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라테스 얼~~마나 재밌게요^^
늘 로망이었던 기구 필라테스를 어느 날 1년 치 끊었다. 헬스는 매일 해도 되고, 필라테스는 주 2회 선택할 수 있는 회원권이었는데 2020년 여름부터 시작해서 지금까지 웬만하면 주 2회 수업은 빼먹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사실 횟수를 더 늘리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이미 결정을 했기에 1년은 그대로 가야 할 것 같다. (개인 필라테스 20회도 끊어놨지만 선생님이 별로라서 정지해놓은 건 안 비밀)
늘 바쁘게 살고, 동시에 여러 가지 일들을 하는 현대인으로써 "바쁘다 바빠"를 입에 달고 살기도 하고 나도 모르게 머릿속에 각인되어 있는데 그걸 필라테스가 워워 해줘서 좋다. 업무가 카톡으로 연결되다 보니 늘 핸드폰을 쥐고 산다. 책을 읽을 때나 퇴근 후에는 웬만하면 카톡을 체크하고 싶지 않지만 또 (카톡에 빨간색 표시가 떠 있는 것을 참지 못하는 성향이다 보니) 어느새 답장을 하고 있는 나님이다. 그러나 필라테스 할 때만큼은 핸드폰을 내려놓고 온전히 집중한다.
마스크를 쓰고 운동하는 게 쉽지 않지만 어느새 익숙해졌다. 필라테스를 할 때 코로 숨을 들이마시고, 입을 소리를 내면서 숨을 내쉰다. 스킨스쿠버를 할 때나 마이크로 노래를 할때면 호흡이 딸린다는 생각을 많이 했었는데 필라테스를 해보니 역시나 숨이 짧았다. 깊고 길게 들이마시고, 길게 내뱉고 싶지만 쉽지 않았다. 내뱉을 때는 옆사람에게 숨소리가 마스크를 뚫고 들릴 정도로 크게 내쉬려는 의식적인 노력을 하고 있다.
혼자서 달리기를 1년쯤하고 난 뒤 기구 필라테스를 시작했지만 필라테스에 필요한 근육들이 아직 덜 발달되어 쉽지 않았다. '오늘 안되면 다음 주에는 되겠지!'라는 생각으로 임했고, 변태 같을 수 있지만 근육통이 오면 '올~~~ 어제 운동 제대로 했나 봐!'라며 스스로에게 궁디팡팡도 해주면서 즐겁게 필라테스를 배우고 있다.
모험정신이 투철한 편이라서 어려운 동작을 배우는 날에는 더욱 더 욕구가 뿜뿜 올라온다. '선생님처럼 하고 싶다는 생각'과 '그걸 해내고 싶다는 생각'이 올라오면서 어떤 날은 빈 강의실에 가서 연습을 하기도 했다. 러닝머신 위에서 걸으면서도 어떻게 자세를 취할 것인가? 내전근을 키우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등등 온통 필라테스 생각뿐인 적도 있었다.
아무도 건드리지 않았는데도 복부가 막 덜덜 떨리거나 다리가 덜덜 떨리는 동작들이 있다. 나도 제어하고 싶지만 제어가 되지 않는데 이럴 때 필요한 게 호흡이다. 호흡을 들이마시고 내쉬고를 반복하면서 발란스를 잡아가야 한다. 숨을 참거나 헐떡거리면 안된다.
갈비뼈를 열고 닫는다.
옆으로 뿐만 아니라 앞뒤로 내 몸통을 풍선처럼 늘렸다가 또 바람 빠진 풍선처럼 숨을 내쉰다.
처음에는 잘 이해가 안 가지만 계속하다 보면 느낌이 온다. 그 느낌이 올 때까지는 그냥 계속하는 게 답이다. 노하우를 금방 알려고 하지 말고, 어떤 필이 올 때까지, 그리고 몸이 내 뜻대로 움직이는 그때까지 좀 기다려줘야 한다.
한달어스에서는 리더 역할이지만, 필라테스에 가서는 학생으로서 열심히 하다 보니 선생님도 인정하신다. (선생님이 신규 회원들에게 시범을 보이실 때 나는 그 동작을 동시에 한다. 왜? 시간이 아까우니까! 딱 50분 수업인데 내가 실제적으로 하는 시간이 그만큼 줄어드니까ㅎㅎ)
체력은 그냥 키워지지 않는다.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관리하는 것도 자신만의 노하우가 있어야 한다. 이 2개를 다 동시에 만족하고 싶다면 필라테스를 추천한다. (물론 선생님의 역량에 따라 너무 달라서 4명의 선생님이 있지만 난 꼭 A 선생님 수업만 들어간다. B, C, D 선생님 수업은 나와 안맞아서 무조건 필라테스를 끊기보다는 그 선생님이 나와 맞는지를 체크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속근육의 단련과 더불어 심신의 안정, 나만의 고유한 시간을 갖게 해주는 필라테스 수업을 함으로써 나의 몸도 마음도 단단해져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