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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뮨 May 27. 2021

피곤해도 필라테스를 가는 이유

필라테스를 배우기까지 몇 년의 고민이 있었다. 다른 동네에 살 때 상담문의를 했더니 가격이 ㄷㄷㄷ했었기 때문이었다. 꼭 1:1을 배우고 싶었던 것은 아닌데 그곳은 은근히 소수 정예 수업을 강요했더랬다. 각자의 자세와 습관을 고치기 위해서 1:1 수업이 좋은 건 알겠는데 가격이 너무 헉 스러워서 도저히 결제할 수 있는 레벨이 아니었다.


그러다가 새로 이사 온 동네에 헬스와 함께 6:1 수업이 꽤 괜찮은 가격대에 있어서 1년치 회원권을 끊고 다니는 중이다. 기구 필라테스의 기구 자체도 낯설었지만 헬린이었기에 근력도 딸려서 처음에는 정말 힘들었다.  '잘못하다가 이 기구에서 떨어져서 고꾸라지면 어떡하지?' '미끄러져서 어딘가에 박을 것 같은데?'라는 두려움이 생기기도 했고, 너무 타이트한 복장이 부담스럽기도 했다.


타이트한 필라테스복을 입어야 하는 이유는 호흡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 육안으로 확인해야 하기도 하고, 자세가 어떻게 잘못되었는지 알아야 수정이 가능하기에 타이트하지 않은 편한 옷을 입고 하면 확실히 효과가 떨어진다.


필라테스에 가서 처음 배운 것은 호흡이었다. 계속해서 지겨울 정도로 호흡 연습을 시켰고, 무슨 자세를 취하든 간에 호흡은 필수였다. 게다가 우리 선생님은 호흡을 소리 내서 하는 것을 좋아하신다. 수업시간에 호흡 소리가 조용하면 제대로 호흡하는지 여부가 확인이 되지 않으니 계속 돌아다니시면서 관찰하기 바쁘시고, 뭔가 6명의 회원들이 박자를 맞춰서 호흡소리를 내뱉는 날에는 엄청 뿌듯해하시는 경향이 있기에 숨쉬기에 진지하게 임하는 편이다.


코로 들이마시고 입으로 소리를 내면서 내 안에 있는 공기를 다 빼내듯이 호흡을 했을 때 당연히 배가 들쑥날쑥해진다. 갈비뼈를 열고 닫을 때도 있지만 대부분은 복식 호흡 위주로 연습을 한다. 회사에서 정신없이 하루를 보내고 또 지옥철에서 1시간을 시달려서 출퇴근하지만 필라테스 수업에 들어가면 호흡부터 정리하게 되고 기구에서 고꾸라지지 않기 위해서는 엄청나게 집중을 해야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다른 잡생각이 사라진다. 어려운 동작을 하면서 잡생각을 하면 바로 티가 나기도 하고, 다칠 수도 있으므로 핸드폰도 만지지 않고, 생각과 시선도 선생님께만 집중하게 된다.


단순히 코어의 강화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코로 들이마시고 입으로 숨을 내뱉으면서 집중력도 향상되고, 걱정도 사라진다는 것을 오늘 책을 읽으면서 또 한 번 깨달았다. 업무로 파김치가 되어서 기어가더라도 필라테스가 시작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새로운 에너지를 공급받는다. 붕 떠있던 마음을 가라앉히고, 스트레스를 파타하며 온전히 호흡에만 집중하면서 내가 해낼 수 있는 만큼에서 1초라도 더 버티고, 각도를 1도라도 더 줄이려고 노력하다 보면 마침내 해내는 나를 경험하게 된다.


고작 일주일에 2번의 수업이기에 더욱 더 스킵할 수 없다. 계속해서 하는 것과 드문드문하는 것은 몸이 더 빨리 알아차리므로 지속적으로 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할 수 있겠다. (진짜 글쓰기나 운동이나 다 마찬가지다) 피곤한데 어떻게 퇴근하고 운동까지 하냐고 하는 분들이 많은데 사실 운동하러 가기까지는 너무 힘들지만 막상 운동을 하고 나면 기분도 좋아지고 땀도 배출하면서 몸이 가뿐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나처럼 가격 때문에 오랜 기간 고민하기보다는 배달음식과 외식을 자제하고 나의 몸과 정신수양에 투자하는 게 더 현명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회원권을 끊어놓고 가지 않아서 돈만 깔아주는 회원이 되지 않도록 주의해야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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