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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꾸바 Jul 05. 2019

너만 보면 화가 치밀어

회사에 싫어하는 사람이 있어요

아, 저 매니저 싫어 죽겠어요.


같이 일하는 동료가 지나가는 직원을 보고 푸념을 했다. 인사팀 업무 중에는 정해진 기간에 맞춰서 처리해야 하는 행정업무가 많은데 인원이 많은 우리 회사의 경우는 각 부서의 매니저가 타임라인에 맞춰서 승인을 해 주거나 취합을 해 주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당연히 이 매니저들 중에 일을 잘하는 (시간을 잘 지켜서 처리해주는) 사람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는데 아마 동료는 늘 타임라인을 못 맞추는 매니저를 미워하기 시작한 것 같다.



미워한다는 감정은 dislike와 다르다. 회사생활을 해 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얼굴만 봐도 기분이 나빠지는 사람들이 있는데 정말 미워하는 감정(hate)으로 그 사람 생각만 하면 부들부들할 정도이다.


나 역시 일을 하면서 미워하는 사람들이 생겼는데 초년생일 때는 '일 못하고 착한 사람'을 제일 싫어했다. 일 못하고 착하면 내가 뭐라고 혼내면 나만 나쁜 사람이 되기 때문이다. 차라리 일도 못하고 싹퉁머리가 없으면 다른 사람들이랑 같이 씹기에 좋다. 그런데 사실 내가 진짜 미워하는 사람들은 본인의 권력을 이용하여 부도덕한 행위를 하는 사람들이었다. 위법까지는 아니지만 거짓으로 자신을 포장한다거나 후배의 성과를 자신이 갈취하는 등의 행위를 하는 사람들을 말한다.


나의 예전 매니저는 덴마크 사람이었는데 (개인적으로 이 분의 이야기는 따로 쓰고 싶다. 내 인생에 정말 더 이상은 없을 좋은 매니저였다) 내가 사람 때문에 힘들어하고 누군가는 미워하기 시작하는 것을 보고 이런 말을 해 주었다.



"별것 아닌 사람이 너의 하루를 망치게 두지 마. 누군가를 미워하는 순간 그 사람이 너를 지배하는 거야"


누군가는 미워하게 되면 그 사람의 더 안 좋은 점을 찾아내서 싫어하기 위해 그 사람을 더 많이 관찰하고 그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더 많이 하게 된다. 그런 행위들이 모두 나를 지배하는 행동들인 것이다. 사실 그 뒤부터는 감정이 많이 수 그러 들었다. 너 따위가 내 감정을 좌지우지하게 놔두지 않겠다는 나의 강력한 의지로...



동료들끼리 위의 이야기를 하면서 싫어하는 사람은 "사무실 집기"로 생각하면 된다는 이야기를 했다. 넌 가위, 넌 종이, 그냥 정해진 기능만 하면 되는 사람이지 아무것도 아니다. 이런 마음가짐인데, 그래도 가위가 제 기능을 못하면 화가 나는 거 아니냐며 쓴웃음을 지었다.


나는 같이 일하는 동료가 나의 행복지수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알고 있다. 사실 잠자는 시간을 제외하고 가장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는 사람들이기에 미움, 사랑, 존경, 질투의 모든 감정이 복잡하게 얽혀있는 작은 사회이기에 무시하며 지내는 것도 최선은 아닐 것이라 생각한다.


가장 좋은 방법은 문제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는 것. 나의 감정에 대해 솔직하게 말하고 왜 그렇게 되었는지를 같이 생각해서 해결해 나가는 성숙한 자세가 필요하다. 회사 생활뿐 아니라 일반적인 인간관계에서도 나는 감정은 늘 솔직하게 표현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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