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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뮨 Oct 24. 2019

나는 달리는 사람입니다

새로운 정체성

20대에 웨딩드레스를 입기 위해 바짝 운동을 했던 것 이후에는 운동을 안 했다. 운동 신봉자인 엄마는 늘 운동 좀 하라고 일장연설을 하셨지만 나에게는 잔소리로만 들렸다. 좋은 건 알겠는데, 그냥 엄마나 열심히 많이 하시라고 서로 하고 싶은 말만 반복하는 앵무새 같은 대화가 반복되었다.



사람은 누가 하라고 하면 더 하기 싫어하는 경향이 있다. 명령받기를 유난히 싫어하는 성향이 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명령을 받기는 싫어하면서도 명령은 잘한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나의 모습이다. 그렇게 머릿속으로는 해야지 해야지 했지만 실행하지 않았고, 미루기만 하던 운동을 어느 날 시작하게 되었다. 기하급수적으로 살이 찌기도 했고, 체력이 부족하다는 것을 느끼게 되는 40줄이 되다 보니 더 이상 안 할 수가 없었다. 운동을 시작하는 계기는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누군가는 늘 했던 것이기에 안 하면 이상하니 운동을 하는 사람도 있고, 나처럼 체력을 키우고 싶은 사람도 있고, 저자 벨라 마키처럼 삶이 괴롭고 고단해서 운동을 시작한 사람도 있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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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하기엔 너무 늦지 않았을까"는 고통 속에서 몸부림치던 저자가 점점 달리기로 인해 살아나는 것을 생생하게 얘기해주고 있다. 벨라 마키가 극찬하는 달리기는 비용도 들지 않고, 딱히 준비해야 하는 용품도 없다. 그냥 운동화 끈을 단단히 묶고 의지만 갖고 일단 문 밖으로 나가기만 하면 된다. 어떤 사람은 장비를 장만하는 기쁨에 운동을 열심히 하기도 한다. 근데 나도 저자처럼 아직은 투자할 생각이 별로 없었다. 그래서 최대한 나의 반경에서 저렴하게 운동할 수 있는 아파트 커뮤니티센터를 선택하게 되었고 6개월에 12만 원을 결제한 것 이외에 나는 아무런 투자도 하지 않았다.



때가 되면 러닝화, 예쁜 운동복, 운동 소도구 등을 살 수도 있겠지만 시작은 집에 있던 옷을 입고 집에 있던 운동화를 갖고 다닌다. 락커도 따로 비용을 내야 하기에. 엘리베이터를 타고 딱 1분만 내려가면 되므로 샤워용품과 운동화등을 갖고 다니는 것쯤은 힘들지 않기에 12만 원 이외에 비용을 지불할 생각이 아직은 없다. 운동복은 근력운동을 할 때 자세가 잘 관찰되지 않아서 집에 있던 워터레깅스를 입는다. 스킨스쿠버 할 때 입었던 것 활용 중. 누군가는 독하다고 할 수도 있지만, 내가 필라테스를 하고 싶지만 망설이게 된 것은 비용과 갖추어야 할 것이 많다는 것이 부담스러웠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이런 것은 아니다. 어떤 성향은 쫙 빼입어야 운동할 맛이 난다고 느끼는 사람도 있으므로, 자신이 어떻게 해야 운동을 지속할 수 있을지를 잘 체크해봐야 한다.



씽큐 베이션 2기를 하는 중인 2019/8/5 운동을 시작했는데 안 하던 운동을 하니 일주일 동안은 제대로 걷지를 못했다. 다 큰 어른이 바보같이 걸을 수도 없으니 밖에서는 덜 했지만, 집에서는 무슨 환자 같았다. 어그적 어그적. 그렇게 운동을 많이 한 것도 아닌데 안 아픈 데가 없었기에, 나는 보는 사람마다 어떻게야 하냐며 질문을 해댔는데 띵언이 있었다. "안 아프면 운동이 아니다" 아프지 않은 것은 제대로 열심히 하지 않았을 확률이 높으므로 아픈 게 당연한데 운동을 생전 안 하던 나는 이 초반을 넘기기가 제일 어려웠던 것 같다.


3분을 뛰는 것으로 시작한 벨라 마키를 맘 놓고 비웃을자가 있을까? 학창 시절에는 억지로라도 체력장이든 운동회든 뭐라도 했지만 사회인이 되어서는 앉아만 있었다면 연속해서 뛰는 것이 그렇게 쉽지 않다. 러닝머신에서 나의 실력을 확인하면서 경악을 금치 못했다. 몇 분 뛰지도 않고 속도를 줄이고 있는 나 자신이 믿어지지 않았다.


운동  3 day    22분 12      2.7km

운동  5 day    20분 25      2.6km

운동  7 day    23분 08         3km

운동 10 day    30분 01      3.6km

운동 18 day    26분 04      3.5km

운동 20 day    29분 47         4km

운동 25 day    32분 39      4.5km

운동 36 day    31분 58         5km

운동 44 day    18분 15         3km

운동 78 day    23분 56         4km

운동 79 day    30분 08         5km


나 같은 경우에는 계속해서 러닝에만 주력한 것은 아니다. 복근을 만들어 보고 싶어서 근력운동에 더 집중해서 사실 중간에는 1km씩만 뛴 적도 있었다. 어찌 되었건 운동을 전혀 안 하던 나도 쉽게 뛴 날은 없다. 거친 숨소리를 내면서 헉헉거리고 뛰고 있지만 그래도 뛰다 보면 기량은 늘게 되어있는 것 같다. 꾸준히 뛰었는데도 기량이 늘지 않거나, 거리가 늘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저 달리기를 택했을 뿐이다.
골목으로 나가 처음으로 달리게 한 원동력은 분노였다.
달리는 동안 몸은 힘들었지 나 잠시나마 생각을 멈출 수 있었다.



달리면서 몸만 단련되는 것이 아닌 생각이 정리가 되거나 아이디어가 많이 떠오른다고들 말한다. 나 역시 제일 많이 했던 생각은 무슨 글을 쓸 것인가? 오늘의 주제가 OO인데 어떤 이야기로 써나가면 좋을까? 이런 생각을 많이 했다. 또한 나처럼 운동을 알지 못하는 이들이 운동을 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고, 운동을 하지 않았을 때 발생할 수밖에 없는 여러 가지 건강의 문제들을 간과해서는 안될 텐데 계속 미루기만 하는 사람들은 어떻게 해야 실행할 수 있을까? 뭐 이런 생각들을 했던 것 같다.




괜히 걱정할 필요 없다.
어차피 사람들은 휴대폰에 정신이 팔려 고개도 안 든다



   나는 이 글귀가 그렇게 공감이 되었다. 생각보다 타인은 나에게 그렇게 관심이 많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타인을 신경 쓰고, 의식하느냐고 얼마나 많은 것들을 낭비하는지 모른다. 동네 피트니스센터이지만 운동에 집중하다 보면 얼굴은 벌겋게 되고, 머리는 추노가 되며, 만신창이가 되기 일쑤이다. 20대였다면 그런 것을 엄청 의식했겠지만 지금은 그런 것을 의식하느냐고 제대로운동 안 하는 게 미련한 짓이라고 생각한다. 나의 피 같은 시간과 비용을 들여서 운동을 하러 갔으면 운동의 효과를 제대로 누려야 하는데, 쓸데없는데 관심 있는 사람들이 많다. 남의 시선뿐만 아니라 핸드폰을 보느냐고 구부정한 자세로 사이클을 타는 사람들도 많고, 러닝머신 위를 걷는 건지 TV를 보러 온 건지 헷갈리는 사람들도 많다.



내가 단 하루도 운동을 빼먹지 않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아침에 잘 일어나기 위해서.
내 마음이 소란을 떠는 것을 막기 위해서.
불안과 우울을 예방하기 위해서.
내 뇌의 전원을 내리기 위해서.



벨라 마키처럼 내가 단 하루도 운동을 빼먹지 않은 이유는 나는 나의 성향을 알기 때문이다. 한번 빼먹으면 또 빼먹고 싶고, 그러다 보면 관두고 싶은 생각이 스멀스멀 올라올까 봐 아예 차단하는 것이다. 꼭 헬스장에 못가도 있는 상황에서 무엇이라도 하면 된다. 집에서 홈트를 할 수도 있고, 평창에서는 트랙을 뛰었고, 공간이 부족하면 스퀴트를 하던지 계단 오르내리기를 하던지 무엇을 하든지 상관은 없다. 시간 또한 마찬가지다. 꼭 기존처럼 70분 이상을 요구하지는 않는다.


한 번은 엄청나게 운 날이었다. 새벽에 갔다 왔으면 좋았으련만 그날은 아직 운동 전이었는데 밤 깊은 시간이었다. 눈물과 콧물을 닦은 휴지가 산더미였지만 난 무선 이어폰으로 유튜브를 틀고 억지로라도 몸을 움직였다. 계속 몇 시간을 우는 게 낫겠는가? 털고 일어나는 게 낫겠는가? 운동을 안 하겠다고 생각하면 타협할 수 있는 것은 무한정 많다. 그래서 나는 아예 새벽에 우선순위로 운동을 한다. 타협을 방지하기 위해서.




달리기를 3개월은 한 후에 계속할지 말지 생각해봤으면 좋겠다


운동을 아예 안 했을 때보다는 당연히 체력도 늘었고, 근력도 늘었고, 체지방도 줄었고, 고로 몸무게도 줄었다. 그러나 66일을 넘기면 아주 수월할지도 모른다는 것은 착각이었다. 사실 스케줄이 바쁜 날이나, 몸이 피곤한 날은 헬스장을 가기 위해 현관문을 나서는 게 망설여진다. 아프면 안 해도 될까? 라며 혼자서 딜을 하려고 하지만 "노놉"이라고 내 안의 또 다른 자아가 말을 한다.



"그래도 달린다. 내키지 않아도 밖으로 나가서 달리면 머리가 맑아지고 어느새 주변 세상과 하나가 된다" 달리기 싫어도 달리다 보면 뭐라도 하나씩 얻는 게 있다는 저자의 말처럼 직접 달려보고 느껴봤으면 좋겠다. 물론 이 글을 읽고도 '응, 그래 해야지.." 하면서 움직이지 않을 분이 있다는 것은 안다. 나도 그랬으니까. 그러나 어느 날 이 글이 생각날 수도 있고, "시작하기엔 너무 늦지 않았을까?"를 한번 읽어볼까?라는 마음이 들 수 도 있다.



그러므로 당신도 이전의 자신의 모습과는 다른 "달리는 사람"이라는 정체성을 갖게 되기를 응원해본다. 잘 달리지는 못할지라도 달리는 사람이라는 정체성은 우리를 아주 뿌듯하고, 그럴싸하게 해 줘서 계속해서 달리게 만들 것이다. 그리고 그 달리기로 인해서 우리의 많은 것들이 달라질 것이다. 일단 한번 달려보시라니까!




디퍼런스 전문가이자 청소년지도자 김윤정

https://blog.naver.com/nager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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