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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뮨 Apr 08. 2020

강형욱과 함께 울다

행복하개 프로젝트


오늘 아침은 정말 운동할 기분이 아니었다. 그러나 감정에 따라서 모든 것을 하고 안 하고 할 수가 없으니 나 자신을 어르고 달랬다. 넋 놓고 울 수만 없어서 일부러 청소기를 돌리고, 이불 빨래를 돌리고 부지런히 몸을 움직였다. 코로나로 인해 동호수, 이름, 연락처, 해외 다녀왔는지를 작성하고, 마지막으로 체온을 체크하고 소독 젤을 바르고서야 헬스장에 들어갔다. 원래는 소리 없이 화면만 보며 뛰는 것에 집중하는데 오늘은 정말 음악이라도 들어야 뛸 수 있을 것 같아서 이어폰을 챙겨갔다. 러닝머신이 작동된 이후에만 채널이 조정 가능한데 채널을 선택하는 시간도 기록에 포함되므로 아예 속도를 10으로 설정해놓고 채널을 누른다. 한마디로 뛰면서 버튼을 조정하는 것이다. 그런데 어쩐지 좀처럼 신나는 음악은 안 나오고 관심 없는 홈쇼핑과 드라마만 나왔다.



https://tv.naver.com/v/13238436




그러다가 강형욱 훈련사님이 나오길래 고정을 해놓고 이어폰을 낀 채 10 속도로 뛰기 시작했는데, 예상치 못한 장면들이 계속 나왔다. 사실 마음 같아서는 강형욱 님과 함께 펑펑 울고 싶을 정도로 나도 감정이 컨트롤 되지 않는 상태였지만 러닝머신을 뛰면서 운다는 게 말이 되지 않으니 마음으로만 울었다. 마스크를 낀 채 달리다 보니 호흡이 더 답답하고, 또 한 달을 쉬었다가 뛰는 거라서 쉽지 않았다. 이전에는 그냥 힘들어서 헉헉 거렸다면, 오늘은 호흡으로 울은 거나 마찬가지였다. 눈물을 흘리는것만이 우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처음 느꼈다. 뛰면서 온몸으로 울었으니 말이다. 




https://tv.naver.com/v/13238394




당뇨와 혈액암 등으로 남은 시간이 얼마 없는 다올이를 위해 마지막을 준비하는 장면이 나왔는데 누구에게나 이별은 쉽지 않은 것이지만 개통령도 그냥 한명의 보호자일 뿐이라고 하면서 엉엉 우시는데 진짜 맴찢이었다. 강형욱 훈련사님이 많은 강아지들을 훈련시키고, 보호자들마저 가르치는 입장이지만 직접적인 이별은 온전히 혼자 감당해야 하는 것이니 훈련사이건 아니건 그것은 상관없는 시점이었다. 



어젯밤에도 가슴이 너무 아프고 답답해서 새벽인데도 갤럭시 버즈로 음악을 크게 들었다. 빠른 음악에 슬퍼본 사람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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