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7기가 마무리되었다. 59명의 팀원에 리더인 나까지 60명이 한마음 한 뜻으로 한 달 동안 고군분투한 것이다. 59명의 팀원들 중에는 5기부터 함께한 멤버도 있고, 새로 만난 멤버들도 있고 멤버의 연령과 구성은 늘 다양하다. 5기부터 7기까지 나를 거쳐간 누적인원을 한번 세어봤더니 무려 135명이나 되었다. '부추'란 부드러운 추노, 혹은 부추기는 리더라는 뜻으로 나의 부캐다. 내 이름 석자 '김윤정'보다 원래 나의 닉네임인 '기뮨' 혹은 부캐인 '부추'라고 불리는 나는 캐릭터가 다양한 것도 좋고, 영어 이름처럼 편하게 부를 수 있는 부추라는 명칭도 좋다.
몇 년 동안 만나지 못했던 지인들을 만나면 자주 받는 질문이 정해져 있다. '요새 뭐 하는 거야?' '그 사진 뭐야?' 라며 예전에는 책을 그다지 읽지 않았는데 변화된 나의 모습에 엄청 신기해한다. 짖꿏은 친구들은 도대체가 매칭이 되지 않는다며 자기를 가르쳐 보라고 농담을 하기도 한다. 그런데 나는 글쓰기를 가르쳐주는 글쓰기 강사는 아니다. 사람들이 많이 하는 오해 중의 하나가 '글을 배웠어야 쓰지!' ' 내가 어떻게 글을 써?'이다. 어느 날 갑자기 서평을 써야 했던 나도 똑같은 질문을 하며 지레 겁을 먹곤 했다.
그런데 'HANDAL'을 하면서 느낀 게 있다. 우리가 자전거나 배드민턴을 배울 때 아무리 동영상으로 수십 번 보고,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을 돌려본다고 해서 실제로 해보지 않고 배울 수 없듯이 글쓰기도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직접 하면서 배우는 게 훨씬 더 크기 때문에 나는 어떤 기술적인 요소, 문법적인 요소보다도 자주, 계속, 꾸준히 시도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우리는 학창 시절 내내 책과 함께 살았고, 글짓기나 논술 등을 해왔었다. 다만 학교의 커리큘럼으로 자유로움을 발산하지 못했을 수도 있고, 점수를 잘 받기 위한 스킬을 써야 했을 수도 있고, 뭔가 100점을 맞을 것 같은 세상어 정답을 쓰는 연습을 해왔을 수는 있다. 그러나 어쨌거나 우리가 적어도 고등학교를 졸업했다는 가정하에 글을 쓰지 못할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 솔직히 나는 화려한 문구보다 뒤늦게 한글을 배운 할머니들이 쓰신 글들이 더 감동스러울 때가 많다. 맞춤법이 좀 틀려도 한 자 한 자 꾹꾹 눌러서 그동안의 표현하지 못한 것을 표현하신 어르신들의 글을 볼 때면 눈시울이 붉어진다. 우리가 모두 작가가 될 것도 아니고 이렇게 나만의 글을 쓰면 되는 것이다.
물론 글을 잘 쓰기 위해서 우리는 더 많은 책을 읽어야 하고, 때로는 필요한 문법도 배워야 하고, 남들은 어떻게 쓰는지 관찰해보기도 해야 한다. 그러나 그것은 추후의 문제 아니겠는가. 일단 자전거를 배우고, 배드민턴을 배우려면 나가서직접 해봐야 한다. 넘어져도 보고, 무릎도 까져보고, 여러 가지를 경험하면서 몸에서 감각을 익히듯이 매일 글쓰기를 통해서 글이 더욱더 쓰고 싶어지고, 글쓰는 행위가 재미있어지고, 글을 통해 나 자신에게 더욱 솔직해지기도 하고, 정리되지 않았던 감정들이 정리되는 등 여러 가지를 스스로 직접 체험해봐야 한다. 체험이 지름길이고, 최선의 길이다.
나는 어려서부터 조금 혹독한 훈련을 받았다. 초등학교 6년 내내 담임선생님보다 엄격한 엄마의 일기 검사 때문에 하루도 빼놓지 않고 6년간 일기를 썼다. 그때는 지겨웠고, 하기 싫었다. 그러나 일기를 쓰지 않으면 잠을 잘 수 없었기에 어떻게든 써야 했다. 그런데 쓰다 보니 글쓰기 탄력이 붙어서 글짓기 대회도 곧잘 나가고 그랬다 (물론 초등학교때 그런 대회 안 나간 사람이 어디 있겠냐만은;;;) 6년의 일기도 지겨운데, 피아노 학원은 10년을 다녔다. 실력 있는 교수님한테 배운 것도 아니고 동네 학원이라서 전공도 하지 못했지만 여기에서 말하는 포커스는 "그릿"이다. 10년 동안 노처녀 히스테리를 부리는 원장 선생님이 미운적도 많았고, 집이 넉넉하지도 않은데 학원비가 아깝다는 생각도 많았다. 형편이 넉넉하지 않았음에도 엄마는 중간에 그만두면 아무것도 되지 않는다며 학원을 그만두지 못하게 하셨다. 그런데 지나고 보니 정말 예전에 다녔어도 지금 전혀 못 치는 사람이 꽤 많이 있었다. 나는 전공을 하지는 못했지만 학원비 뽕을 뽑고도 남을 정도로 여기저기서 잘 활용했기에 10년을 꾸준히 친 것에 대해 감사하는바이다.
이런 훈련 덕분에 뛰어나게 잘하지는 못하더라도 꾸준히 하는 것에는 자신이 있다. 이런 나의 강점을 한달서평과 한달쓰기에도 녹여냈고, 팀원들을 격려하고 리딩 하는데도 나는 그 어떤 것보다도 성실함, 꾸준함, 지속성의 중요성을 리마인드 시킨다. 글은 스스로가 쓰는 것이지만 포기하고 싶을 때 포기하지 않도록 도와주고, 사기가 떨어졌을 때 다시 으샤으샤 해주고, 자신에 대한 신뢰가 부족할 때 리더가 더욱더 믿어주며 다시 일어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나의 역할이지 글쓰기 스킬을 가르쳐 드리지는 않는다. (이미 글쓰기 책은 시중에 많이 나와있으니 읽으면 된다)
스킬이 문제가 아니라 하기 싫은 날에도 쓰는 연습, 우울한 날에도 쓰는 연습, 포기하고 싶을 때도 시도하는 연습, 귀차니즘을 이기고 지속하는 연습을 함께 하는 곳이 HANDAL이라고 생각한다. 완전 처음 글을 쓸 때는 자신의 글 밖에 보이지 않는다. 나 혼자 쓰는 것도 벅차므로 다른 곳을 볼 여력이 없다. 그런데 몇 기수를 지속하신 분들을 보면 리더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동료들의 글을 꽤 많이 읽는 분들이 계신다. 신기하게도 우리는 책을 많이 읽고, 글을 자주 쓰다 보면 남의 글을 읽고 공감하는 스킬도 향상된다.
한달7기 서평팀의 전체 인증률이 98.85%이다 ㄷㄷㄷ
글이 밥을 먹여주는 것도 아닌데 이걸 할 시간이 어딨냐고 묻는 분들이 계시지만 이것은 오해다. 나는 책을 읽고 글을 쓰면서 엄청난 도움을 받았다. 지금 HANDAL의 리더를 하고 있는 것도 그렇고, 코로나로 학교 시험이 전면 레포트로 교체되어 14개의 레포트를 내야 했을 때도 도움이 되었고, 공감능력이 향상되니 커뮤니케이션에도도움이 된다. 회사원들도 글을 읽고 쓰는 능력이 향상되면 업무에 엄청나게 도움이 된다. 나를 드러내고 홍보하는 방법으로 글쓰기는 당연히 유용하고, 이것이 스피치와도 연결되어서 말을 조리 있게 하는 것에도 도움이 된다. HANDAL에서는 팀별 카카오톡 라이브를 주 1회 진행하는데 '한달서평'팀에서는 책 3분 스피치를 시작했다. 서평을 썼어도 스피치로 책을 소개하는 것을 해본 사람과 해보지 않은 사람의 차이는 어마어마했다.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스피치나 말을 하는 것이 따로따로가 아닌 다 연결이 되어있어서 정말 도미노 같은 효과를 가져다줄 것이라고 믿는다. 그러나 일확천금을 바라고 로또만 산다고 부자가 되는 것이 아니듯, 꾸준히 읽고 쓰는 연습을 하면서 즐기는 경지에 올라간다면 어떤 모습으로든 우리에게 유익함을 줄 것이라고 믿는다. 문해력이 높아져서 싸우지 않고 토론을 할 수 있고, 나와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을 무조건 피하거나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 이해할 수 있고 소통할 수 있는 사람이 된다면 나의 인생이 조금 더 평화로워지고, 살만해지지 않을까?
특별한 사람만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꾸준히 시도하면 되는 것이라는 것을 믿고 잘하고 못하고를 따지지 말고, 나만의 속도로 읽고 쓰는 행위를 지속해보면 어떨까?! 누적인원 135명을 배출한 부추 리더의 말을 한번 믿고, 더 이상 미루지 말고, 혹시 예전에 시도했다가 포기했었다면 다시 마음을 다잡고 시작해보시라고 권하고 싶다!! 이번 한달 7기 나의 팀원들 59명 중에서 40명이 단 하루도 빼놓지 않고 글을 써서 '금메달'을 획득하셨다. 나머지 인원도 아깝게 1~2번 놓친 게 대부분이다. 혼자 한다면 일주일도 할까 말까일 수도 있지만, 할 수밖에 없는 환경설정에 나를 던지고, 함께 하는 사람들과 시도하다 보면 전혀 쓰지 않던 사람에서 "쓰는 사람"으로 거듭날 수 있다는 것을 믿어보시기를 바란다!!!
'할 수 있을까?' '실패하면 어쩌지?' 라는 고민을 할 시간에 그냥 부딪혀 보라고 권하고 싶다. 많은 사람들이 매일 매일 읽고 쓰면서 스스로 발전하는 것을 느끼고 있고, 눈으로 확인하고 있다. 걱정과 고민할 시간에 시도하는 자가 용자라고 감히 말씀드리고 싶다. HANDAL 8기가 궁금하신 분은 아래를 참고하시길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