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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꾸바 Jul 15. 2019

연봉이 협상 가능하긴 합니까?

돈 이야기를 당당하게 하는 그날까지

15년 전 내 연봉은 1740만원이었다. 야심 차게 시작된 교육 사업 신설팀이 아직 못 미더워 직원은 한 명만 뽑기로 했고 그것마저 계약직이었다. 날 채용했던 팀장님은 사람 구하기 어려웠다고, 꾸바 씨가 와줘서 고맙다고 했다.


팀장님과 나는 단 두 명이서 1년간 매출 3억을 해냈다. 다음 해 다섯 명을 충원할 수 있었고 나는 연봉협상을 앞뒀다. 내가 마음속으로 원했던 연봉은 2000만원, 정규직 전환이었고 (참 소박했다..) 상무님은 1800만원, 계약 연장을 제안했다. 1년간 그 고생을 했는데 겨우 60만원 인상이라니! 고민 없이 재계약하지 않겠다고 했더니 상무님은 붙잡지 않았다.


인터뷰 마지막에 항상 기대 연봉을 물어본다. 회사 내규에 따르겠다고 대답하는 지원자가 대부분인데 자신의 가치는 자신이 지켜야 한다고 말해주고 싶다.  입사를 준비하는 사람들은 일단 합격하고 돈은 차차 오르겠지란 생각을 하지만 입사 후 연봉을 올리는 일이 사실 더 어렵다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다. 정말 주는 데로 받으실 거예요?라고 물어봤을 때 씩씩한 목소리로 네! 하고 대답하는 사람이라면  그 회사를 다니는 동안 연봉이 적다고 불평하지 않아야 한다. 그럴 리 없겠지만.


회사를 왜 다니냐고 물어본다면 멋진 대답으로는 자아성취를 위해, 사회의 일원이 되어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것, 나의 성장을 위해 등이 있겠지만 공통된 마음은 돈을 벌기 위해서다.  돈에 대해서 말하는 것이 약간은 천박해 보인다는 생각으로 사람들은 그 앞에서 겸손하다.


신입 직원에게 내가 원하는 대답은 필요한 금액을 말하는 것이다. 제가 월세를 내고 생활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월 200만원은 필요합니다. 혹은 부모님과 살고 있지만 독립을 준비하고 있기에 돈을 모으는 중입니다. 제가 저금하는 금액이 있기에 월 250만원을 기대합니다, 만약 이보다 내규가 적다면 협의 가능하니 제안해 주십시오. 라면 인사담당자 입장에서는 충분히 생각해 볼 가치가 있다.


회사를 다니는 도중에 하는 연봉협상은 좀 다르다. 그것을 위해 자신의 성과를 설명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 작년에 이런 성취를 했다고 자료를 준비해 오는 직원들이 있지만 1. 회사는 이미 알고 있고 설마 몰랐다 하더라도 2. 이미 준비한 금액이 있고 바뀔 가능성은 없다. 냉정하게 말하자면 그 금액은 이 직원을 잃을 수도 있다는 것을 모두 계산해 결정한 것이다.


이직을 준비하는 사람들은 위 두 가지의 경우에 비해 훨씬 럭셔리하다. 내가 금액을 제안하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회사를 옮기지 않는다. 하지만 이직을 준비할 때 현재 회사가 진절머리 나게 싫은 상태일 때는 위험하다. 보통 이런 경우 일단 회사를 나가고 보자란 생각이 크다 보니 적은 금액도 받아들이는 실수를 하기에 난 보통 회사가 아주 싫지 않을 때부터 이직을 준비한다. 약간은 여유를 두고 간을 보는 거다. 현재 내가 속한 시장의 분위기가 어떤지, 내 값어치가 어느 정도 되는지를 재어볼 수 있다.


일이 많다고 돈을 많이 주지 않는다. 시장에서의 내 연봉은 업무강도나 책임감보다는 '다른 사람을 쉽게 대체할 수 있느냐'가 기준치이다. 하루 종일 서서 일하는 고된 서비스직은 분명 업무강도가 높지만 시장에서 다른 사람을 구할 수 있다. 따라서 대체 불가능한 혹은 대체가 어려운 기술이나 역량을 가져야 하는 것이 몸값을 높이는 방법이다.


나한테 어떻게?라고 묻는다면 답은 못해주겠다. 나도 늘 그 방법에 대해 궁금하다. 하지만 이직을 할 때마다 몸값이 뛰었던 것은 확실하다. 그래서 주변에서 계약직이나 파견직에 망설여하는 사람들한테 일단 들어가 경력 쌓아서 나오는 것이 좋다고 조언해 주는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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