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디퍼런스」라는 성격분석 상담을 공부하고 상담을 하면서 개개인의 특성이 무시된 채 사회적인 요구에만 휩쓸려 괴로워하는 사람들을 많이 보았다. 여러 방법을 동원해서 그들이 선글라스를 벗어던지고 제대로 볼 수 있도록 노력했다.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각자의 강점대로 사는 것이 가장 행복한 길이라고 많은 사람들에게 얘기해왔다. 그런데.....
대학에 편입을 하면서 나도 모르게 평균의 함정에 또다시 빠져드는 나를 보고야 말았다. 평균에 대해 거북함을 느끼면서도 평균을 넘고 싶어 하는 사람이 바로 나였다. 기가 막히지 않은가? 기존에 몰랐던 것도 아닌데도 불구하고, 난 평균에 매몰되어 버린 것이다. 95점은 A+라서 4.5이지만, 94점은 A이기에 4.0이다. 이런 식으로 1점의 차이가 평점을 갈라놓았고, 난 전액 장학금을 타지 못했다. 상위 7%에게만 전액 장학금을 주는데, 나는 몇%지? 얼마나 더 노력해야 7% 안에 들 수 있을까?라는 평균치와 끊임없이 비교되고 있었고, 스스로가 비교하고 있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은 '평균의 인간'의 관점을 취하는 사고 경향에 곧잘 빠지고, 시스템에 나를 맞추려고 발버둥 치고 있다. 학창 시절뿐만이 아니다. 결혼 생활을 하면서도 우리는 평균의 횡포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자들이 많다. 적어도 집은 몇 평이 여야 하고, 전철역은 도보 10분 이내, 4도어 냉장고, LED TV는 기본이며, 날씨에 상관없이 빨래를 할 수 있는 건조기, 회식에서 밴 삼겹살 냄새를 쫙 빼줄 스타일러, 내가 나간 사이에 싹 청소해 줄 로봇 청소기와 물걸레 청소기, 내 손에 물 안 묻히고도 뽀송뽀송하게 설거지해줄 식기세척기 등등.... 기본적으로 이 정도는 있어야 되는 거 아냐?라는 평균 때문에 결혼 준비를 하면서 마음이 힘들었던 커플들도 꽤나 될 것이다. 그런데 이 평균들은 누가 정해놓은 것들이지? 대체 우리는 왜 여기에 휘둘려서 행복하지 못하고 비참함을 느끼며 사는 것일까?
평균이 정상이고, 개개인이 오류라고 바라본 케틀레.
평균을 벗어나면 우월층, 평균을 못 미치면 저능층으로 본 골턴.
한 가지에 탁월한 사람은 대다수의 일에서 탁월성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 테일러가 평균의 조상들이다
이들 덕분에 평균주의는 뿌리내리게 되었고, 산업사회의 기업들은 번창을 누리며 덕을 톡톡히 봤다. 그러나 이제는 세상이 달라졌다. 급성장하는 산업사회는 이미 지나갔고, 우리에게는 여러 가지 경로가 있음에도 나에게 맞는 길을 과감히 가지 못하고, 서로가 남들 따라가기 바쁘다.
내가 상담할 때 사용하는 진단 검사는 230개의 문항으로 이루어져 있다. 과연 230개 문항에 모든 것을 똑같은 답으로 대답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을까? 아무리 쌍둥이거나 데칼코마니여도 모든 문항에 같은 점수로 같게 대답하는 사람은 있을 수 없을 것이다. 우리는 각자의 강점과 약점이 있다. 그럼에도 끊임없이 있지도 않은 평균과 비교를 하면서 자기 자신을 갉아먹고 있다. 자신만의 프런티어를 개척하면 좋으련만 우리나라는 유난히 평균에 매몰되어있는 듯하다. 좋은 대학을 나와서 대기업이나 공무원이 되고, 비슷한 사람과 결혼을 해서 2명 정도의 자녀를 출산해서, 또 자식을 그 루트로 키워내는 평균의 삶 말이다.
우리나라와 일본만 유독 혈액형을 맹신한다. 비과학적인데도 말이다. 또 외향형, 내향형의 일부의 특징들로 모든 사람들을 결론짓는 오류를 범하기도 하다. 어떻게 모든 사람을 4가지로 분리하겠는가. 말이 안 되지 않는가. 나는 외향형중에서도 점수가 아주 높은 편이다. 하지만 나는 책을 읽고 골똘히 연구하는 것도 상당히 좋아한다. 사람들을 만나는 것에서 에너지를 얻지만, 혼자만의 시간도 꼭 필요한 사람이다. 혼자만의 시간이 없이 너무 바쁘면 기존에 즐거웠던 것들에서도 즐거움을 느끼지 못하며 쫓기는 기분이 든다. 흔히들 외향형을 오지라퍼라고 생각하지만, 모든 것에 대해 그렇지는 않다. 나의 목적과 나의 이상과 맞을 때에만 오지랍 성향이 나오지, 관심이 없는 사람이거나 상종하지 못할 유형이라고 결론 내어지면 쳐다보지도 않을 정도로 차갑기도 하다. 외향적인 면도 물론 있고, 그 안에 각자의 특성은 다 다른데 우리는 "넌 외향형이라서 그래~" "넌 내향형이잖아"라고 일반화의 오류를 쉽게 범해버리곤 한다. 외향적이라고 해도 그 안에 수많은 특징들이 다 다르다. 우리는 각자의 특성대로 각자의 특별함으로 지어진 존재들이다. 더 이상 나를 숨긴 채 그것들에 끼여 넣지 말자. "난 나다!"라는 자신감과 자존감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자녀들이 성인이 되기까지는 부모님들과 선생님들의 영향이 아주 크다. 분야에 따라 각자가 받아들이는 속도는다르다. 예를 들어 기본적인 수학, 역사를 이해 못하는 아이가 답답해 미치겠는가? 그런데 새로 나온 안무는 기가 막히게 빨리 습득한다면? 그 아이를 나무랄 수 있겠는가?
21세기를 살아가면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유연한 사고이다. 강점이 없는 사람은 없다. 왜냐하면 강점은 남들과 비교했을 때의 뛰어난 점을 말하는 것이 아닌, 내가 가진 것들 중에서 가장 잘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남과의 비교는 상관없다. 사실 이 책을 많은 부모님과 교사분들께서 읽으셨으면 좋겠지만, 아마 읽으면서도 수긍하기보다는 '아 알겠는데, 그래도 평균보다는 잘나게 키우고 싶어요'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꽤 되실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좀 더 멀리 보는 시야를 갖아야 한다. 당장의 좋은 대학과 안정적인 직업을 얻는 것이 다가 아닌, 자신의 삶에 감사와 만족을 하며,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다음 세대들로 키워야 하지 않겠는가. 성인이 다 되어도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자신이 어떤 것을 해야 행복한지 모른 채 남들이 하는 대로만 사는 꼭두각시 같은 삶을 살며 눈치만 늘어가기를 원하시는 부모님과 교사는 없으실 것이다.
대한민국의 다음 세대들을 Average로 평가해서 애들을 버리지 말고, 각자의 강점과 특성을 살려서 자신만의 프런티어 영역을 개척할 수 있도록 꿈을 응원해주는 멋진 인생의 선배들이 되면 어떨까.
아! 교사와 학부모 이외에도 학생들도 꼭 읽어보자! 어른들이 잘 모른다면, 스스로 공부해서 알려주는 것도 멋지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