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도 모른다
나는 요즘 미술치료를 받고 있다. 집단상담의 개념이라서 비밀보장의 원칙이 적용된다. 우리는 각자가 정한 닉네임이 써진 명찰을 달을 뿐 본명을 알지 못한다. 전화번호 또한 교환하지 않는다. 미술 치료 시간에는 본인이 정한 만큼의 마음을 오픈하지만, 미술치료시간이 끝난 이후에는 사조직을 만들지 않는다.
같은 학교에 재학 중인 우리는 다른 곳에서 종종 만나기도 한다. 근데 라이프 스토리, 마음의 상태는 알지만 기본적인 정보는 아는 게 아무것도 없다. 이름도 몰라요~ 전화번호도 몰라요~
총 5번의 만남인데 벌써 3번째 모임이 지나갔다. 딱히 상담사가 정답을 얘기해주는 스타일이 아닌, 스스로가 얘기하게 하고, 또 주변의 사람들이 느끼는 것들을 자연스럽게 셰어 하는 형태여서 각자가 느끼는 바는 다를 것이다. 어떤 질문에 정답을 요구받은 한국 스타일의 교육이 익숙한 사람들은 갑갑할 수도 방법이지만, 우리의 인생은 단편적으로 바라볼 수도 없거니와 누가 정답을 제안한다고 해서 그대로 살아가지도 않는다. 선택은 본인 스스로가 하는 것이니 말이다.
각자가 그린 그림을 통해 자기 자신을 다시 한번 되돌아보고, 곱씹어본다. 나에 대해서 생각할 시간조차 없이 바쁘게만 살아가는 현대사회에서는 필요한 작업이라고 생각한다.
나의 그림은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