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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꾸바 Jul 04. 2019

상사에게 반항하지 말라

할 말 다 하고 사는 나에게 사내정치란

나는 할 말은 하는 성격이고 무엇보다 "정의"에 대한 기대치가 다른 사람들보다 높다. 새치기를 하는 사람이나 험하게 운전하는 택시기사에게 할 말은 다 한다. 이런 성격이 일을 할 때에도 나타나는데 첫 직장에서 이사실을 찾아가서 부장이 일을 안 시켜서 집에 가고 싶다고 말한 적도 있고 고등학교 때 수업시간에 편지를 쓰다가 선생님께 혼나 벌을 선 적이 있는데 나중에 편지 돌려달라고 찾아갔다가 선생님과 싸운 적도 있다. 잘못했으니 벌은 받는 것은 이해하나 나의 지적재산인 편지를 선생님께서 가져갈 이유는 없다고 대들었다가 선생님께 교사생활 00년간 너 같은 애는 처음 본다는 소리를 들었다.

내가 작은 팀을 맡게 되었을 때 팀원들은 나를 진심으로 사랑했다. 이거 왜 00 씨가 하고 있어요, 우리 부서 일 아니잖아요! 당장 옆 부서에 가서 당당하게 따졌고 결국 내가 원하는 걸 얻어서 당당하게 돌아왔다. 나는 계속해서 팀원들을 위해 싸웠고 원래 일을 잘한다는 평판도 있었던 터라 승승장구했다. 그런데 이상하게 중간관리 이상의 직급으로 승진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속된 말로 굴러온 돌이었던 나의 후배가 먼저 승진하는 것을 보고 처음에는 후배가 미웠고 회사에 실망했고 나를 책망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당연한 결과였다.


 회사는 직원의 보이스를 전달하는 리더를 원하지 않는다, 회사의 보이스를 직원에게 전달하는 리더를 원하는 것이다.



잔다르크에 빙의되었던 나의 초기 리더십은 사실 변함이 없다. 나는 아직도 할 말은 다 하고 감정이 겉으로 잘 드러나는 아마추어 같은 인사담당자이다. 이런 나의 성향을 감추고 승진한다 한들 내가 즐겁게 일할 수 있을 것 같지 않아 성장을 조금 멈추기로 했다.

많은 사람들이 사내 정치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나는 정치가 능력이라고 생각하는데 그 이유는 위의 내용과 같다. 결국 사내 정치라는 것은 나의 직속 상사와 얼마나 좋은 관계를 유지하느냐, 그의 디렉션에 잘 따라주는 것인데 이걸 정치라고 부르는 사람들도 있고 회사에 잘 맞는 인재라고도 부를 수 있는 것이다.

나의 직속 상사가 사실 정치를 잘하면 나에게도 큰 이득이다. 회사에 가끔 높으신 분들 (아시아 총괄 매니저 등)이 오시면 나의 직속 상사가 우리 부서를 돋보이게 해 주고 가끔 팀원들이 그 앞에서 프레젠테이션을 하는 영광을 얻으면 당연히 수백 명의 직원들 사이에서 눈에 띄는 직원으로 기억된다.

간혹 사내 채용이 끝나고 직원들은 일은 못면서 직속 매니저에게 '정치질'로 합격한 사람들에 대한 가십을 만든다. 입장 바꿔서 내가 직속 매니저라면 내 말을 잘 듣는 사람이 좋지, 일 안 시켜준다고 이사실까지 찾아가 바른 소리 하는 직원은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다시 말하지만 나는 정치를 포기했고 주저앉았다. 앞으로도 나에게 기회가 와도 자신이 없다. 이 이야기를 내 남자 친구에게 했더니 그는 "다른 사람을 위해 싸우지 말라"라고 조언해 주었다. 내가 다른 사람의 문제를 해결해 주기 위해 두 팔 걷고 나서서 바른 소리를 해 주는 것만큼 오만한 행동은 없으며 그 사람은 결코 나에게 감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어찌 보면 맞는 말이지만 나는 부당함을 참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다.​ 앞으로도 나는 계속 부당함에 맞설 것이고 그런 나를 그대로 인정 해주는 회사에 다니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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