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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뮨 Sep 04. 2019

내가 스타벅스에 가는 이유

어차피 나의 목적은 OOO이다.

우리 집은 아주 조용하다. 아이가 없는 2인의 삶이기에 낮에는 도서관 못지않게 적막하다. 한때는 집에서 책이 참 잘 읽혔다. 도서관과 다를게 뭐지? 왜 나가서 돈을 쓰지?라고 생각했었다. 방 1에서 책을 읽고, 주방에 가서 밥을 먹고, 거실에서 차를 마신 후 다시 방 1로 복귀해서 책을 읽는 시스템이 한동안 잘 통했다. 그런데 슬슬 더워지고, 집이 익숙해진건지 긴장감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잠깐만 엎드려서 읽어야지 하면서 타협하다 보면 어느덧 잠들어있고, 유튜브 딱 1개만 보고 마저 읽어야지 했는데 핸드폰 사용시간이 어마어마했다.



올여름 우리 집의 모든 인원이 다 귀가해도(그래 봤자 2명ㅋㅋ) 에어컨을 튼 횟수는 손에 꼽힌다. 하물며 혼자 있으면서 에어컨을 켜기란 왠지 모르게 망설여진다. (혼자 있었던 어느 무더웠던 날 2번 정도 튼 것 같다ㅋㅋ) 어쨌든 긴장감이 없다는 것이 나를 자꾸만 게으르게 만들고, 오늘의 할 일을 내일로 미루게 해서 나는 1,500원의 투자로 집중력을 사기로 한다.



집에서 스타벅스까지는 걸어서 10분 정도 걸리는 것 같다. 기분 좋게 빨리 걸으면 10분이지만, 흐느적거리며 걸으면 20분까지 걸리는 마법의 길을 지나서 그곳에 도착하면 1인석이라고 지정한 곳은 아니지만, 벽을 중심으로 자연스럽게 형성된 1인석에 자리를 잡는다. 사실 스타벅스 커피를 매일 같이 팍팍 주문할 수 있는 강심장은 아니므로 주로 생수나 바나나를 주문한다. (별 적립도 당연히 된다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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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커피도 마시긴 하지만, 요즘은 잠이 잘 안 와서 웬만하면 커피를 자제해 보려고 노력 중이다. 사이렌 오더로 매장 도착 전에 주문을 하고, "사이렌 오더로 주문하신 졸꾸러기 기뮨님~~~" 멘트가 나오면 SSG 가서 주문한 것을 수령해온다.

사람들이 많은 곳이라 때로는 시끄럽기도 하지만, 그래도 음악을 듣던지 아니면 백색소음이라고 생각하면서 책을 읽는다. 역시 사람들의 시선이 느껴지므로 자세가 집는 다르다. 널브러질 수 없고, 조금 지루하거나 꽤가 나도 달리 할 게 없으므로 다시 책으로 시선을 옮길 수 있다. 이것이 책을 읽을 수밖에 없는 환경설정이다.  



또한 스톱워치를 이용해서 과연 내가 몇 시간 머물면서, 몇 시간을 집중해서 책을 읽었는지를 체크해본다. 데일리 리포트에 머문 시간과 책을 읽을 시간이 비슷하면 뿌듯, 머문 시간 대비 책을 읽은 시간이 현저히 낮을 때는 책보다는 핸드폰을 더 많이 본 날이라고 봐야 한다. 데일리 리포트를 쓰지 않으면 그냥 책을 읽었다는 뿌듯함을 안고 귀가하겠지만, 데일리 리포트에 증거가 다 있으므로 그날그날 반성적 사고가 절로 된다.



가끔 이런 질문을 하신다. 어떻게 그렇게 책을 많이 읽었어요???

책이 저절로 읽혀지지는 않는다. 책을 읽음으로써 얻었던 것이 너무 많은 나는 살기 위해 책을 읽었다. 책에서 돌파구를 찾았고, 책에서 위로를 얻었으며, 책을 통해 오해했던 것을 이해할 수 있었다. 나도 책과 친하게 지낸 지 불과 2년밖에 되지 않았다. 그 전에는 책은 장식품? 에 불과했었는데, 이제는 한 달에 5~6권은 꾸준히 사는 것 같다. 그 어느 것보다 뿌듯한 소비가 책을 사는 것이고, 새 책의 냄새와 느낌이 너무 좋다.


책에 나와있던 말들이 처음 듣는 말들은 아니다. 기존에 누군가에게서 들었던 말이지만, 그때는 잔소리로 느껴졌는데 책은 조심스럽게 나의 마음을 두드리는 느낌이랄까. 그래서 책이 나의 마음을 바꾸고, 나의 고정관념도 바꾸게 해줬다.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그러므로 나는 나의 얼마 되지 않는 용돈을 기꺼이 투자하며, 계속해서 책을 읽기 위해 스타벅스로 갈 것이다. 그곳이 어디든 당신이 오롯이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보기를 적극 추천한다.

가끔은 커피도 마셨었다. 지금은 자제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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