정이 되었던 것은 사실이다. 내 안에 걱정이 질문으로 바뀌어서 담당 선생님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한다. 생각보다는 덜 위험한 것을 감지하고, 오늘 도전하지 않으면 또 언제 해보겠는가? 하는 생각으로 일단 시작했다. 내가 성공할 수 있을지 없을지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 그냥 하지 않으면 후회하고, '그때 ~~ 할걸'이라고 후회하는 멍청한 삶을 살기 싫어서 기회가 주어졌을 때 그것을 잡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뿐이다.


예를 들어서 어떤 강의를 들으러 가면 번쩍 손들고 질문하는 사람에게 저자의 책을 주는 경우가 많다. 용기 있게 처음에 손을 들면 질문할 수 있는 기회를 얻던지, 저자의 책을 얻던지 뭔가를 얻기 마련이다. 그런데 고민만 하다가 2명쯤 지나서 손을 들면 이미 많은 사람들이 손을 들었으므로 나에게 질문의 기회도 오지 않고, 저자의 책을 득템 할 수 있는 기회도 오지 않는 것을 몇 번이나 경험했다. 그래서 '할까? 말까?'가 고민될 때에는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바이다.


실내 클라이밍은 그래도 할만했다. 처음에는 두려웠지만 뭐 이 정도는 오케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런데 어제와 달리 오늘의 실외 클라이밍은 14m이다. 영화 엑시트를 본 이후에 조정석과 김윤아의 도전이 인상 깊었지만, 딱히 접할 기회가 없었는데 오늘 도전을 할 것인지? 말 것인지의 선택의 기로에 서 있었다. 실내에서는 4개의 줄이 있어서 순서가 금방금방 왔었는데, 야외는 줄이 2개였다. 어차피 할 거라면 빨리 하는 게 낫다고 생각을 하고 처음 순서로 하겠다고 도전을 한다. (이것 말고도 또 도전할 것이 있었으므로 마냥 머뭇거릴 수는 없었다)



처음부터 정상을 생각하지 않는다. 아니 생각할 수 없다. 그냥 단지 지금 딛고 있는 발을 한 걸음만 떼기를, 손을 한 단계 위만 잡을 수 있기를 바라면서 스스로에게 할 수 있다를 주문하면서 올라가 본다. 이제 운동 68일째인 헬린이가 근육이 많을리가 없다. 무서움에 팔에 힘이 들어가고, 체중을 지탱해야 하다 보니 팔뚝이 저려온다. 태풍의 영향으로 평창은 바람이 불었는데 그 순간 야구모자가 벗겨졌다. 머리를 묶고 모자를 쓴 건데 바람에 날아갈 줄은 몰랐다. 처음에는 멋모르고 한 계단씩 올라갔는데 조금 높아지니 더 두려움이 엄습하려고 한다. 게다가 옆에 사람이 함께 올라가는 것이 아닌 떨어지는 소리가 나면 나까지 요동치게 된다. 너무 무섭고 떨리지만 '나는 졸꾸러기다!'라는 생각으로 하는 데까지는 해보자고 다짐한다. '무리하지 마~~'라고 속삭이는 한쪽의 마음이 있는 반면, '일단 시작했으니 끝까지 가봐야지!'라는 마음이 서로 싸운다. 싸우는 와중에도 내 손과 발은 다른 홀드를 향해 나아간다.



마침내 정상을 찍었다. 이제 두 손으로 줄을 잡고 발을 떼면 자동적으로 내려오는데 여기서 또 한 번 두려움이 엄습한다. 머리로는 아는데 몸이 말을 안 듣는다. 혹시라도 부딪힐까 봐 옆사람이 다 내려간 다음에 내려가고 싶고, 아래 있는 선생님이 해줄 수 있는 일이 없음에도 "저 내려가요~~ 내려가면 되죠?!"라고 괜스레 질문인지 통보인지를 한다. 뒷 순서도 있기 때문에 너무 오래 머물 수도 없는 환경설정이다. 마음을 먹고 발을 떼면서 줄을 타고 내려온다.

슝-



머리 털나고 처음 해본 클라이밍이었지만 14미터 정상을 한큐에 찍고 내려왔다. 시간적 여유가 있었다면 한번 더 클라이밍을 도전하고 싶었는데 마감시간이 되어서 아쉽게도 다음을 기약해야 했다. 오늘 두려움에 도전을 밀쳐냈다면 또 후회를 했겠지. 하지 않고 후회하는 것보다는 실패하더라도, 꼭 성공하지 못하더라도 시도하는 것이 후회가 없는 것은 맞는 것 같다. 그다지 물건을 모으거나, 어떤 연예인을 막 좋아하 거나하지 않는 나는 시도하는 것의 덕후라고 스스로를 칭해본다. 그러면 앞으로 더 많은 것을 시도해볼 수 있지 않을까? 나는 졸꾸러기니까. 오늘의 도전은 오랫동안 나의 가슴을 뛰게 할 것이다. 또한 이 경험이 큰 자산이 될 것이다. 시도해보기, 될 때까지 해보기, 일단 해보기! 특별한 재능은 없지만 Grit력을 나에게 주심에 감사하며 더 많은 것을 시도하며 살아가야겠다.




구독은 저로 하여금 계속 글을 쓰게 만들어줍니다^^

구독과 라이킷, 공유와 댓글을 부탁드립니다 >. <



매거진의 이전글 그와 친해진 계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