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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뮨 Sep 30. 2019

끌려다니기 싫을 뿐

자족하는 삶

30일 글쓰기는 매일 아침 6시에 그날의 주제가 공개됩니다. 그래서 주어진 주제에 따라 글을 쓰는 것이지요. 혼자 제약 없이 글을 쓸 때는 생각지도 못한 주제들이 공개되기도 하고, 그날 밤 12시까지 마감이라는 제한이 글쓰기의 근육을 키워주기에 글쓰기의 습관을 형성하고 싶은 분들에게 강추하는 시스템입니다^^  질보다 꾸준히 양을 늘리는 게 중요하다고 하는데, 매일매일 새로운 주제에 맞게 글을 쓰다 보면 저도 어느덧 글쓰기 실력이 늘어나겠죠?

오늘의 주제는 Q. 차 한 대, 소파 하나, 신발 한 켤레에 쓸 수 있는 최대 액수는?



아침에 그 날의 주제가 뜨면 헬스를 하면서도 생각하고, 전철을 타고 오고 가면서도 생각을 하게 된다. 본격적으로 노트북을 켜고 글을 쓰는 시간은 저녁 설거지를 하고 난 이후이지만, 대충 어떤 글을 쓸 건지 감이 잡히는데 오늘의 주제는 조금 어렵다. 진짜 결제하라는 것도 아닌데 어려울게 뭐람?ㅋㅋ


어렸을 때부터 내 통장에는 항상 돈이 있었다. 세뱃돈과 용돈을 절대 쓰지 않고 시골의 상징인 새마을금고나 농협에 가서 저축을 하는 게 나만의 습관이였다. 100만 원이 넘게 모였을 때 엄마가 잠시 빌려가고 갚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되지만 아마도 엄마는 시치미를 떼시겠지? 아무튼 아주 어렸을 때부터 아끼던 나의 습관은 계속되었다. 나는 돈을 쓸 때보다는 모아둔 것을 볼 때 더 므흣함을 느끼는 사람이다. 꼭 쓰지 않아도 통장을 보면서 혼자 씨익 웃으며 만족해한다. 그런데 같은 환경에서 자랐어도 언니와 오빠는 나와 스타일이 다르다. 타고난 성향과 환경, 그리고 각자의 가치관이 어우러져서 나타나는 현상이므로 딱 한 가지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나는 지금도 단무지를 보면 유학시절이 자동적으로 떠오른다. 동경으로 어학연수를 갔는데 내가 모아놓은 돈으로 갔지만 비싼 방값과 학비, 교통비등 비용이 만만치가 않아서 아낄 수 있는 것이라고는 식비와 차비밖에 없었다. 가끔 보내주시는 식료품을 짱 박아놓고 아껴서 먹었고, 저렴한 식재료를 사서 반찬을 만들어 먹을 수밖에 없었다. 김치가 먹고 싶지만 너무 비싸서 고춧가루에 무친 단무지로 대신했고, 가끔 주재원분들 집에 방문했을 때에나 비로소 먹을 수 있었다. 교통비가 유난히 비싼 동경이라서 자전거를 30분에서 1시간정도 타고 다녔는데 어느 날 넘어지면서 턱이 찢어져서 피가 철철 흘렀다. 그런데 어이없게도 얼굴에 흉을 걱정하는 것이 아닌, 손이 부르트도록 설거지 한 아르바이트비를 병원비에 날릴 것을 생각하니 아까워서 눈물이 났다. 아무리 아파도 병원을 가지 않고, 어떻게든 버텼었는데 그날은 몇 바늘을 꿰매야 했고, 나의 비상금 통장은 비어갔다. 일본에 살면서도 가본곳이 그다지 많았다. 귀국을 앞두고서야 디즈니랜드를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갔었다.




벌써 한참 전 이야기지만 지금의 삶도 그렇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결혼 전부터 타던 남편의 차를 14년 만에 바꿨다. 더 탔으면 좋았겠지만 서울시의 노후 경유차 제도에 해당되어 할 수 없이 폐차하게 되었고(솔직히 폐차하기엔 너무 아까운 차였고, 첫 차여서 지금도 아쉬운 마음도 있다. 해외로 갔으면 10년도 더 탔을 텐데...) 모아뒀던 현금을 탈탈 털어서 일시불로 결제를 했다. 




올해 4월에 차를 바꾸면서 현금을 탈탈 털어서 지금은 차도, 소파도, 신발도 살 생각이 전혀 없지만 현금 확보가 된다면 차는 4,000만 원 정도, 소파는 150만 원 정도, 신발은 최대 20만 원 정도 예상해본다. 4,170만 원이 모이기까지는 상상으로만 만족하고, 당장 내년 여름에 있을 전세금 인상에 대비해야하는 게 현실이다.




되도록 빚을 지지 않는 삶을 사는 이유는 아직 집이 없기 때문에 가능한 일일지도 모른다. 고로 빚이 없다고 부러워할 이유도 없고, 빚도 능력인데 바보 같다고 할 이유도 없다. 우리는 모두 각자의 가치관과 경제적 상황 등이 다르므로 일반화의 오류를 범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욕심에 가득 차서 이것도 사고 싶고, 저것도 사고 싶었던 시절도 있었다. 남의 집을 보면서 부러워도 했었다. 그러나 지금은 적게 소유하고 빚의 부담이 없는 미니멀 라이프가 훨씬 더 좋다. 비교하고 부러워하는 삶보다는 자족하는 삶이 더 좋다. 물욕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라서 마음을 다스리고, 다른 것에 집중을 함으로써 조절하는 거라서 아예 물욕이 없는 분들을 보면 부럽기도 하다. 필요하다면 살 수도 있겠지만, 물건이 내게 주는 만족감보다는 다른 것이 나에게 더 가치가 있으므로 물욕을 다스리는 삶을 살고프다. 쉽지는 않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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