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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꾸바 Jul 24. 2019

누가 나에게 감히 점수를 매기나요?

숫자를 보지 말고 풀이과정을 봐주세요

 채용업무를 시작했을 때 면접점수표라는 것을 가지고 면접에 들어갔다.  점수표는 지원자의 인성/태도, 직무에 관한 지식 등을 점수화하여 체크하도록 하고 마지막에 총계를 내도록 만들어 놓았는데 면접 동안에 지원자의 이야기에 집중할 수가 없었고 ‘도대체 저 정도면 몇 점일까’라는 생각만 하고 있었다.



면접 점수표를  만들었냐는 나의 질문에 사수는 ‘객관적인 평가 위해서라고 했다. 김 모 씨 80, 이 모 씨 95,  이렇게 써놓고 보면 꽤나 객관적으로 보이지만 사실  사람의 태도나 직무역량을 점수화라는  자체가 ‘주관적인 평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중에  사실이지만  점수표는 보고를 위해 만들어진 자료였다. 이사님은 지원자가 어떤 지원동기를 가졌으며 프로젝트에서 무엇을 느꼈는지, 이걸 극복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를 볼 시간도 없고 관심도 없으며 단순화된 도식 표로 보고 결정하는 것을 선호했기 때문이다. 지원자의 동기와 노력을 점수로 표현하는 것은 나의 숙제였다.


사람을 점수로 평가하는 순간 실패한 채용이라는 생각이 든다. 졸업한 학교에 등급을 매기고 학점으로 커트라인을 만드는 것은 가능하나 사람의 자체를 ‘감히점수화하는 것만큼 오만한 행동은 없는 것 같다.


채용이라는 것은 완벽한 사람을 찾는 과정이 아니다. 보통의 과정에서는 지원자의 부족한 부분을 파악해서 현재의 팀원과 팀장이  사람의 부족한 부분을 메꿔줄  있는가도 생각하고 지원자가 변화할  있는 의지등이 있는가, 만약  의지와 동기를 부여 넣기 위해서는 합격 이후 어떤 교육이 추가적으로 실행되어야 하는가도 고민한다. 그렇기에 같은 ‘80 지원자라 할지라도 /불합은 다른 문제인 것이다.



오래전 일이긴 하나 면접에 불합격  지원자가 면접 점수표 공개를 요구했다.  회사 이후로 나는 면접을 볼 때 되도록 점수표는 만들지 않고 노트와 메모를  놓는데 당연히 공개할 이유가 없기에 거부했더니  고소하겠다고 했다. 사실 지원자 입장에서도 ‘객관적 결과를 눈으로 확인하고 싶었던 것이었다. 과연 내가 그의 결과를 30점이라고 표기했다면 아, 객관적으로 난 30점이구나 라며 수긍했을까?
 
숫자는 명확하지만 공식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사람들은 공식은 머리 아프고 귀찮아서  보려고 하지 않는 것 같다. 비록 단점이 많은 지원자라 할지라도 이 사람이 극복을 하기 위해 했던 노력이 그 풀이과정인데 숫자에서는 보이지 않는다.
 
얼마 전 독립영화관에서 혼자 영화를 보고 너무 감동을 받아서 친구에게 이야기를 했더니 어머, 평점이 5점도 안되네  했다. 최저 평점을 받은 영화도 아름다운 영화음악을 발견하고 새로운 배우를 만날  있듯이 점수에 눈이 멀어 풀이과정을 지나쳐 버리지 않도록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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