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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뮨 Sep 25. 2019

소박했던 꿈이지만...

걱정은 고맙지만, 오지랖은 넣어두시길 부탁드립니다.

나는 결혼을 하면 당연히 아이가 생길 줄 알았다. 난임은 특별한 사람의 이야기일 줄 알았고, 나와는 상관없는 남의 일로만 여겨졌었다. 처음에는 신혼생활을 즐겨서 좋다고 생각했고, 어느 날 짜잔- 하고 생기겠지라고 희망고문이 계속되었고, 오래 기다린 만큼 더 기쁠 거야!라는 바람 속에 어느덧 13년이 되었다. 처음부터 13년 동안 아이가 없을 줄을 누가 알았을까? 인생의 앞날을 한날이라도 안다면 어떻게든 대비를 했겠지만, 정말이지 곧! 금방! 좋은 소식이 올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살림을 블로그로 배웠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나는 결혼 후에 책과 블로그를 통해 소소한 살림 팁들을 많이 배웠다. 다소 살림과는 거리가 먼 친정엄마는 뭘 하나 찾으려면 온갖 집을 다 뒤집어야 하거나, 나중에 찾으라며 짜증을 냈었는데 이런 엄마의 모습이 어렸을 때는 너무 섭섭했고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정말 깔끔하게 살고 싶었고, 살림도 야무지게 잘 해내고 싶었다. 



우리 집에 오는 사람들이 "모델하우스냐?" "사람이 살긴 하냐?"라는 말들을 하면 내심 뿌듯하면서도, 인터넷 세계에는 나보다 퍼펙트한 사람들이 한둘이 아니므로 벤치마킹하기 바빴다. 그리고 그렇게 미니멀하게 살림을 하면서도 아이를 거뜬히 키우는 사람들도 많으므로 나는 나만의 상상을 종종 했었다. 아기 옷은 너무 알록달록하지 않게 무채색으로 느낌 있게 입히자 등등 있지도 않은 아이를 상상하며 어떻게 키워야지~하는 생각들을 했었다.



그런데 어느덧 41살이 되었고, 몇 달 후면 한 살을 더 먹는다. 운동을 해서 체력을 키우고 있지만, 솔직히 이미 늙어버린 나는 아이가 창피해하는 늙은 엄마가 되고 싶지는 않은 게 솔직한 심정이다. 나의 모든 사정을 다 오픈할 수는 없다. 나름의 말 못 할 사정은 많다. 그런데 어딜 가든지 왜 아이가 없는지를 설명해야 하고, 뒤이어 "시험관을 했는지?" 등등 민감한 질문들이 줄을 잇는다. 달관했다고 생각했지만 새롭게 만나는 사람들마다 같은 이야기가 반복하다 보니 앵무새처럼 대답을 하기도 힘들다. 



자연임신이 된다면 당연히 낳을 것이다. 그렇지만 지금 당장은 조치를 취할 수 없는 상황이다. 나도 눈에 넣어도 안 아픈 예쁜 아이를 낳아서 누구보다 야무지게 키우고 싶은 마음이 왜 없겠는가? 근데 아직 기회가 없는 걸 어쩌겠는가. 이제는 나와 남편의 나이가 많으니 상당 부분 내려놓은 것도 사실이다. 시험관이든, 입양이든 그것은 때가 되면 할 테고, 못하는 이유가 다 있지 않겠나. 도움을 주기 위해 해주는 얘기겠지만 "우리 딸은 한 번에 시험관 됐어~"  "아는 언니는 시험 관해서 쌍둥이 됐잖아"등등 일반화의 오류를 나에게 적용시키지 않기를 부탁드린다. 



꿈을 이루면 좋겠지만, 이루지 못할지라도 어쩌겠는가. 난임부부들에게 너무 많은 강요와 오지랖은 자제해 주시길 부탁드린다. 필터링되지 않은 많은 이야기를 들으며 내 가슴은 시커멓게 탔다. 아무 생각 없이 툭툭 내뱉는 말들이 난임부부들에게 얼마나 상처가 되는지 모른다. 때로는 좀 궁금해도 참고, 말을 아끼는 게 어찌 보면 현명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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