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꾸바 Jul 22. 2019

당신의 헛소리도 감사히 듣겠습니다

피드백에 대처하는 자세

예전에 개인 블로그에 다이어트 일기를 꾸준히 쓴 적이 있는데 주변에 알리지 않고 소소한 기록으로 남겨뒀다. 방문자가 하루 다섯 명도 안되다가 내가 먹었던 약이 인기를 얻으며(효과가 전혀 없었음) 사람들이 검색을 타고 많이 들어왔는데 갑자기 인기가 많아지자 이웃도 생기고 악플이 달리기 시작했다. 처음 악플을 받았을 때 너무 속상해 잠도 못 잤는데 사실 내 블로그가 보잘것없었다면 그들도 댓글을 안 남겼을 거라 생각하니 그래, 내가 유명해 지니까 어떻게든  관심을 뺏으려는 사람들이 나오는구나 라고 생각하니 좀 나아졌다.


사람들은 비평을 좋아한다. 무작정 욕설을 하는 사람들은 언급할 가치도 없지만 자신만의 논리로 블로그 글을 다 이해하지 못하고 단편적인 부분만 보고 판단해서 논조를 펼치는 사람들이 있다. 악플을 달면 자신이 이 사람보다 낫다는 생각이 잠시 드는데 사실 자신의 가치가 높아진 게 아니라 상대방을 내 밑으로 밀어 넣으려는 행위다. 자존감이 낮은 사람들이 대부분 이런 식으로 온라인에서 사람들에게 상처를 준다.



사회생활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기에 나는 그다지 중요한 사람이 아니었기에 내 상사와 동료의 평가가 전부였다. 상사의 칭찬 한 마디는 나를 세상에서 제일 일을 잘하는 직원으로 만들었고 그의 질책은 내가 제일 바보처럼 느껴지게 만들었다. 다행히 좋은 상사들을 많이 만났고 업무평가도 나쁘지 않았기에 내가 제일 잘난 줄 알았던 것이다.


회사생활을 오래 하면 자연스럽게 중요한 직무를 맡게 되는데 점점 내가 '노출'되는 횟수가 늘어나면서 생각하지도 못한 피드백들을 받게 된다. 노출이 된다는 것은 Good morning 외에는 전혀 대화를 나누지 않았던 타 부서 매니저까지 나란 사람에 대해 알고 있고 나에 대한 의견을 다른 사람과 나눈 다는 것인데 썩 기분 좋은 일은 아니다.


회사 입장에서는 높은 자리를 맡게 될지도 모르는 직원을 선정하는 데에 신중해야 하기에 더 많은 의견이 필요한 것인데 나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까지 나를 평가한다는 것이 공평하지 못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유명한 블로거가 악플을 받게 되는 것처럼 피할 수 없는 상황이었고 그 와중에 피드백을 주고받는 방법이 여러 가지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좋은 피드백은 판단이 아니라 느낌을 전달하는 것이다. 꾸바 씨가 갑자기 대화 도중에 끼어들어서 놀랐어요, (원래 그런 사람 아니잖아요? 그렇죠?)라고 하면 나도 어머, 내가 그랬었나. 정말 죄송해요. 그런 의도가 아니었어요.라고 금방 수긍이 된다. 다음부터는 안 그래야지.라는 생각도 한다. 그런데 위의 상황에서 꾸바 씨는 정말 무례하네요.라는 자신만의 판단 절차를 걸쳐서 단어로 축약해 버리면 나는 도대체 내가 왜 무례하다는 거지? 이 사람은 정말 나에 대해서는 하나도 모르면서 판단하는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다.


여러 번 글을 썼지만 사람들은 모두 복잡하고 다양한 존재이다. 게으른 사람도 어떤 면에서는 부지런한데 누군가 게으르다고 평가해 버리면 피드백을 받아들이기 힘들다.


피드백을 받게 되면 일단은 변명하지 않는다. 아, 그때는 제가...라고 변명하게 되면 말싸움으로 번진다. 나도 말대답하고 싶어 입이 근질근질하지만 일단은 입을 다물고 생각을 한다. 그리고 받아야 하는 피드백이라면 피드백 감사하다는 인사를 하고 받지 않아도 되는 헛소리라 판단되면 그냥 무시한다.(네가 그렇게 느꼈다면 미안하지만 난 앞으로 계속 이렇게 살래) 나도 인간이기에 모든 피드백을 다 받을 만큼 마음이 넓지 않다.


사회생활을 하며 좋은 이야기도, 나쁜 이야기도 많이 듣는다. 만약 내가 중요하지 않은 사람이고 다시 보지 않을 사람이라면 하지 않았을 피드백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피드백은 선물이라고 하나보다. 모든 선물은 다 나를 생각하고 주는 거다, 이상한 선물은 안 쓰면 그만이니 일단 받고 생각하자.

매거진의 이전글 제발 보이는 그대로 믿으세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