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대부분 종이 청구서 대신 카톡으로 알림이 오는데 때마침 오늘 도시가스 요금 알림이 왔다. 어랏? 왜 지난달보다 많이 나온 거지??ㅠㅠ 2 식구밖에 되지 않지만 그것마저도 나는 새벽에 운동을 하고 씻고 오기 때문에 보일러를 많이 쓸 일이 없는데 지난달에 비해 많이 나왔다ㅠㅠ 힝...
아직까지 씻을 때 외에는 보일러를 틀 생각조차 하지 않았던 나였다. 사실 요즘 너무 바빠서 아직도 반팔과 반바지를 입고 생활하고 있는데 좀 춥긴 했다. 남향이긴 해도 춥긴 춥지 ㅋㅋㅋ 옷 정리할 시간이 없어서 남편 꺼는 찾아놓고, 내 거는 아직인데 간혹 공부하다 추우면 위에만 따뜻한 것을 걸치고 책상다리를 해서 발 시림을 녹이는 궁상맞은 방법을 동원하고 있었다.
근데 아파트 단톡 방에서 샤워할 때 따뜻한 물은 나오는데, 난방이 안돼서 AS를 불렀다는 대화가 떴다. 나는 아직 난방을 틀 생각을 해본 적이 없는데 (이불속에 들어가면 따뜻하니 굳이;;;ㅋㅋ) 다른 집들은 벌써 난방을 돌리나 보다. 물론 아이가 있는 집들은 바닥이 차가우니 그럴 수도 있겠다.
시골에서 자란 나는 초등학교 때까지 장작을 때고 살았다. 위로 언니와 오빠가 있어서 내가 그다지 고생을 많이 한건 아니지만 돌아가면서 나무를 해와서 떼기도 하고, 잔가지나 낙엽, 솔잎 같은 불쏘시개에 불을 붙인 후 잘 타도록 빙빙 돌리는 거를 시키는 대로 돌리면 불이 잘 붙었던 기억이 난다. 아랫목은 정말 절절 끓어서 장판이 탈 정도였지만 윗 공기는 차디 찼었다. 그렇게 시골에서 살아서 그런지 결혼을 하고 나서는 아파트에 살았지만 너무 덥게 사는 것에는 좀처럼 익숙해지지 않는다.
아마 반바지에서 곧 수면 잠옷으로 갈아탈 확률이 높은데(중간이 없구먼ㅋ) 난방은 아주아주 추운 날에서야 틀게 될 것이다. 공부할 때는 수면 양말을 신으면 되고, 잘 때는 이불 밑에 전기요도 있고, 신혼 때 산 구스 이불이 따뜻하니 그렇게 난방을 많이 돌릴 일이 없다. 또 환기 한번 시키면 금방 식기 때문에 애써 데울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오늘이 벌써 입동이고, 내일은 김장을 하러 간다. 지금이야 버튼만 누르면 온 집이 훈훈해지고, 온 집이 시원해지는 시대이지만 아직도 쪽방촌에 살거나, 연탄을 떼고 사시는 분들은 힘들게 살아가신다. 어느 정도 춥지는 않게 살아야겠지만 더울 정도로 보일러를 펑펑 틀어서 자원을 낭비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또 적당한 온도가 피부나 아토피에도 좋을 테니 우리 어린 시절만큼은 아니어도 기존보다 온도를 1도씩만 내려도 지구에게도 덜 미안하고, 건강해지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같은 환경에서 자란 우리 삼형제는 생각과 행동 패턴이 다 다르다. 언니와 오빠는 그렇지 않은 반면 나는 이런 공과금에 굉장히 민감한 편이다. 같은 환경과 배경에서 자라났다고 해서 똑같지 않다는 뜻이다. 디퍼런스 핵심 요소인족인의 영향도 있지만, 가치를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각자 생각하는 것은 참 다르다. 형제와 자매들도 이렇게 다른데 부부는 어떻겠는가. 다행히 별로 간섭하지 않고 따라주는 성향이라면 부딪힐 일이 없지만, 한 명은 보일러 좀 트는 게 뭐가 큰 죄냐고 화를 낸다던지, 그까짓꺼 얼마나 한다고 그러냐면서 따뜻한 물로 1시간 샤워를 한다던지 등등 부딪히는 케이스야 예를 다 들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여기서 생각해봐야 하는 것은 그 사람이 추구하는 가치가 뭔지, 어떤 것을 진짜 원하는 건지 핵심을 꿰뚫어 봐야 한다는 것이다. 누군가는 가난이 지긋지긋해서 더 이상 춥게 살고 싶지 않다고 주장할 수도 있고, 누군가는 조금 더 움직이면 몸에서 열이나기도 하니 지구와 환경을 위해서 약간만 줄이자고 할 수도 있는 것이다. 어느 게 맞았다 틀렸다는 개념이 아니라 왜 그것이 부딪히는지? 왜 그것을 원하는지? 니즈를 정확히 파악해야또 다른 문제에서 터지지 않는다는 말이다.
단순히 디퍼런스는 성향만 아는 것을 넘어 이해도를 높이기를 권고하기 때문에 우리를 조금 더 성숙하게도 만들어줄 수 있을 것이다. 나의 주장만 하는 것이 아니라 왜 그렇게 하고 싶은지를 화를 내지 않고, 기분 나쁘지 않게 잘 설명할 수 있는 현명한 사람이 되도록 우리는 계속해서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