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다. 더군다나 지금 내가 어떤 부분에 있어서 결핍이 있다면 그것에 몰입될 수 밖에 없을것이다. 마치 그것만 채워지면 완벽할 것 같은 착각. 그러나 그것이 채워진다고 다른것에서 또 결핍이 드러나지 않으라는 법이 없다. 사실 한걸음만 뒤로 물러나 주관적인 시선이 아닌 객관적인 시선으로 바라본다면 행복은 그렇게 멀리있지 않을 수도 있다.
별것도 아닌데 우리는 참 행복했다. 챙겨야하는 가족들이 있는것도 아니고, 일 때문에 전화를 받거나 매여있지 않아도 되었고, 그렇게 긴 시간도 아닌 밤 9시부터 주어진 자유시간을 통한 여자들만의 힐링시간은 뜻깊었다.
솔직히 가족들과 밥을 먹을때는 챙길것이 한두개가 아니다. 꼭 여자가 해야하는것은 아니지만, 손이 먼저 가다보니 느긋하게 앉아 먹을수가 없거나 여유를 느낄새도 없이 다른 사람들의 식사시간은 끝나기 일쑤이다. 연수를 가서 5명의 여자들이 와인한잔과 방금 구운 소고기를 먹으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눈다. 고기를 다 먹으면 누군가가 알아서 과일을 준비하고, 또 누군가는 조용히 중간중간 빈병과 상을 정리하고, 견과류와 과자를 셋팅한다. 설거지와 분리수거도 중간중간하니 일이 수월하다. 눈치가 빠르고, 알아서 다 하니 일의 분담이 척척되고 그렇게 편할 수가 없다.
그냥 내 얘기에 공감해줄수 있는 사람이 있는것, 내가 겪고 있는 어떤 어려움을 먼저 겪은 사람들의 조언을 들으며 나의 생각을 정리하는 것, 나의 고민을 얕보지 않고 그럴수 있다고 수긍해주는것만으로도 우리는 충분한 위로를 받는다. 사실 나도 모르게 누군가에게 어떤 이야기를 하면서 그 일이 정리가 될때가 있다. 혼자서 생각할때는 답이 안보이던것이 그냥 누군가에게 얘기를 하면서 착착 정리가 되는 경우가 있다는 말이다. 그러니 꼭 답을 주지 않아도 들어주고, 옆에 있어주는것만으로도 많은 도움이 된다고 볼 수 있다.
공감을 바라는 여자와 해결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갖고 있는 남자의 갭을 채우기 위해서는 어느한쪽이 아니라 모두가 노력을 해야하는것은 당연한 일이다. 한쪽의 희생으로 완전한 이해와 공감이 될 수 없고, 상호간의 배려와 존중이 바탕이 되어야 할 것이다.
2019년 10월 11일 금요일 밤.
우리는 평소보다 깊은 이야기들을 많이 나눴고, 서로에게 위로가 되었다. 1년 반뒤에는 졸업여행을 가기로 약속했다. 그때까지 우리는 또 열심히 달려야지. 각자의 자리에서. 행복했던 밤을 추억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