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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뮨 May 13. 2021

먼저 나 자신에게 영업을

오늘은 한달어스 14기의 3일 차로써 한 달 동안 매일 쓰기 위해서 계획을 세우는 날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글을 매일 쓰지 못하는 이유는(매일이 아니어도 시도하지 못하는 이유는) 시간이 남을 때 하지 뭐...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여유 시간이 있어도 오늘 스트레스를 받았으니 너트브도 좀 봐야 하고, 사람들도 못 만나는데 어떻게 지내는지 인스타 투어도 좀 해야 하고 등등 할꺼다하고 남는 시간에 책을 읽거나 글을 써야지 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실천하지 못하기 쉽다.


자기 계발을 열심히 한지 이제 4년 차에 접어드는 나는 매일 읽고, 쓰고, 운동을 한다. 이것이 한꺼번에 이뤄진 것은 절대 아니다. 일단 뭐가 되었든지 1가지 습관을 먼저 탄탄하게 잡고 그다음에 다른 습관을 쌓아가면 훨씬 더 수월하다. 아무것도 안 하던 사람이 갑자기 매일 읽고, 쓰고, 운동한다고 생각해보면 번아웃 오기 딱 쉽다. 



핸드폰 보는 것 대신 책 읽는 습관을 갖고 싶다면 간단하다. 핸드폰은 가방에 넣어두고 손에 책을 들고 다니면 된다. 누가 요즘에 무겁게 책을 들고 다니냐며, 전자책이 좋다고 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나처럼 의지박약인 사람은 전자책을 보기까지 다른 곳을 기웃기웃거릴 수 있다. 그래서 아예 환경설정으로 전철에 타자마자 핸드폰은 가방에 넣고 지퍼를 닫아버린다. 내 손에 들여있는 것은 책밖에 없으므로 책을 읽게 된다. 물론 그날그날의 컨디션에 따라 어떤 날은 책이 잘 읽힐 수도 있고, 안 읽힐 수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책에 맛을 들이면 빨리 다음 페이지를 읽고 싶어 지는 신기한 마법에 빠지니 그때까지는 어떻게든 존버 해야 한다.



운동을 매일 하는 것도 사실은 단순한 원리다. 1년 치 회원권을 정말 정말 정말 큰 마음먹고 끊었다. 군침만 흘리던 기구 필라테스는 주 2회 가능하고, 헬스는 1일 2회 가능하니 하루에 한 번만 갈 이유가 없다. 게다가 헬스장에서 씻으면 물값도 절약이 될 뿐 아니라 수건 빨래가 나오지 않아 얼마나 편한지 모른다. 집에서 3분 거리이므로 참새가 방앗간을 지나가듯이 나는 꼬박꼬박 1일 2회 헬스를 간다. 물론 시간적 여유가 많으면 1번만 가도 괜찮지만 직장인들은 시간이 그렇게 나지를 않는다. 



출근 전에 딱 5킬로를 걸으면 약 35분에서 40분 소요되고, 씻고 정리하다 보면 1시간이 걸린다. 단지 5킬로를 걷는 것만으로는 성에 차지 않는 부분도 있고, 필라테스 수업은 퇴근 후에만 가능한 이유도 있고, 또 딱히 퇴근 후 운동을 안 한다고 해서 생산적인 것을 그다지 하지도 않는다. 그냥 핸드폰만 만지작 거리다 잠자기 일쑤이므로 운동하는 게 나에게 남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퇴근하고 전철로 이동하면 8시에 도착한다. 헬스장은 10시에 문을 닫으므로 부지런히 필라테스를 하던지, 근력운동을 하던지, 5킬로를 더 걷던지 해야 한다. 1년 회원권의 뽕을 뽑겠다는 마음으로 열심히 출석체크를 하고, 인스타나 블로그에 계속해서 기록을 함으로써 스스로에게 이만큼 지속적으로 운동을 했으니 앞으로도 더 잘하자는 마음을 북돋아준다.


뭔가를 하고 싶으면 "입 밖으로 꺼내야 한다" 나 스스로에게도 각인시켜줄 필요가 있다. 나는 매일 읽고, 쓰고, 운동하는 사람이다! 나는 매일 변화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다! 나는 요행을 바라지 않고 매일의 꾸준한 노력을 지속할 것이다! 등등 나 스스로에게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계속해서 말해줄 필요가 있다. Daily report를 쓰거나 일기를 쓰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여기에 나 스스로를 넘어서 주변 사람에게도 말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게 진짜 은근 효과가 엄청나다.



남들은 나에게 그렇게 큰 관심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가끔 깜짝깜짝 놀랄 때도 많다. 예를 들어 운동을 열심히 하다가 매너리즘에 빠져서 좀 땡땡이를 치고 있는데 누군가가 툭 한마디 던진다. '요즘 운동 안 해? 피드 안 올라오더라' 헉!!! 이런 것을 몇 번 겪다 보면 사회적 동물인지라 사람들을 의식하게 되고, 꾸준히 올릴 수밖에 없다. 인증을 위해서라도 안 하고자 하는 의지를 꺾고 나가게 되어있다. 



6시경에 헬스장에 가면 사람이 거의 없다. 진짜 많아야 3명, 대부분은 나 혼자다. 늘 맨 끝자리에서 러닝머신을 이용하다 보니 별로 친하지 않은 트레이너분께서도 저절로 맨 끝에서 걷는 사람으로 인식하셨나 보다. 어느 날 화면이 안 켜져서 다른 자리에서 운동을 하려고 하니 '왜 1번에서 안 하세요?'라고 묻는 게 아닌가. 이런 식으로 주변 사람들에게 내가 어떤 것을 하고자 하는지, 어떤 것을 추구하는지를 명확히 보여줄 필요가 있다. 


환경설정의 끝판왕인 한달어스에서는 혼자 쓰는 것보다 당연히 효과가 높은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카톡방에 매일 사람들의 글이 실시간으로 올라오기 때문에 이것을 보면서 굳이 스킵하기가 쉽지 않다. 여기에 리더와 동료들의 열하와 같은 성원과 칭찬과 유대관계는 더욱더 우리를 글을 쓰고 싶게 만든다. 꾸준히 느는 블로그 이웃이나 브런치 구독자, 메인 등극 또한 이런 장치 중의 하나이다. 


이런 환경설정 속에 들어왔다면 시간과 장소를 정하기만 하면 된다. 나 같은 경우에는 일찍 출근해서 이어폰으로 음악을 들으며 온전히 집중해서 조용히 쓰는 것을 좋아한다. 이렇게 근무시간 전에 미션을 클리어하면 업무에 있어서도 자신감이 뿜뿜 올라올 수밖에 없다. 



그냥 되는 것은 1도 없다. 의식적으로 노력을 하고, 스스로에게 영업을 해야 한다. 오늘 아침에도 상쾌하게 아침 운동을 마치고 전철에서 읽은 새 책의 50페이지가 너무 흥미로웠다. 여기에 근무 시작 전 미션 클리어를 하고, 나는 오늘 하루도 밀도 높게 보낼 것이다. 그리고 퇴근해서는 필라테스 수업을 들으며 정신을 가다듬고, 근육의 미세한 움직임에 집중을 하고, 거룩한 땀을 흘릴 것이다. 


누군가는 나에게 왜 그렇게 힘들게 사느냐고 묻겠지만 매일 우울한 뉴스만 보고, 해결되지도 않을 걱정만 하고 사는 사람들이 나는 더 힘들어 보인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기꺼이 해내며 나는 오늘도 나 자신에게 적극적으로 들이대며 영업을 할 생각이다. 그 누구보다 나 자신이 나의 슈퍼팬이 되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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