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기뮨 Apr 19. 2021

한 순간에 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글쓰기, 독서, 운동의 공통점

요즘의 나는 매일 운동을 하고, 책을 읽고, 짧게라도 글을 쓴다. 지금으로부터 4년 전의 나는 매일 피아노를 쳤다. 팔이 아플 정도로 쳤고, 노래도 잘 못 불렀지만 노래도 했다. 그러나 10년 동안 매일 해왔고, 7살 때부터 해오던 것을 어느 날 멈춰야 했다. 그날 이후 거의 피아노를 건드리지 않고 있다. (한달어스 11기 라이브 때 우연히 건반을 한번 쳤었는데 정말 오랜만이었다. 왜 그만두었는지, 그만두었다고 해서 왜 혼자 있을 때조차 치지 않는지에 대한 것은 개인적인 일임으로 나중에 밝히기는 것으로 하겠다)



일중독이 다분한 어느 날 "갑상선 항진증"을 판정받고 매일 약을 먹기 시작했다. 심할 때는 아침저녁으로 2알씩 총 4알을 먹었고, 점점 줄어들어서도 하루에 1번 반알을 먹는 게 그렇게 싫었다. 10여년을 늘 무리하면 안 된다, 스트레스받지 말아야 한다라는 말을 의사 선생님에게 귀가 따갑게 들었다. 



책을 읽기 시작한 지 1년 반이 지난 지점에 사람들을 따라서 운동을 하기 시작했다. 주변 사람들이 다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운동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시작하게 된 것이다. 2019년 8월에 시작한 운동을 지금까지 쭉 유지하면서 카운트를 세고 있는데 2021년 4월 18일인 오늘 451번째를 맞고 있다. 처음에는 쉬지 않고 1킬로도 못 뛴다는 것을 인정하기 쉽지 않았다. 악으로 깡으로 하면 충분히 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숨이 차서 도저히 뛸수가 없었다. (아니 지금껏 운동을 안해놓고 참 염치가 없게도 왜 뛸 수 있을것이라 생각한거지? 지금 생각하면 진짜 어이가 없다) 만나는 사람들에게 매번 질문했다. '언제쯤 뛰는 게 쉬워지나요?' '언제 마라톤 나갈 수 있죠?' (하... 운동 며칠이나 했다고 이런 질문을....ㅠㅠ)



거의 1년 반 넘게 운동을 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마라톤 나가지 못했고(코로나 때문이긴 했지만 어쨌든 못 나간 건 사실) 지금도 쉬지 않고 10킬로 뛰는 게 결코 쉽지 않다. 게다가 어느 순간부터는 무릎에 무리가 가는 것 같아서 걷기로 바꿨다. 그런데 이 상황과 오버랩 되는 장면이 있었다. 한달어스 팀원들이 '언제쯤 글을 잘 쓸 수 있죠?' '언제 브런치 작가가 될 수 있죠?' '언제 출간할 수 있죠?' 등등의 질문이었다.



운동에 할애하는 시간이나 에너지가 상대적으로 많은 사람과 겨우 30분을 낼 수 있는 사람이 똑같을 수는 없을 것이다. 어떤 운동화를 신어야 하는지? 어떤 자세로 뛰어야 하는지? 음악은 어떤 것을 들어야 하는지? 기록을 재주는 제품은 어떤 것을 사용해야 하는지? 등등 여러 가지 궁금증이 있을 수 있다. 글쓰기 하시는 분들 또한 마찬가지다. '언제쯤 잘 쓸 수 있나요?' '글감이 떠오르지 않는데 어떻게 해야 하죠?' '어떤 책을 읽어야 하는지 모르겠어요' 등등 말이다.



운동이나 글쓰기다 다 마찬가지다. 1가지의 방법만 있는 것도 아니고 모두가 똑같은 결과를 내는 것도 아니다. 자신의 몸상태에 따라 다르고, 평소에 식습관이나 생활습관에 따라서도 다를 것이다. 일할 때도 움직임이 좀 있는 직군도 있고, 정말 꼼짝하지 않고 컴퓨터 앞에만 앉아 있는 직군도 있다. 앉아있는 자세, 핸드폰을 얼마나 하는지에 따른 목에 미치는 영향, 계단을 걷는 편인지 에스컬레이터에서 핸드폰을 하는지도 다 다를 것이다. 



한달어스에서 어떤 프로그램을 몇 기수 했느냐로도 단편적인 비교는 될 수도 있지만 정확한 비교는 될 수 없다. 왜냐면 그 프로그램을 하면서 매일매일 내가 얼마큼의 시간을 할애했는지, 그것에 대해 얼마나 애정을 쏟았고, 얼마큼의 생각을 했는지에 따라 천차만별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들어 표면적으로는 3기수를 똑같이 했어도 대충대충 쓴 사람과 진짜 마음을 다해서 글을 쓰고, 관련 책을 찾아보고, 유튜브에서 자료 조사를 하는 등 뼈를 갈아 넣는 심장으로 임한 사람의 글의 퀄리티가 같을 수가 없다는 말이다. 



그냥 보이는 것만으로 비교하면 안 된다. 이전에 (어렸을 때 포함) 얼마나 책을 읽었는지, 토론을 어렵게 생각하지 않고 자신의 의견을 조리 있게 말하는 습관을 갖고 있었는지 묵살당했는지, 시키는 일을 주로 했는지 아니면 주도적으로 어떤 프로젝트를 진행해봤는지 등에 따라 너무너무 다르다. 이런 것들을 생각하지 않은 채 '저 사람은 쓴지 별로 되지도 않은 것 같은데 실력이 좋은 것 같지?'라고 생각하면 곤란하다는 것이다. 



그렇게 긴 인생을 산 것은 아니지만 뭔가 뛰어난 사람이 나타나면 '나 모르게 어떤 부분을 노력했겠지, 경험한 게 많겠지, 주변에서 좋은 간접경험을 많이 했나 보다'라고 생각하는 편이 정신에 이롭다. 비교의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계속해서 틀에 갇히면 크게 발전할 수가 없으므로 차라리 그 사람이 어떻게 사고하고, 어떻게 실행력 있게 시도하는지를 벤치마킹하는 편이 더 좋다고도 할 수 있겠다.



물론 남을 향한 관심보다는 우선은 스스로에게 조금 더 솔직해지고,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며 매일매일을 쌓아가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한다. 노력은 쥐꼬리만큼 하면서 남 잘 되면 배가 아파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잘 되는 사람은 그만큼 어마어마한 노력을 한다는 것을 잊지 말자. 잘 것 다 자고, 핸드폰 할 거 다 하면서, 저절로 글 잘 쓰고 싶다고 생각하면 도둑놈 심보 아닌가?? 



날고 기는 작가님들도 글이 안 써지는 날도 무조건 엉덩이를 의자에 붙여놓는 시간을 갖는다고 하셨다. 하물며 아직 애송이인 우리가 고작 그 정도 노력을 하고 찡찡거리면 쓰겠는가?? ㅎㅎㅎ



처음의 이야기로 돌아가서 10년동안 갑상선 항진증 약을 먹었는데 운동을 꾸준히 한 어느날부터 수치가 안정화되어서 4년째 약을 안 먹고 있다. 1년에 한번 수치를 점검할때면 떨리긴 하지만 나는 믿는다. 매일매일 운동을 해냈기에 갑상선 항진증을 이길것이라고! 



한 순간에 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긴 호흡으로 가자. 운동도, 글쓰기도, 독서도, 마음관리도 다 마찬가지다. 조급하게 생각하면 일을 그르치니 평생 친한 친구로 지낼 수 있도록 적절하게 거리도 잘 유지하며 너무 들이대지도 말고, 너무 가끔 연락하지도 말고, 적절하게 말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함께라서 가능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