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HANDAL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기뮨 Feb 02. 2020

아이 없는 부부의 주말 일상

HANDAL_2DAY

결혼 13년 차이지만 아직 아이가 없는 우리 부부는 어떻게 주말을 보낼까? 케바케이겠지만 오늘은 남편이 자는 동안 나는 아파트 피트니스 센터에 다녀왔고, 간단히 아점을 먹은 후 각자 출근을 했다. 남편은 한 회사에 15년을 근무한 이차장님이다. 야근과 주말 근무를 밥먹듯이 했었지만 이제는 짬밥이 좀 되는지라 직접적인 프로그램 개발이나 전산 업무를 하기보다는 중간 관리자 역할을 하고 있다. 신혼 때는 회사에 남편을 빼앗겼다고 생각될 만큼 남편이 많이 바빴었다. 집에 들어와서 잠자고 옷만 갈아입고 나가는 하숙생 모드로 몇 년을 지냈을 때는 정말 얼굴 보고 대화하기가 어려울 정도였었다. 어느덧 15년 차가 되었고 의식적으로 야근과 주말 출근을 자제 또는 거부하는 현상이 일어난 요즘 몇 년은 땡! 하면 집에 오게 되었고, 시간을 얻는 대신에 야근수당이 홀쭉해지는 것을 감안해야 했다.



한동안 야근과 주말 출근이 없더니 오늘은 시스템 작업이 있다고 일요일임에도 회사에 나갔다. 그리고 나는 남편이 가는 길에 동네 스벅에 내려주고 갔다. 참새가 방앗간을 들리듯 자연스럽게 몇 시간이라도 버틸 수 있는 동네 스벅에 와서 책을 두어 시간 읽고, 글을 쓰고 있다. 브런치에 어느 정도 저장해 놓은 글이 있어야 든든한 법인데 (언제 어떻게 바빠질지 모르므로ㅋㅋ) 지금은 텅텅 비어있기에 글쓰기 탄력이 간절히 요구된다.



외향적이고 말하기도 좋아하는 나는 대화가 부족하면 섭섭함이 몰려오는 성향이다. 반면 남편은 내향적이고, 혼자 사색하는 것을 좋아한다. 이것을 맞추기까지 참 오래 걸렸다. 서로가 다른 것을 머릿속으로는 알지만 은근히 상대방이 나에게 맞춰 좋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말로는 아니라고 하면서 '나는 맞고 너는 틀리다'라는 생각이 마음속 깊은 곳에 베이스로 깔려 있었던 것이 사실이었다. 좋아하는 것도 다르고, 개그코드도 다르고, 여러모로 달라도 너무 달랐다. 다행히 디퍼런스 상담과 디퍼런스 전문가 과정 공부를 통해서 나의 고정관념과 인지부조화가 깨지면서 변화가 시작되었다. 우연히 스킨스쿠버 다이빙을 함께 시작하게 되면서 공유할 수 있는 취미를 찾게 되었고, 내가 책의 세계로 넘어가면서 서로에게 점점 적응해가게 되었다.



https://youtu.be/a-VyzE7wFHA

취침한국사 구독요망!!ㅋㅋ


요즘 남편의 최대 관심사는 역사 유튜브 채널의 운영이다. "취침 한국사" (구독하는 당신은 최소 천사 +.+)에 어떤 주제를 다룰 것인지 콘티를 짜고, 자료를 조사해서, PPT 막노동 작업에 착수하고, 2만 원짜리 마이크로 녹음을 한 후, 편집을 한다. 아 그렇지만 회사와 동료들에게는 절대 일급비밀이다ㅋㅋ



나는 씽큐베이션 4기와 애프터씽큐 2기, 애프터씽큐 3기, 씽큐온 활동을 하고 있으므로 가열게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것에 주력하고 있다. 책을 읽고 그것을 글로 담아내다 보면 어느새 하루가 훅 간다. (책 읽는 시간보다 글 쓰는 시간이 더 많이 걸려서 읽는 만큼 서평을 쭉쭉 뽑아내지 못하는 것이 아쉽기는 하다)



다른 성향의 매력에 끌려서 결혼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성향으로 많은 시행착오가 있었다. 주말이면 어디를 가고 싶어 안달이 났는데 남편은 외식과 카페도 별로 좋아하지 않으므로 혼자 온갖 계획을 세우다가 결국은 실망한 채 집에서 TV만 보고 멍 때리며 시간을 보낸 것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집에 TV가 없어졌고, 다행히 책과 공부 등 자기 계발에 상당한 취미가 생기면서 헛된 계획을 세우는 것은 멈추게 되었다. 평범한 사람들의 휴가기간과 방학을 피해서 비시즌에 휴가로 다이빙을 하러 가고, 책을 사면서 그 무엇보다 만족감을 느끼는 사람으로 변해가게 되었다.



가끔 나의 멘탈이 안 좋을 때면 또 저 밑에서 섭섭이가 올라온다. 왜 이렇게 같이 보내는 시간이 적은가, 대화 시간이 왜 이렇게 부족한가 등등... 그런데 내가 바쁘거나, 정신없을 때는 옆에도 못 오게 할 정도로 건드리지도 못하게 하면서 반대의 상황에서는 왜 이해하지 않느냐고 반문했을 때 나는 할 말이 없었다. 나 역시 일중독 기질이 충분하므로 시험기간이나, 마감을 코앞에 두었을 때는 초예민 모드는 물론이고, 일밖에 안 보이는 스타일임에도 불구하고 역지사지를 생각하지 못하는 어리석음을 범하고 만다.



한때 서로에게 어떤 기대도 하지 않은 채 방관하거나, 아주 최소한의 역할만 하거나, 너는 너 나는 나 모드로 지냈을 때는 정말 숨이 막혔었는데 지금은 아니다. 각자의 자기 계발과 성장을 위해서 노력하는 요즘은 할 얘기도 많아졌을 뿐 아니라, 서로가 조언을 주고받을 수 있을 정도의 여유가 생겼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성질도 좀 죽고, 이해력도 올라가는 것은 나이듦의 좋은 점 중의 하나다. 어떻게 보면 각자의 일을 최대한 집중하면서 해야 하는 시기가 도래하였다고 봐야 한다. 상대방에게 바라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먼저 해주는 사람이 되자. 상대방이 변하기를 요구만 하지 말고, 진정으로 변화를 바란다면 나부터 바뀌자. 일할 때는 열심히 일하고, 쉴 때는 과감하게 쉴 수 있는 순간순간에 집중하는 사람이 되자.




남편이 일을 마치고 픽업을 하러 올 때까지 나는 서평을 마감하고 싶은데... 과연?ㅋㅋㅋ





구독은 저로 하여금 계속 글을 쓰게 만들어줍니다^^

구독과 라이킷, 공유와 댓글을 부탁드립니다 >. <









매거진의 이전글 지난달 그리고 이번 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