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반알일 뿐인데

이겨라 마음아

by 기뮨

20대 후반의 어느 날 갑자기 누군가가 내게 말했다. 목이 좀 부어 보이는데?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가 만져보니 좀 튀어나온 것도 같아 보였다. 병원에 가보니 "갑상선 항진증"이라고 했다.


갑상선 항진증이란?
갑상선 호르몬이 과도하게 분비되어 생기는 증상이다.
사람마다 증상은 조금씩 다르겠지만 외부 온도에 민 온 온도에 민감해지기 때문에 더위를 참지 못하고 땀을 많이 흘리고, 식욕이 증가하지만 체중은 오히려 줄어드는 희한한 질병이다.
갑상선이 있는 목 부위가 커지고 눈이 튀어나오는 경우도 있으며, 정서적으로 신경질적으로 변하고 감정 변화가 심해지기도 한다. 이밖에 가슴 두근거림, 숨이 차는 현상, 손이 떨리는 현상이 있기도 하다.


모든 증상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이 질병으로 삶의 질이 떨어졌던 것은 사실이었다. 예전보다 피로를 쉽게 느꼈고, 호르몬이 과도하게 분비되는 것이다 보니 집에 귀가하면 까무러치듯 지치기도 했다. 이런저런 이유로 수술이나 방사선 치료는 하지 않았다. 주기적으로 피검사를 하고 약을 먹는 게 다였지만 이것 또한 신경 쓰이고 귀찮은 일 중에 하나이다.



약의 적당량을 찾기 위해 늘렸다 줄였다를 반복했고, 거기에 따라 일희일비했었던 것 같다. 그러다 약을 끊게 된 지 6개월 정도 된 것 같다. 10여 년을 매일 아침 두 알에서 반알을 오가며 약을 먹었는데, 먹었는지 안 먹었는지 기억이 안나는 날은 정말 답답해서 달력에 표시를 해가면서 먹기도 했다. 아주 작은 알약의 반알을 먹다가 안 먹게 되었을 때 얼마나 홀가분한지 모른다. 약을 수십 종류 먹는 사람도 있는데 뭘 그렇게 유난이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내게 있어서 단지 반알의 약을 먹고 안 먹고 그 이상의 의미였다. 약을 먹을 때는 계속해서 그 생각에 매몰될 수밖에 없었다. 솔직히 약만 먹으면 크게 큰일 나는 것도 아니었는데도 말이다.


플라시보 효과(Placebo effect) 의사가 효과가 없는 가짜약을 환자에게 제안했는데 환자의 긍정적인 믿음으로 인해 병세가 호전되는 현상이다.

노시보 효과 (Nocebo effect) 부정적인 암시가 초래하는 부정적인 결과를 의미한다. 부정적인 진단을 받은 환자가 부정적 자기 암시로 단기간 내에 사망하기도 한다.


갑상선 항진증 약을 먹을 때는 왠지 모르게 '나는 환자다'라는 생각이 나를 지배했었다. 늘 무리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고, 가슴이 두근거리거나 살이 심하게 빠질 때는 '또 안 좋아진 건가?' 하는 생각에 우울해지기도 했었다. 그런데 갑상선 수치뿐만 아니라 다른 피검사 결과도 다 OK 판정을 받고 좋아지고 나니 갑자기 내가 건강해진 느낌이 들었다. 더불어 나는 운동을 시작했으니 더 건강해질 거라는 믿음이 더해졌다.



사람은 심리적인 존재이고, 마음이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똑같은 환경이라도 어떤 마음을 먹느냐에 따라 180도 다른 태도가 나올 수도 있다. 실제 일어나고 있는 현상보다 우리가 왜곡해서 판단하는 것은 없는지, 잘못된 고정관념에 빠져있는 것은 없는지 점검해봐야 한다. 갑상선 약을 반알을 먹으면서도 "이 정도쯤은 괜찮아"라고 생각했으면 조금더 빨리 호전되었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어쨌든 앞으로 1년 정도는 약을 먹지 않는 것은 때마다 병원에 가지 않아도 되고 (피검사, 진료 2번이나 가야 한다ㅠ) , 매일 달력에 체크하지 않아도 되고, 쉽게 피곤해지지 않을 정도로 내 호르몬은 정상이라는것이기에 생각만해도 웃음이 새어 나온다. 물론 이전에 약을 먹었을 때에도 이렇게 생각했었으면 더 좋았겠지만 말이다. 마음이 환경을 이기도록 마음을 잘 관리해야 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번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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