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8월 1일 브런치 작가가 되었고 2019년 12월 30일인 오늘로써 150일째 되는 날이다. 174명의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는 초보중의 초보 작가이지만 이 글로써 150일 동안 182개의 글을 썼다. 누누이 얘기하지만 나는 아직까지 퀄리티보다는 양으로 승부하는 초보 작가이다. 나는 글 쓰는 법을 배운 적도 없고, 브런치에서 작가라고 불러주지만 아직도 작가라는 호칭이 낯부끄러운 1인 중의 한 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나는 어느덧 글을 쓰는 즐거움에 흠뻑 빠져있고, 틈만 나면 gram을 열고 주저리주저리 글을 쓰고 싶은 졸꾸러기이다.
뜨거운 여름을 함께했던 씽큐베이션 2기의 애프터씽큐가 겨울이 되어서야 시작하게 되었다. 첫 번째 애프터씽큐 책으로 선정된 책은 [스티븐 킹의 창작론_유혹하는 글쓰기]이다. 솔직히 문학작품을 언제 읽었는지 가물가물하다. 책을 읽은 지 고작 2년밖에 안되었고 그것도 1년은 내 맘대로 읽었고, 1년은 체인지 그라운드 책을 겨우겨우 따라갔으니 앞으로 읽으면 된다. 더 이상 모르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내가 아는 것보다 내가 모르는 게 수두룩한 것이 이 세상이므로, 나는 앞으로도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으니 인생 후반부가 기대될 뿐이다!
어떤 일을 할 때도 왜 그 일을 하는지 '동인'이 중요하듯이 글을 쓸 때도 무엇 때문에 쓰는지? 왜 쓰는지가 중요하다. 스스로가 이것이 정의되어 있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은 큰 차이가 있을 것이다. 아직 초보중의 초보이고 소설을 쓸 깜냥도 되지 않는 나이지만 적어도 읽고 싶어 지는 유혹하는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에는 전적으로 동의한다. 브런치에 일상 글을 쓰던지, 서평을 쓰던지, 정말 나중에 수필을 쓰던지 읽고 싶은 글을 쓰기 위해 이 책을 후벼 파 보았는데 동기가 중요하다고 하니 나의 동기를 생각해보자. 나는 왜 글을 쓰는가? 돈벌이는 1도 되지 않고, 누가 기다렸다가 읽어주는 사람도 별로 없지만 적어도 글을 쓰면서 나의 마음이 훈훈해지고, 생각이 정리되면서 내적으로 충만함을 느낀다. 그래서 그 어떤 작업보다도 뿌듯하고, 적어도 나 자신이 힐링이 된다. 물론 이것에서 그치지 않고 다른 사람들에게 공감과 위로가 되고, 용기가 희망이 된다면 더없이 좋겠지만 말이다.
책을 읽다 보니 스티븐 킹은 졸꾸러기였다. 뭔가 반갑다. 그는 영화광이어서 몸이 아프거나 별일이 없다면 영화를 거르는 법이 없었고, 오디오북과 종이책을 구별하지 않고 기회만 있으면 책을 읽었고, 때때로 글이 쓰기 싫어도 계속 써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죽어라고 열심히 노력하기 귀찮다면 좋은 글을 쓰고 싶다고 말할 자격이 없다며 뼈 때리는 조언을 해주고 있고, 폭넓은 독서와 관련 글들을 끊임없이 읽어야 한다는 것과 끊임없이 자기 작품을 가다듬어야 한다는 것도 빼놓지 않고 짚어주고 있다.
노력만 강조하는 것이 아니라 습관 부분까지 얘기하고 있다. 상상력이 충만한 삶을 위해 텔레비전쯤은 꺼두라고 단호하게 말하고 있고, 일단 글을 쓰기 시작하면 남들이 뭐라고 하든지 말든지 하루도 빠뜨리지 않고 씀으로써 등장인물들이 생기를 잃지 않도록 한다니 정말 졸 꾸러기답다. 게다가 내가 독서와 글쓰기 외에 최대 관심사인 운동을 하듯이 스티븐 킹 또한 육체적인 건강을 유지하는 것과 결혼생활을 성공의 비결이라고 말하고 있다.
66챌린지를 할 때도 처음부터 너무 높게 목표를 잡지 말고, 작은 성취감을 맛볼 수 있도록 목표 설정을 잘하라고 끊임없이 얘기하는 부분인데 글쓰기를 할 때도 목표를 낮게 잡음으로써 실망하는 일이 없도록 하라고 하니 딱 내 스타일 아닌가. 게다가 목표량을 정했으면 그 분량을 끝내기 전에는 절대로 문을 열지 않겠다고 다짐하라는 말이 나와 너무 잘 맞는다. 모르긴 몰라도 성향이 나와 비슷한 담즙질에 주도형이지 않을까 싶다.
환상 혹은 착각
우리는 흔히 미디어를 통해서 바라본 작가들의 모습만 보고 착각하는 경우가 많다. 뭔가 영감님이 오면 파바박 자동적으로 글을 쓰고, 어느 날 단기간에 막 쓸 것 같지만 작가는 분명히 말하고 있다. 글은 엉덩이로 쓰는 것이고, 매일 쓰는 것이며, 자기 연장통 속의 연장들을 사용해서 각각의 유물을 최대한 온전하게 발굴하는 것이라고 말이다. 평소에 주변 사람들이 어떻게 행동하는지를 눈여겨보고, 본 것에 대해서 진실하게 말하되 등장인물을 실존 인물 그대로 묘사하는 것이 아닌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함으로써 스토리에서 출발해 주제로 나아가는 것이라고 말이다. '재능 있는 사람들이나 쓰는 거지', '잘 쓰는 사람은 원래 잘 썼겠지'라는 생각에 머문다면 우리는 영원히 글을 잘 쓰지 못할 것이다. 잘못된 고정관념과 잘못된 착각 속에 빠져있기보다는 메타인지를 높이는 것이 핵심일 것이다.
믿음
삶에서도 나를 진정으로 믿어주는 사람이 1명만 있어도 살만하듯이 글을 쓰는 데 있어서도 전적으로 지지해주고, 흔들릴 때 용기를 줄 수 있는 말 한마디를 해 줄 수 있는 사람이 1명만 있어도 그 결과는 천지차이가 되는 것 같다. 스티븐 킹에게 재능을 왜 낭비하냐는 직언과 무조건적으로 믿어주는 아내가 있었기에 포기하지 않고 글을 지속하지 않았을는지 짐작해본다. 또한 믿어주는 사람도 중요하지만 자기 자신이 이것을 해낼 수 있다는 자기 효능감도 중요할 것 같다. 자존감과 더불어 자기 효능감이 높은 사람은 어떤 상황이 와도 끝까지 밀어붙일 수 있는 힘이 있지만, 그렇지 않다면 작은 고난에도 금방 포기하고 말테니 말이다.
즐기는 게 장땡이다
사실 문법 얘기가 나오는 부분에서는 잘 알지 못해서 위축되었다. 문법 관련 책도 사봤는데 도대체가 어려워서 더 글을 쓰기가 어려웠던 기억이 있다. 이런 거 저런 거 따지며 글을 못 쓸 바에야 일단은 그냥 편하게 쓰기로 결정했다. 때가 되어서 배워야 한다면 그때는 배워야겠지만 지금은 글쓰기 근육도 다 생성되지 않았는데, 근육의 쉐잎을 신경 쓸 겨를이 없다는 말이다. 물론 이것은 사람에 따라 다를 것이다. 나야 초보중의 초보이고, 전문 작가도 아니므로 조금은 가볍게 스트레스를 받지 않으며 즐기면서 쓰고 싶은 욕구가 더 크다고 할 수 있겠다. 사실 누군가가 글의 수준을 논하면 나는 쭈그러들수밖에 없는 위치이다. 그러나 실력이 한꺼번에 늘어나는 것도 아니고 어느 정도의 시간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고작 150일 된 내가 질을 논하기에는 이를 수도 있으니 지금은 그냥 많이 읽고, 많이 생각하고, 많이 관찰하고, 많이 쓰면서 이 자체를 즐기는 내가 되고 싶을 뿐이다.
누구나 다 상업작가가 되어야 하는 것도 아니고, 또 다 될 수도 없을 수도 있으므로 글을 쓸 때만이라도 바깥세상으로부터 단절된 채 나만의 세계를 창조하는 것을 경험하는 것만으로도 나는 행복하다고 생각한다.
나의 목표
엉겁결에 브런치 작가가 되었고, 150여 일 동안 182개의 글을 쓴 나를 칭찬한다. 2018년에는 글을 하나도 안 썼던 내가 2019년 후반기에 들어 어찌 되었던 즐기면서 글을 쓰고 있으니 말이다. 구독자를 고려한 글을 쓰려면 더욱더 많이 책을 읽고, 배워야 할 것이다. 그리고 열린 마음으로 사람들을 관찰하고, 그것을 나만의 문체로 녹아내야 할 것이다. 똑같은 것을 보고도 작가에 따라서 다르게 해석이 가능하듯이 왜곡된 시선이 아니라 다양함을 당연하게 바라보는 디퍼런스식의 시선으로 많은 것을 보고 그것을 글로 나타내고 싶다. 누누이 말하지만 나는 초보 작가이기에 부끄러울 게 없고, 손해 볼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과감하게 뭐든지 시도할 수 있고, 손실을 걱정하기보다는 도전을 할 수 있는 패기가 있다고 할 수 있다. 글을 성적표처럼 딱 잘라서 평가할 수 없고, 각자의 스타일과 분위기가 다 다르므로 천편일률적인 평가에 목을 매기보다는 공감능력이 뛰어난 글을 쓰도록 계속해서 노력해보자. 내가 죽어서도 글은 남을 테니, 멋지지 않은가!
글을 왜 쓰는지 동기를 잊지 말고, 즐거움을 간직한 채 한 걸음씩이라도 발전하는 2020년의 나의 모습을 기대하며, 또한 나와 같은 수많은 새내기 작가님들을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