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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꾸바 Jul 18. 2019

승진요? 때 되면 다 하는 거 아닙니까

아니요, 근무기간과 승진은 무관합니다


우선 내가 생각하는 스페셜리스트와 리더의 정의부터 써야 할 것 같다. 스페셜리스트는 말 그대로 전문가, 관련 업무에 대해 높은 지식수준과 경력이 있는 사람이며 리더는 리딩, 즉 팀을 이끄는 사람이다. 팀에서 어떤 프로젝트나 업무를 진행하게 되었을 때 팀의 방향이나 흐름을 보고 뒤쳐지는 팀원을 격려하면서 성과를 내도록 보조를 해 주는 사람. 엄연히 둘은 다르다.



그런데 일반적인 회사의 승진구조를 보면 사원-대리-과장-부장(팀장) 순으로 어찌 보면 업무의 경력 (연차)이 쌓이면 자연스럽게 팀을 맡는 팀장이 되는데, 직장인들이 말하는 무능한 리더는 이런 구조에서부터 시작된다.


외국계 회사의 승진구조는 조금 다른데 보통 오픈 채용 (사내 채용)을 하는 경우가 많고 이런 경우는 이미 우리 회사를 다니고 있는 직원과 인터뷰를 통해 업무적합성을 판단한다. 지원자들에게 리더를 지원한 이유를 물어보면 대부분이 오래 일 했으니 다음 차례라고  생각하는 생각이 그 이면에 깔려있다.  


리더는 어떤 사람이어야 하나요?

네, 업무에 대해 잘 알고 팀원들을 잘 서포트해주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럴 때면 나는 아래 이야기를 들려준다


산악회를 맡는 사람은 회장이에요,
산을 제일 잘 타는 사람은 대장이죠.
회장이 산을 제일 잘 타지 않아요.
당신은 산악회 회장이 되고 싶나요, 대장이 되고 싶나요?


사실 리더가 업무에 대해 많이 안다는 것은 분명 도움이 된다. 팀원들에게 업무를 알려주는 것도 리더의 임무이지만 보통 스페셜리스트 성향을 가진 리더들은 이 기준이 좀 더 혹독하다. 본인이 제일 잘 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자신의 방식대로 하지 않는 팀원들의 의견을 존중하지 않게 되기 때문이다.


그 반대로 팀장이 나보다 더 업무에 대해 모른다고 불평하는 사람도 많다. 산악회 회장에게 네가 산에 대해서 뭘 알아? 할지도 모르지만 사실 회장은 회원관리와 회칙도 만들어야 하고 총무와 예산도 짜야하고 다른 산악회 동향도 파악해야 하기에 산에 대해서는 대장에게 일임할 수도 있다. 


리더는 일을 잘 시키는 사람이다. 팀원 각자의 스페셜한 능력을 이해하고 적절하게 업무 배치를 하고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을 진다. 팀원들의 의견을 듣고 반영하거나 모르면 되묻거나 전문가를 찾아 조언을 구한다.


본인이 스페셜리스트 성향을 가진 사람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리더가 되어야만 하는 상황이 온다. 일반 기업에서는 스페셜리스트가 리더의 역할을 함께 수행하길 원한다. (당연히 예산의 문제이다 한 사람이 두 개의 포지셔닝을 하니  돈이 얼마나 세이브되는지!)
다행히 나의 경우는 인사팀의 특수한 상황 (보통 인사팀은 모두 스페셜리스트다. 급여/보상 전문가, 교육전문가, 아니면 나 같은 채용전문가)으로 오랫동안 스페셜리스트의 직무를 수행해 왔으며 나도 내 성향이 리더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난 지금까지 나보다 채용에 대해 많이 아는 상사를 만난 적이 없었고 그렇기 때문에 나의 상사들은 내 업무를 존중해 주었다.
 
난 여러 번 이직을 했지만 어느 회사든 인사 팀원으로 일을 할 때 개인적인 비전이 있다. 직원들이 행복하게 회사를 다니는 것 (너무 꿈같은 이야기 일까) 결국 리더 성향이 아닌 직원이 리더가 되었을 때 자신도 괴롭고 팀원도 괴롭고, 성과가 나지 않으면 회사도 괴로운 상황이 온다면 나의 비전을 이루기가 힘들다. 외부 지원자들도 우리 회사 직원들도 본인이 행복하게 일할 수 있는 선택을 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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