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끌려다니기 싫을 뿐

자족하는 삶

by 기뮨
30일 글쓰기는 매일 아침 6시에 그날의 주제가 공개됩니다. 그래서 주어진 주제에 따라 글을 쓰는 것이지요. 혼자 제약 없이 글을 쓸 때는 생각지도 못한 주제들이 공개되기도 하고, 그날 밤 12시까지 마감이라는 제한이 글쓰기의 근육을 키워주기에 글쓰기의 습관을 형성하고 싶은 분들에게 강추하는 시스템입니다^^ 질보다 꾸준히 양을 늘리는 게 중요하다고 하는데, 매일매일 새로운 주제에 맞게 글을 쓰다 보면 저도 어느덧 글쓰기 실력이 늘어나겠죠?

오늘의 주제는 Q. 차 한 대, 소파 하나, 신발 한 켤레에 쓸 수 있는 최대 액수는?



아침에 그 날의 주제가 뜨면 헬스를 하면서도 생각하고, 전철을 타고 오고 가면서도 생각을 하게 된다. 본격적으로 노트북을 켜고 글을 쓰는 시간은 저녁 설거지를 하고 난 이후이지만, 대충 어떤 글을 쓸 건지 감이 잡히는데 오늘의 주제는 조금 어렵다. 진짜 결제하라는 것도 아닌데 어려울게 뭐람?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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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부터 내 통장에는 항상 돈이 있었다. 세뱃돈과 용돈을 절대 쓰지 않고 시골의 상징인 새마을금고나 농협에 가서 저축을 하는 게 나만의 습관이였다. 100만 원이 넘게 모였을 때 엄마가 잠시 빌려가고 갚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되지만 아마도 엄마는 시치미를 떼시겠지? 아무튼 아주 어렸을 때부터 아끼던 나의 습관은 계속되었다. 나는 돈을 쓸 때보다는 모아둔 것을 볼 때 더 므흣함을 느끼는 사람이다. 꼭 쓰지 않아도 통장을 보면서 혼자 씨익 웃으며 만족해한다. 그런데 같은 환경에서 자랐어도 언니와 오빠는 나와 스타일이 다르다. 타고난 성향과 환경, 그리고 각자의 가치관이 어우러져서 나타나는 현상이므로 딱 한 가지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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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금도 단무지를 보면 유학시절이 자동적으로 떠오른다. 동경으로 어학연수를 갔는데 내가 모아놓은 돈으로 갔지만 비싼 방값과 학비, 교통비등 비용이 만만치가 않아서 아낄 수 있는 것이라고는 식비와 차비밖에 없었다. 가끔 보내주시는 식료품을 짱 박아놓고 아껴서 먹었고, 저렴한 식재료를 사서 반찬을 만들어 먹을 수밖에 없었다. 김치가 먹고 싶지만 너무 비싸서 고춧가루에 무친 단무지로 대신했고, 가끔 주재원분들 집에 방문했을 때에나 비로소 먹을 수 있었다. 교통비가 유난히 비싼 동경이라서 자전거를 30분에서 1시간정도 타고 다녔는데 어느 날 넘어지면서 턱이 찢어져서 피가 철철 흘렀다. 그런데 어이없게도 얼굴에 흉을 걱정하는 것이 아닌, 손이 부르트도록 설거지 한 아르바이트비를 병원비에 날릴 것을 생각하니 아까워서 눈물이 났다. 아무리 아파도 병원을 가지 않고, 어떻게든 버텼었는데 그날은 몇 바늘을 꿰매야 했고, 나의 비상금 통장은 비어갔다. 일본에 살면서도 가본곳이 그다지 많았다. 귀국을 앞두고서야 디즈니랜드를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갔었다.




벌써 한참 전 이야기지만 지금의 삶도 그렇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결혼 전부터 타던 남편의 차를 14년 만에 바꿨다. 더 탔으면 좋았겠지만 서울시의 노후 경유차 제도에 해당되어 할 수 없이 폐차하게 되었고(솔직히 폐차하기엔 너무 아까운 차였고, 첫 차여서 지금도 아쉬운 마음도 있다. 해외로 갔으면 10년도 더 탔을 텐데...) 모아뒀던 현금을 탈탈 털어서 일시불로 결제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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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4월에 차를 바꾸면서 현금을 탈탈 털어서 지금은 차도, 소파도, 신발도 살 생각이 전혀 없지만 현금 확보가 된다면 차는 4,000만 원 정도, 소파는 150만 원 정도, 신발은 최대 20만 원 정도 예상해본다. 4,170만 원이 모이기까지는 상상으로만 만족하고, 당장 내년 여름에 있을 전세금 인상에 대비해야하는 게 현실이다.




되도록 빚을 지지 않는 삶을 사는 이유는 아직 집이 없기 때문에 가능한 일일지도 모른다. 고로 빚이 없다고 부러워할 이유도 없고, 빚도 능력인데 바보 같다고 할 이유도 없다. 우리는 모두 각자의 가치관과 경제적 상황 등이 다르므로 일반화의 오류를 범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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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심에 가득 차서 이것도 사고 싶고, 저것도 사고 싶었던 시절도 있었다. 남의 집을 보면서 부러워도 했었다. 그러나 지금은 적게 소유하고 빚의 부담이 없는 미니멀 라이프가 훨씬 더 좋다. 비교하고 부러워하는 삶보다는 자족하는 삶이 더 좋다. 물욕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라서 마음을 다스리고, 다른 것에 집중을 함으로써 조절하는 거라서 아예 물욕이 없는 분들을 보면 부럽기도 하다. 필요하다면 살 수도 있겠지만, 물건이 내게 주는 만족감보다는 다른 것이 나에게 더 가치가 있으므로 물욕을 다스리는 삶을 살고프다. 쉽지는 않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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