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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꾸바 Jul 25. 2019

오늘도 회사 욕을 하고 싶은 당신에게

참아야 합니다.  결국 내 얼굴에 침 뱉기니까..

나쁜 남자와 연애가 끝나고 친구들과 술을 마시면서  남자 욕을  적이 있다. 그동안 차마 친구에게 말하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하니 친구들은 경악했고  남자의 인신공격을 하며 술안주를 삼다 보니 기분이 이상하게 점점 나빠졌다.


그러니까  진짜 이상했어 사이코야 사이코.”


사실  사이코를 6개월 넘게 만났던 여자도 나였고  신호를  받으면서도 참았던 바보 같은 사람도 나였다. 결국 욕을 하다 보니 나도 같이 모자란 사람이 되는 것 같아 기분이 나빠진 것이었다.


“야, 잠깐만. 까도 내가 까.”



사실  남자를 까기 (욕하기) 위해 술자리를 만든 건 사실이지만  남자 친구였으니 흉도 내가 보겠다는 소리다. 친구들은 변덕스러운 나의 말에 입을 다물었지만 사실 나는 그럴 권리가 없다. 내가 먼저  남자 흉을 보기 시작했으니까.
 
사내 인트라넷은 직원들만 사용하는 공간이다. 직원들은 익명게시판을 이용해  부서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나 자신들의 생각을 공유한다. 간혹 과격한 메시지들도 있고 회사에 대한 부정적인 메시지를 남기기도 한다. 재미있는 사실은 공공의 적이 있을 때 우리는 각별한 유대감을 느끼고 가까워짐을 느낀다.  역시도 능력 없는 상사와 함께 일할 때  상사를 제외한 다른 직원들과 단톡 방에서 상사를 흉보는 시기를 보낸 적이 있었다. 우리는 같은 전쟁터에서 싸우는 끈끈한 전우애가 있었고 밤늦은 시간까지 술 한잔 하면서  사람 이야기만  적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사 밖의 누군가가 우리 회사를 흉보는 것은 참을  없다.  역시 마음에  들지 않은 회사이지만 내가 아직 몸담고 있는 직장이며 남들이 ***같은 회사라고 욕할 때 동조를 한다면  역시 ***같은 사람이 되는 것 같기 때문이다.


그래서 회사 욕을 동료끼리 하는 건 괜찮은데 외부인이 하는 것은 기분 나쁘다. 우리 지점을 딱히 충성하면서 다니고 있진 않지만 다른 지점에서 우리 흉을 보면 울컥하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직장에서 이직 준비를 하면서 헤드헌터와 통화하던 중에 그런 이야기를 들었다.

 “꾸바 매니저님네 회사 요즘 완전 엉망이라면서요,  회사 요즘 똑똑한 직원들  퇴사한다던데요.”


아주 틀린 말은 아니었지만(!) 이렇게 회사에 대한 평판이 만들어지면 사실 나에게도 좋은 일은 아니다. 내가 나중에 이직을 하게 되었을 때 이력서에 쓰일  회사 이름이 부끄러워지면 곤란하다.  회사 출신들 일 못한다고 하던데요, 라는 말을 들으면 내가 어찌 시장에서 높은 평가를 받을  있을까?
 
회사에 대한 평판을 만드는 것은  회사를 다니는 사람, 퇴직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결국 퇴사  이전 직장에 대해 흉을 보는 것은  얼굴에 침 뱉기나 다름없다.  퇴사자들과 꽤나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가끔 식사도 하는데 시간이 지나면 전 남자 친구가 기억에서 흐려지는 것처럼 서서히 감정이 정리된다는 것이 느껴진다. 새로운 ‘ 현재 회사에 나타난다면 예전 회사의 ‘ 추억이 되는 것 같다.


나도 예전 회사들에 대한 추억팔이를 하면서 브런치를 시작했지만 과격한 욕은 쓰지 않으려고 여러 번 퇴고를 한다.​​ 정말 나쁜 남자를 과거에 만났어도 분명 내가 성장하는데 도움이 되긴 했다. 때문에 적당하게 하고 빨리 잊도록 하자, 더 나은 기회는 꼭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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