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게 크리에이티브의 시작이니까!
2기 씽큐베이션에서 다룬 책인데도 오늘은 도대체가 콘셉트가 안 잡힌다. 내일과 모레는 도저히 시간이 나지 않아서 미리 서평을 써야 하고, 영감님은 오시지 않는다는 압박감에 나는 머리를 쥐어뜯고 있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책에서 강조하는 크리에이티브에 관한 거짓말을 아래와 같이 정리했음에도 불구하고 나도 모르게 거기에 함몰되어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다. 뜨아!!! 처음부터 모른 것보다 더 소름 끼쳤다.
이색적이고 독창적인 것을 만들어내는 것이 창의성의 전부다.
번갯불 같은 순간의 산물이다.
특별한 사람이 갖고 있는 것이다.
천부적인 재능을 가지고 태어난 사람에게 있는 것이다.
어느 한순간 뚝 떨어진다.
예스터데이도 이렇게 탄생한 순간의 산물이다.
창작활동은 천재에게만 허용된 것이다.
우리는 천재와 재능, 창의성에 대해 생각보다 많은 오해를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조금의 의심도 없이 잘못된 정보들을 찰떡같이 믿고 있다. 창의성은 특별한 천재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라 누구나 노력하면 방법을 터득할 수 있는 것이다. 창의적 재능이란 크리에이티브 커브(Creative Curve)의 역학을 이해하고 사용할 줄 아는 능력이다. 굳이 천재가 아니더라도 창의력 분야에서 얼마든지 두각을 나타낼 수 있다.
'예스터데이'는 번갯불 같은 순간의 산물이 아니라 힘겹고 치열한 산고를 거친 작품이다.
'모차르트'는 영감으로 작곡하는 천재가 아니라 오랜 시간을 작곡에 투자했다.
'조너선 하디스티' 목적이 있는 연습을 통해서 초보 화가에서 거장이 되었다.
창의성은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것이 아닌 학습된 능력이고, 목적 있는 연습으로 능력을 향상할 수 있다.
그렇게 아니라고~ 아니라고~ 책에서 강조했음에도 불구하고 뭔가 영감이 팍! 떠오르지 않는다며 전전긍긍하고 있는 나처럼 천재와 재능에 대해 막연하게 잘못된 생각을 하지 말고, 이제부터라도 남은 인생을 우리도 크리에이티브하게 살아가기 위해 제대로 배워보자!
크리에이티브 4법칙
1. 소비
2. 모방
3. 창의적 공동체
4. 반복
깨어 있는 시간의 20%를 자신의 창작 분야에 속한 자료에 소비한다면 크리에이티브 커브의 어디쯤에 해당하는지를 직관적으로 전문가 입장에서 이해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하고 있다. 20%의 법칙은 최초의 불꽃을 제공하고 크리에이티브 커브로 다가갈 수 있게 해 준다. 일정 수준의 지식을 구축해야만 통찰력을 얻을 수 있지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는 결코 통찰력을 가질 수 없다. 일단 불꽃이 튀어야 그것으로 불씨를 만들 수 있듯이 내가 뭔가를 이루고 싶다면 그곳에 관심과 시간을 쏟아부어야 하는 게 당연하다. 그냥 무에서 불이 활활 타오를리는 없지 않은가!
나는 얼마 전 우연한 기회로 #30일글쓰기에 참여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단순한 관심으로 시작되었지만, 어느덧 이것은 나의 중심이 되어가고 있었고 주말은 자체적으로 쉬는 날임에도 불구하고 혼자서 글을 올리고 난리였다. 왜 그랬을까? 난 관심이 생기면 숨기지 못하는 솔직한 유형이다. 브런치가 낯설고 어색한 시기에는 쓰고 싶어도 글을 쓸 수 없었다. 뭔가 어색하고 아무 말이나 쓰면 안 될 것 같고, 작가의 타이틀을 받은 만큼 마땅한 글을 써야 하지 않을까? 하는 말도 안 되는 부담감이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30일글쓰기를 계기로 그냥 모든 게 소재로 보였다. 이걸 어떻게 언제 글의 소재로 써먹을지 모르니 핸드폰에 생각날때마다 메모를 해 두었다. 또한 다른 브런치 작가님들의 글과 씽큐베이션 멤버들의 글도 많이 읽으며 소비 활동을 지속해 나갔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는 말이 있듯이 정말로 독창적인 아이디어는 그렇게 많지 않다. 독창적이고 창의성이라고 해봐야 실제로는 솜씨 좋은 리믹스일 뿐이다. 지금은 과학과 통신기술이 많이 발전하기는 했지만 나는 과거의 선조들이 더 머리가 좋지 않았나 생각할 정도로 기발한 것은 이미 예전에 다 나왔다고 생각한다. 이미 예전부터 많은 훈련과 시행착오를 거친 글쓰기의 달인들이 있는데 그 방법이 아닌 나의 독특한 방법을 찾겠다며 개혁을 추구하는 미련한 짓은 할 필요가 없다. 게다가 나는 글쓰기 훈련도 받아보지 못한 문외한이고, 초보자이기 때문에 이미 글쓰기의 달인들이 내놓은 책과 글들을 흉내만 잘 내도 반은 먹고 들어갈 수가 있다.
글쓰기의 책들을 읽었지만 그게 온전히 소화가 되어서 글쓰기에 흘러나온다고는 말하지 못하겠다. 그냥 읽었을 뿐이다. 사실 그런 것을 의식하고 글 쓰는 스타일은 아니니 아직도 잘 쓰지 못하는 게 당연하다. 2019년 10월 27일을 기준으로 나는 이제 글 쓴 지 86일 된 브런치 작가이니 말이다. 사실 유명한 작가들보다 #30일글쓰기 멤버들의 글을 알게 모르게 모방했을 것이다. 딱 읽으면 나의 개인 취향과 맞는 글들이 있고, 흡입력 있게 빨려 들어가는 글들이 있으며, 와- 나도 저렇게 쓰고 싶다 하는 글들이 있다. 그렇게 동경을 하다 보면 어떤 스타일로 쓰는지, 알게 모르게 모방이 된다고 생각한다. 잘만 따라 해도 반이상 배울 수 있다고 생각하기에 나는 앞으로도 탐나는 글들을 통해 많이 배우게 될 것 같다.
창의적 공동체에는 마스터 티쳐, 상충하는 협업자, 모던 뮤즈, 유명 프로모터가 있다. 각각의 역할을 살펴보자.
마스터 티쳐는 제약을 가르치고, 피드백을 통한 의식적인 훈련으로 제자들을 돕는 사람을 말한다. 알고 싶은 분야에서 성공한 사람을 만나면 적극적으로 다가가서 묻기만 하면 된다. 내 말은 30%로 줄이고 호기심을 바탕으로 질문을 하면서 지식 확산을 이뤄야 한다. 요즘 씽큐베이션 3기에서 데일리리포트와 자체 66챌린지를 진행 중인데 체크하고, 가끔 일탈하려고 하는 팀원들에게 여지를 주지 않는 나의 모습에서 '마스터 티쳐'같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사실은 좋기도 하면서 조금 고치고 싶은 부분이기도 하다. 피드백을 오래 해왔던 나였기에 쉽게 고쳐지지는 않겠지만 말이다.
상충하는 협업자는 다른 관점을 제시하며 서로의 약점을 보완한다. 손발이 너무 척척 맞아서 서로에게 전혀 압박감을 주지 않는 사람보다는 관점이 부딪히고 경합하는 편이 더 나은 결과를 만들어낸다. #30일글쓰기를 하면서 느꼈던 것 중 가장 큰 부분이 똑같은 주제로 글을 쓰는데 어쩜 이렇게 다 가지각색으로 다른 글이 나오는 건지가 궁금했다. 획일적인 사고는 창의적인 것에 큰 방해가 된다. 다른 사람들의 글을 읽어보면서 '아 맞네, 이 생각을 왜 못했지?' '이렇게도 볼 수 있구나'라는 식의 생각을 할 수 있는 부분이 좋았다. 다른 관점을 제시해 줄 수 있는 협업자들과 함께 하는 게 행운이란 알게 되었다.
모던 뮤즈는 그 자체로는 협업자가 아니지만 대단한 영감의 원천으로써 실질적인 동기뿐 아니라 창작가가 활용할 재료를 제공하는 사람들이다. 분야를 막론하고 창의적인 사람들과 가까이 지내면 슬럼프에 빠졌을 때도 빠져나올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 꼭 30일 글쓰기가 아니더라도 영감 있는 활동을 하시는 졸 꾸러기 들은 참 많이 있다. 운동을 하거나, 그림을 그리거나, 또 다른 주제로 글을 쓰거나 등등 많은 분들의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과 브런치와 블로그를 보면서 영감도 받고 경쟁도 느끼면서 우리는 함께 성장하게 되는 것 같다.
유명 프로모터는 당신과 당신의 작품을 기꺼이 두둔해줄 신뢰도와 권위를 갖춘 사람이다. 비주류 신인은 그들로부터 큰 혜택을 입지만, 유명 프로모터 역시 혜택의 수혜자가 된다. 그들은 비주류로부터 크리에이티브 커브 위의 적정 지점에 머물 수 있는 참신한 아이디어를 받을 수 있다. 브런치 글이 어딘가에 공유되었을 때, 혹은 나의 페이스북 글이 어딘가에 공유되었을 때의 영향은 나의 힘으로만 하는 것과는 분명 차이가 크다. 사실 아무도 언급을 안 해주고, 피드백을 주지 않으면 벽을 보고 이야기하는 것 같을 수밖에 없다. 자고로 글이란 읽어줘야 쓸 맛이 나고, 작은 관심이라도 보여야 또 소재 개발을 할 수 있는 힘이 생기는 것 같다.
소비자들의 기호는 계속 바뀌기 때문에 한때 통했던 아이디어도 시간이 흐르면 고유한 장점을 잃어버릴 수 있다. 개념화, 압축, 큐레이션, 피드백의 반복 과정을 거치면서 작품을 다듬어가며 크리에이티브 커브의 이상 지점을 찾을 수 있게 된다. 데이터 기반의 반복적 과정을 활용해 아이디어를 다듬는 것이다.
유명한 창작가들은 크리에이티브 커브의 스위트 스폿을 때리는 일정한 행동 패턴을 따른다. 거침없는 소비를 통해 친숙하지만 과도하게 친숙하지 않은 생각으로 영감의 순간을 위해 씨를 뿌리고, 모방을 통해 제약과 공식을 터득하며, 공동체를 만듦으로써 자신의 기술을 다듬고 도움을 줄 협력자들을 찾아내고, 타이밍을 알고 반복 과정에 몰두함으로써 개선하고, 친숙하면서도 색다른 이상적인 조합을 만들어내는 패턴 말이다.
#30일 글쓰기를 통해서 나는 글쓰기가 재미있어졌고 확실히 자신감이 생겼다. 아직 스위트 스폿을 때리지는 못하고 있지만 함께 하는 사람들과 성장하고 있고, 앞으로도 성장할 것이라고 확신한다. 서로의 글은 읽었지만 신상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하는 우리들은 곧 오프라인에서 처음으로 만나게 된다. 29명이 다 함께 만날 수는 없지만 계속해서 글쓰기에 대한 열정을 가지고 함께 같은 주제를 가지고 글을 써 갈 때의 우리의 시너지는 누구도 막지 못할 것이다. 앨런 가넷은 크리에이티브한 게 결국은 돈과 연결이 되어서 성공할 수 있다는 개념으로 책을 썼겠지만 꼭 돈으로 연결되지 않아도 인생이 조금 더 재밌어지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사실 처음에는 매일 글쓰기가 그렇게 창의적이지 않다고 생각되어서 서평의 글감으로 생각하지 못했는데, 바보 같은 생각이 아닐 수 없다. 한편으로는 그냥 평범한 글이라고 여겨지기도 하지만 사실은 이것은 창의적인 활동이 맞다. 불과 얼마 전까지 내가 이런 글을 쓴 적이 없는데 매일 이런 글을 쓰고 있다는 것에 스스로가 감흥이 별로 없지만, 감사해야 할 일이 맞는 것 같다. 단순히 내가 글을 많이 쓰고 글쓰기의 실력이 늘어나는 것만을 바라는 것이 아니라 글쓰기를 통해 나는 뭔가 변화의 바람이 많이 불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내 인생의 전반적으로 변화 말이다. 글을 통해 모르는 사람들과 연결되고, 또 무관심하던 분야에 관심이 생기며, 생각지도 못한 곳으로 영역이 확장되는 것을 상상하면 가슴이 떨릴 수밖에 없지 않은가! 이게 크리에이티브한 삶 아니겠는가!!
무엇을 하든지 호기심을 갖고, 들이대야겠다. 머릿속으로만 백만년 구상하기보다는 잘하는 사람에게 묻고 또 물으며 찾고 또 찾고 발견하면 의식적으로 노력을 하다 보면 180도 변한 인생이 펼쳐지지 말란 법이 없다고 생각하며 특별한 사람만의 전유물로 취급하지 말고, 계속해서 촉각을 세우며 나도 크리에이터가 돼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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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번째 생각이 돈이 되는 순간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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