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마에 찍힌 도장이 보이나요?
과거는 과거일 뿐, 지금의 나는 아니다
인사팀에서 일을 오래 하다 보면 증거를 모으고 수집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느낄 때가 많다. 어떤 직원이 지나가면서 했던 말도 귀를 쫑긋하며 듣게 되고 가끔 다른 부서 회식자리에 참석해서 그 부서 분위기도 읽는다. 되도록 많이 기억해 두려고 하고 정보는 많을수록 좋다고 생각하고 그것이 다 나의 재산이라고 믿었다.
나와 5년 넘게 같이 일했던 덴마크인 매니저와 한 직원의 승진을 놓고 서로 다른 의견을 가진 적이 있었다. 그 직원이 과거에 잘못된 말투로 다른 사람들과 마찰이 있었고 그 사유로 나와 심각한 미팅을 했던 적이 있었기에 난 그런 사람을 승진시킬 수 없다고 이야기했다. 매니저가 의미심장하게 웃으며 그 뒤로도 그 사람이 같은 실수를 했었냐고 되물었다.
나 : 아니, 그 뒤로는 아무 일도 없었지..
매니저 : 그럼 뭐가 문제지?
내 매니저는 어떠한 이유로던지 사람의 이마에 도장을 찍는 행위를 중단해야 한다고 나에게 충고했다. 우리는 경찰이 아니기에 과거의 행동을 통해 그 사람을 판단하는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현재 그 사람이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지를 생각하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미 과거의 미팅으로 당시의 행동에 대해서는 서면경고의 징계가 있었던 것이고 일정기간 동안 같은 행동이 반복되지 않았다면 기록은 파기되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당시 나에게는 파격적인 조언이었고 내가 얼마나 좁은 시야로 사람들을 평가해 왔는지 깨닫게 되었다. 한번 시험에 떨어져도 다음번 재시험을 치를 수 있는 것처럼, 한 번의 실수로 그 사람이 배움을 얻었다면 다음 기회는 당연히 주어져야 하는 것이다.
아직도 많은 회사에서 과거의 나처럼 평가하는 인사담당자들이 있을 것이다. 그뿐 아니라 인간관계에서도 너 나한테 예전에 이렇게 했잖아, 널 믿지 않아 라는 판단으로 마음의 문을 닫아버리는 일도 종종 있다.
과거를 용서를 하라는 말을 하는 것이 아니다. 정당한 절차로 그 사람에게 피드백을 주고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는다면 관계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믿는다. 하지만 인간관계에서는 이런 피드백을 주고받는 일을 하기도 전에 '절교' 카테고리를 만들어 그 사람을 넣어 가둬버릴 때도 있었다.
경험이 많을수록 현명해질 수도 있지만 편견이 쌓일 수도 있다. 잘못된 편견으로 타인을 판단하지 않도록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