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에너지가 바깥으로 향하는 외향형이기 때문에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에너지를 충족한다. 그렇다고 늘 모임만을 좋아한다고 오해하면 안 된다. 외향형도 다 똑같지 않고, 개개인의 성향이 다르므로 사람들과의 만남에서 에너지를 충족시키는 것은 맞지만, 그게 어떤 모임이냐가 상당히 중요한 사람 중의 하나다. 무조건 모임을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말이 통하는 사람들과의 만남을 좋아하고, 평소에 진짜 아니다라고 생각하는 유형들과는 사실 그렇게 깊이까지 마음을 나누지는 않는다고 볼 수 있다. 호불호가 명확하므로 가식적인 행동을 잘하지 못하기도 한다. 또한 사람들과의 만남을 좋아하지만, 혼자 있는 시간도 꼭 필요한 사람이다. 이 균형이 맞지 않으면 온전히 모임에 몰입하지 못하고, '나는 누구인가?' '여긴 어디?' 이런 생각이 끊임없이 머릿속에서 맴돌기 때문에 스스로도 발란스를 중요시 여겨서 스케줄을 너무 몰아서 잡지 않도록 하는편이다.
나는 어떤 결정해야 할 문제가 있으면 어떻게든 빨리 결론을 내리고 싶어 하는 유형이다. 계속해서 머릿속에서 결정에 대한 생각이 맴돌기 때문에 결정을 하지 않으면 더 괴롭다고나 해야 할까. 아마 조금 천천히 결정하라고 할지라도 마음속으로는 어느 정도 한쪽으로 이미 마음이 기울기도 한다. 어떻게 보면 답장너라고 볼 수도 있다.
이런 내가 반대 성향의 남편을 만나게 되면서 여러 가지 작동 오류가 발생하게 된다.
기존에는 아무렇지 않게 결정하고, 서슴없이 행했던 일들이 하나둘씩 브레이크가 잡히기도 하고, 태클이 걸리기도 한 것이다. 물론 이것은 둘의 성향이 다르기 때문에 나타나는 당연한 결과이다. 하지만 이것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던지라 왜 이렇게 부딪히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빨리 결정을 하고, 빨리 돌입하는 것에 이미 익숙해진 나는 뛰지 않고 걷는 훈련에 돌입하게 된다. 물론 빨리 결정하고, 과감하게 일에 뛰어드는 것의 좋은 점도 충분히 있다. 생각만 하다가 실행을 못하는 것보다는 훨씬 성공할 가능성도 크고, 머릿속으로만 계산하기보다는 조금 부족하고 오류가 발생하더라도 부딪히면서 일을 배워가는 유형이므로 일을 더 빨리 배우기도 한다. 그러나 당연히 성급한 결정으로 인한 실수와 약점들도 있다. 수많은 책에서 말하듯이 첫 번째 시도하다 보면 생각지도 못한 위험들을 감수해야 하고, 조금만 더 기다렸다가 보완해서 추진하면 훨씬 더 안전하게 시도할 수도 있다. 또한 크고 작은 실수가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손해를 보는 경우가 종종 있다. 특히나 내가 경험하는 것은 시험 볼 때이다. 분명히 아는 문제인데도 성급하게 풀다 보니 실수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것을 알면서도 결코 마지막까지 남아서 시험을 본적은 단 한 번도 없다.
사실 성향상으로는 빨리 뛰는 게 편한 나이다. 이미 그렇게 수십 년을 살아왔으니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나는 지금 뛰지 못해서 걷는 게 아닌, 제대로 걷는 훈련을 하는 중이다. 반대 성향의 남편을 만나서 나의 약점이 많은 부분 보완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예전에 비해서는 신중하게 생각하려고 하는 편이고, 책임지지 못할 것을 미리 대답하기보다는 충분히 고려해보고 선택을 하려고 애쓰고 있다.
지치지 않고 계속해서 전력질주를 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그렇기에 어느 구간에서는 걷되 경보처럼 빨리 걷는 훈련이 필요할 것이다. 사실 훈련이 쉬운 것은 아니다. 나에게 익숙하지 않은 것들을 현실에서 적용하기란 많은 인내가 필요하다. 하지만 운동에도 인내 뒤에 멋진 결과가 나타나듯이, 다른 성향을 받아들이다 보면 점점 보완되고, 반대 성향의 사람들에 대한 이해의 폭도 넓어지기 마련이다.
만약 내가 비슷한 성향의 사람과 결혼을 했다면 디퍼런스 상담일을 하지도 않았을 것이고, 나와 다른 성향에 대해서는 그다지 관심을 두지 않은 채 나의 멋에 취해 살아갔을 수도 있다. 그러나 조금 다른 남편을 만나서 예전보다 인맥의 스펙트럼도 넓어졌고, 내향형에 대한 이해도도 상당 부분 올라간 것은 사실이다. 상담할 때도 도움이 되고, 여러 색깔의 청소년들을 대할 때도 당연히 도움이 된다. 나와 닮은 사람에게만 조언이 가능하면 어찌 상담을 하겠는가.
다만 훈련에는 상당한 고통이 수반된다. 그냥 쉽게 되지 않는다. 고통 뒤에 근육이 발달하듯이 나의 약점을 보완하고, 이전의 나와 달리 결정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은 말처럼 쉽지는 않다. 그러나 이 터널이 지나고 나면 분명히 성숙해져 있을 것이고, 포용력도 넓은 사람이 되어있을 것이다. 그러기를 바라며 참고 계속 노력하는 많은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부부간의 차이, 부모 자식 간의 차이, 연인 간의 차이, 형제간의 차이 등 등 우리는 가깝지만 다른 특성과 성향을 가진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야 하는 존재들이다. 또한 우리가 다르기에 이 세상이 잘 굴러가고 있다는 것도 부인할 수 없다. 다른 건 틀린 게 아님에도 우리 머릿속에서는 자꾸만 오토매틱으로 '틀렸다'라고 반응하곤 한다. 한 번에 우리의 인식을 바꿀 수는 없지만, 우리가 노력하면 적어도 '틀렸다'라고 반응하기보다는 '똑같지 않다'라고 반응하는 우리가 될 수 있지 않을까?
내 성향대로라면 전력 질주해서 뛰는 게 맞지만, 나는 전략적으로 가기 위해 뛰는 법뿐만 아니라 걷는 법을 훈련하고 있는 것이다.어느 구간에서는 전력질주가 효과적일 것이고, 또 어느 구간에서는 뛰지는 않되 빨리 걷는 경보가 도움이 될 것이다. 두 가지를 적절히 사용할 수 있는 지혜로운 사람이 되기 위해 오늘도 나름의 모양으로 애쓰고 있을 나를 포함해서 많은 사람들이 힘을 내기 바란다!! 힘든 만큼 반드시 좋은 날이 올 것이라는 것을 믿고, 멈추지 않고 힘차게 나아갈 수 있는 우리가 되기를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