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릿결은 타고나서 펌이나 염색은 물론 크리닉을 굳이 하지 않아도 늘 좋다는 이야기를 들었더랬다. (과거형인 게 슬픔)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머리카락이 너무 많이 빠지기도 하고 TMI지만 색이 다른 녀석들이 삐집고 나오고 있다. 남의 이야기로만 여겼는데 어느덧 현실로 다가온 것이다. 이렇게 머리카락이 빠지는 것을 생각하면 하루에 2번 머리를 감는 것은 미친 짓이다.
그러나 아침저녁으로 머리를 감을 수밖에 없는 이유는 운동을 하기 때문이다. 어떻게든 1번만 감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을 안 한 것도 아니지만 땀이 나기에 안 감는 것이 더 위험한 일라고 헤어 디자이너도 얘기하셨고, 또 안 감으래야 안 감을 수가 없는 지경이 된다.
아침에 고작 5킬로를 걷거나 뛴다. 물론 고작이라는 단어를 붙이기까지 나도 죽어라 노력했다. 정말 20개월 동안 꾸준히 했기에 가볍게 여겨진 것이지 처음에는 얼굴은 불타는 고구마가 되었고, 숨이 가빠서 어찌할 바를 몰랐었다. 그런데 2년에서 2개월 빠지게 운동을 하면서 내가 한 것이라곤 지속밖에 없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이 부나 마음이 울적하거나 놀고 싶은 날에도 어쨌든 할당량을 채우듯이 꼬박꼬박 운동을 지속하고 있다. 운동이나 글쓰기나 참 신기한 것이 한번 텐션을 잃으면 다시 찾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더욱더 최소한은 유지하려고 하는 것도 있다.
뛸 때는 물론이고 5킬로를 걷기만 해도 머릿속, 목 뒤, 얼굴에 땀이 범벅이 된다. 마스크를 쓰고 운동을 해야 하는 요즘은 뭐 말할 것도 없다. 그런데 이렇게 땀을 흘리고 그 흘린 땀을 씻어내기 위해 씻고 나서 출근을 할 때와 자다가 허겁지겁 일어나서 출근할 때가 너무 다르다. 걸으면서 온전히 혼자만의 시간을 확보하면서 여러 가지 생각에 빠지게 되기도 하고, 아이디어가 생각나기도 하며, 엉킨 문제들이 풀리기도 한다.
운동을 하기 전에는 운동을 강요하는 사람들이 그렇게 싫었다. 그런데 운동하는 사람들이 왜 그렇게 열정열정 열정을 가지고 강요하는지 이제는 조금 알 것 같다. 그만큼 운동을 했을 때 너무 좋은데 그걸 직접 해보지 않는 이상, 그리고 어느 정도 지속해 보지 않는 이상 알 수 없다는 게 문제인 것이다. 그냥 강요하는 게 아니라 운동이 주는 유익이 너무나도 크고, 효과가 어마어마한데도 불구하고 운동을 하지 않았던 사람들은 시작하기를 두려워한다.
사실 10분만 걷기, 한정거장 전에서 내려서 걷기, 에스컬레이터나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 걷기 등으로 시작하면 된다. 거창한 것이 전혀 필요 없다. 장비발이 필요한 운동과 달리 걷기는 그냥 있는 그대로 마음만 먹으면 된다. 특히나 마음이 평화롭지 못하거나 자꾸만 우울에게 삼켜질 것만 같거나 무기력이라는 녀석이 아른거린다면 정말 운동이 꼭 필요한 사람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어차피 손해 볼 것도 없는데 당장 시작해보시고, 운동을 해서 손해 나는 게 있다면 사후 청구를 하셔도 좋겠다.
한달어스 한달독서팀은 책을 읽고 읽은 것을 바탕으로 글을 쓰는 그룹이지만 자발적으로 운동 인증도 함께하고 있다. 리더로서 아침저녁으로 운동을 하고 적게는 하루에 10킬로를 걷고, 여기에 5킬와 필라테스를 추가할 때도 있는 내가 바라는 것은 운동을 하지 않았던 팀원들이 '어? 나도 해볼까?!'라는 마음을 먹는 것이다. 운동 뽐뿌를 실컷 넣고 있는데 14기의 남은 날들은 일주일이다. 마음으로는 '운동해야 하는데...' '머리로는 해야 하는 거 아는데 몸이 안 움직여요'라고 하시는 분들이 많은 것도 알지만 의도적으로 한번 시작해본다면 신체적인 건강을 챙길 뿐만 아니라 마음의 건강도 챙길 수 있고, 자동적으로 물을 많이 마시게 되면서 피부도 좋아지고, 화장실을 잘 갈 수 있으니 변비 또한 탈출할 수 있다.
무리하지 않는다면 당연히 좋은 효과를 듬뿍 얻을 수 있으니 이 글을 읽으면서 마음이 조금이라도 움직였다면 아주 적은 양도 상관없으니 한번 시도해보시기를! 그리고 그 효과를 오래 누리고 싶다면 운동 인증을 지속하면 되고, 조금씩 양이나 강도를 늘려가면 되는 것이다. 한꺼번에 뭔가를 하려고 하기보다는 일단 시작하고, 그 시작한 것을 유지하는 것이 부추 리더의 비법이라면 비법이다. 나도 아직 마라톤을 나갈 레벨도 아니고 최대한 많이 걸어봤자 하루에 2만보이지만 아예 운동을 하지 않았던 20개월 전의 나를 생각하면 잘하고 있다고 생각하므로 욕심내지 않고, 부상 없이 점점 더 늘려가고 즐길 예정이다.
어쩔 수 없이 머리를 하루에 2번 감아야 하지만 기꺼이 감아주고, 최대한 더운 바람과 찬바람을 섞어가면서 두피를 잘 말림으로써 머리카락이 받는 스트레스를 줄여주면서 운동을 지속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